꽃에 손을 내밀어
모르는 마을 달하치月下峙
멀리서 여기까지 왔네
극성스런 여름이
내키만한 꽃들을 키웠는데
낯설어서일까
바쁜 것도 아니면서
걸음은 땅에 닿기 바쁘게 옮겨간다
세상을 다돌아 볼 것처럼
걸어가면 무엇하나
같은 시간에 살아있는
저 꽃에는 뿌리가 있는데
내생에는 뿌리가 없다
멈출 수 없는 시간 속
뿌리 없이 떠도는 유령이었던가
너는 꽃, 나는 떠도는 영혼
꽃을 향하여 손을 뻗는다
내 몸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손, 머리카락, 눈
모두가 꽃인지도 모르겠다
손과 꽃이 교감하는 사이
내일은 내 속에 꽃이 만발하겠다
꽃과 함께 서 있는 수직의 시간이 있었므로.
梁該憬
2015.8.8.토. 양양 달하치 산판길에서
달하치月下峙
'달과 가장 가까운 고개에 있는 마을' 한자를 풀어보면 그렇다.
강원도는 산이 높고 골짜기가 깊어서 오지가 많다
깊은 골짜기마다 겨우 몇 가옥이 이웃하며 살고
맑은 물소리와 바람소리가 이웃인양 ....화전을 일구며 그렇게 살아가는 곳이 많다.
다행히 산판을 하느라 차가 지나다닐 만큼 길이 생기고
길을 찾은 사람들의 발걸음때문에 오지의 때를 벗어나고 있는 곳이 많다.
산이 오르기 힘들어질때쯤
이렇게 오지의 산을 끼고 있는 계곡길이나 산길을 걸으며
청량한 공기를 온몸에 배달하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팔월 팔일 태양의 가운데, 염천이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푹푹 삶는 것 같은 계절
오지라도 걸으면 좀 시원해지려나......
자~ 떠나자!!
면옥치 - 산판길(송이길) - 달하치 - 연화동 - 배터골 - 본동 - 장리(약13km)
날씨:땡볕, 심각한 더위
걸린시간:12시 출발-오후 4시도착
길상황:평탄한길, 그늘이 없음
진입 간판이 없어서
다음에 온다면 찾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먼 훗날을 위하여 꼼꼼한 기록이 가장 좋으리라.
달하치 산판길의 시작이다
키큰 마타리꽃이 가장 먼저 반기는 길
밀원에 핀 꽃처럼 오지의 꽃들은 색이 정말 곱다.
부처꽃
꽃뿐만 아니라 이 청정한 곳, 고요한 곳에 소리없이 피었다가면 누구라도 부처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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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부처꽃일까
어디가 부처를 닮았을까...
음력 칠월보름 백중날에 이꽃을 꺾어 부처님께 바친다 하여 부처꽃이라 합니다.
2015년의 백중은 8월28일(음력 7월 15일)인데
이꽃을 꺾어 부처님전에 가볼까요
오지의 땡볕은 더욱 강렬하다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고
산골길을 따라 걸으리라는 상상속에 떠난 길이었는데
산판길은 그늘이 없다
그늘을 찾아...걸었다.
달하치로 가는 길은 이 산판길이 유일한 통로다
간혹, RV 차량은 지나가는데
걸어서 이 길을 가는 사람은 없다
우리만의 행복한 길이 아니라
우리만의 더위를 찾아온 길 같다.
오늘의 리더님께서
'구름병아리난'이라고 알려 주셨고
희귀종이라고 설명해주셨다.
분홍색꽃이 피는데 좀더 일찍 만났더라면 그 고운자태를 보았을텐데...
아름다운것에 치중하여 희귀성의 점수를 주려했던 나의 오류였던가...
가파른곳에 자리잡고 있는 꽃
꼬물 사진기로 찍으려니 선명하지 못하다.
그리 넓진 않지만 자작나무밭이 있다
조금이라도 색다른 풍경을 만나면 렌즈에 꼭 남기기 바쁘다.
잠시 탁트인 곳에서
비로소 여기가 첩첩의 산중에 와 있음을 안다.
저 산 넘어...양양의 푸른바다가 있으리라.
심심유곡의 길을 걸었다는 것을 잠시 잊었었다.
길이 있다는 것은 다른곳으로 향할수 있는 소통의 시간...
잠시 나를 망각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다시 또 비포장길...
이 비포장길이 얼마나 다행인지...
함께 온 이들...
몇 명이 우루루...
아니면 둘~
이곳저곳 살피느라..늘 난 혼자인듯~
산판을 할 때 구역을 나눈 번호판인듯
그래서 이 길을 달하치 산판길이라 명명했나보다.
멧갓길의 번호표
산판을 위하여 구석구석 길이 났었고
지금은 차량을 통제 하고 있다.
저길은 어디까지 나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길은 얼마나 될까
삶이나...객지나...
모르는 길을 가는 것...
그래도 인생은 즐거운 나그네길
달하치의 빈집...
왜 자꾸 저런 빈집에 눈이 가는지
좀더 용기가 생기면...언젠가는 저런 가옥하나 매입하여
손질 할 것 같은 예감이다.
오일탱크가 왜 여기에 이렇게 큰것이 자리하고 있을까.
저기에 방치한체....두고간 사람들은 누굴까.
덥고...진짜 더웠는데
달하치 폭포를 만났다.
