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의 착란
도착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곳에 있지 않아요
그것은 당신과 나의 궤도의 일
우주의 표정으로 어떤 비유가 맞을까
서로의 태양계를 찾아 들어설 겨를도 없이,
입자를 입고 만나 어떤 형상이 진짜라고
믿어야 할까, 탐색할 기색도 없이
무늬를 그릴 수 없을 땐 슬픔에 중력이 생겨요
시간에 매달려 있다고 시가 되지 않는 것처럼
사랑에 매달려 있다고 서로가 되진 않아요
공전하듯 헐렁해진 관계는
빈 페이지로 넘어가는 날들이 대부분이지요
접근 금지 푯말이라도
허락 없이 넘어설 수 있었다면
그것은 아마도 이것저것 재지 않는
속도의 문제 아닐까요
젖은 눈빛을 대고 구름을 켤 수 있었다고
하지만 우리가 정말 만나긴 했었던 걸까요
마주 볼 수 없는 암흑물질처럼
죽음을 베껴 쓰고 또 베껴 쓰다 보면
다음 날은 다른 유성이 올 수도 있다고,
흉곽에서 뼈가 이물리도록
기다림을 비틀었더니
그 안에 팔딱거리는 심장이 만져졌어요
찰나의 골자를 새겨놓은
당신이란 착란이에요
카페 게시글
···시산맥시회 정회원시
빛의 착란 / 한영미 시인
문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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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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