먼저 와 있는 일행들이 폭포수의 거친 줄기에 몸을 식히고 있다.
이 먼 곳에 와서 더위 때문에 억울할뻔했는데 폭포를 만났으니 대단한 위안이다.
폭포에서 조금 내려오면 연화동 가는 갈림길이다.
잠시 저안으로 걸어가봤다.
소박한 이정표...참 정이가는 표지판이다.
연화동으로 가는 길....
이 안에는 2개의 가옥이 있다고 하는데...
그만 ...돌아서 나왔다.
연화동은 양양 지방에서 서울로 가는 지름길 도중에 위치해 옛날에는 사람 왕래가 잦았고,
100여 년 전에는 근처 벽실령 꼭대기에 은구뎅이라는 은광이 있어 제법 흥청거렸던 마을이다.
어느 날 벽실령 은광이 무너져 많은 광부들이 숨졌다고 한다.
당시 광부들이 광산에 들어갈 때는 패랭이 모자를 입구에 걸어두었는데,
매몰 사고가 난 후 패랭이를 세어보니 99개여서 아흔아홉 명의 광부가 무너진 갱도에 묻힌 것을 알았다고 전해진다.
연화동이라는 이름은 은광 근처 주막집에 연화라는 기생이 있었다고 해서 붙은 것이라고 한다.
그 당시 주막에는 기생들도 많았고 연못까지 있어 오가던 나그네들이 한 잔 걸치며 회포를 풀기에 좋았다는데,
이제는 외딴집 두 채가 옛 영화를 뒤로 한 채 쓸쓸히 남아 있을 뿐이니 인생사 덧없음을 실감한다.
돌아서 나와...아까 그자리...
이쁜 표지판..다시 한번 찍었다.
팔월은 칡꽃 향기의 계절...
높은 곳까지 자란 칡넝쿨이 그네를 탄다.
걷는 길이 향기롭다...
바람을 따라 전해오는 저 칡꽃의 향기...
잡목 숲에 장군처럼 서있는 소나무
멋지게 서있는데
인사처럼 한장 남기고....
어마나...재밌는 우체통
집배원 아저씨들을 위한 것인지
달하치 마을사람을 위한 것인지...
오지로 들어가기 힘드니 이렇게 우체통을, 노상 사서함을 마련해 두었다.
장리에 가까워오자..
논도 있고 마을이 있다.
별장처럼 근사한 주택도 있다
헌가옥을 아담하게 수리를 할까
저렇게 별장같은 집을 지을까...
그런 꿈을 늘 꿉니다.
오지의 풍경
오지긴 오지인가보다
고사리가 저렇게 지천인데 누가 뜯지도 않고...억새지고 말았네요
더위 먹었을때 톡효라고 하지요
쓰디쓴 익모초
강원도에서는 육모초라고도 해요
아기 주먹한 배가 누렇게 익어가네요
돌배인가...
목백일홍이 피어 있는 장리마을...
꽃같이 이쁜색깔 표지판
접시꽃
강원도에서는 접종화라고 한다.
넓고 이쁜꽃
넓고 이쁨이 아내의 마음을 닮아서일까
도종환시인의 접시꽃 당신이 생각나는데.
그는...왜?
강아지풀과 익어가는 벼
초록의 조화가 평화롭고 넉넉해 보인다.
들꽃과 길과 마을의 풍경을 보는사이 어느새 13km를 다 걸었다.
오늘의 구간중
끝무렵의 1.5km 가량의 길이 아스팔트길이다
더위가 달아올랐다 싶을 무렵
샌스쟁이 날씨는 비를 뿌릴 태세를 했다.
오후 4시쯤 트레킹 마무리 할 무렵 쏟아지는 소나기는
하루의 노고를 풀어주는 박카스 같은 비 였다.
양양군 현북면 장리 150-2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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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리더님은 늘 여행의 마무리는 먹거리라고 하신다.
주문진항 상희네 횟집에서
시원한 물회로 하루의 더위를 말끔히 식히고
버스에 오른 시간...
내꿈은
그많은 들꽃을 어디로 보냈는지
무심한 잠의 삼매경에 들다보니
어느새 밤10경~인천에 도착하였다.
달하치의 들꽃
부처꽃
왜 부처꽃일까
어디가 부처를 닮았을까...
음력 칠월보름 백중날에 이꽃을 꺾어 부처님께 바친다 하여 부처꽃이라 합니다.
2015년의 백중은 8월28일(음력 7월 15일)인데
이꽃을 꺾어 부처님전에 가볼까요
영아자
파리풀
구름병아리난
이삭여뀌
흰잔대
좁쌀풀
좁쌀풀
노란색꽃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좁쌀이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
'좁쌀풀'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꽃창포
누리장나무
노랑물봉선
물봉선
칡꽃
접시꽃
첫댓글 와우~~!시간대별로 다시금 걷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싯구에도 눈이 가고 한줄마다 정서에도 눈기링 갑니다.
고맙습니다.감사합니다.
수경님 어쩜 그날에 일정을 다시되돌아 걷는것같습니다~~^^
멋지십니다~~
언제 담으셨어요.달하치 싯구와 글귀 잘 보고 갑니다.
햐아~ 수경님 사진을 이제야 보는군요. 이쁜꽃들 다 어디서 담으셨데요. 저도 야생화 샅샅이 뒤졌건만 못보던 것들이 수북합니다.
잘 간추린 내용은 더욱 보기좋쿠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