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잃고 울던 아기 고라니 착한 눈망울이 온 설악산을 떠도는데 삶의 터전 인간들 포크레인에 빼앗기고 아기 찾는 어미 고라니의 찢어질 듯한 울음이 밤새 온 모텔촌을 뒤흔드는데 더러운 욕심 더해진 이 산 저 산 골, 치를 떨듯 강풍이 몰아친다
몸이 아파 설악산 아래 모 요양원에 몇 개월 가 있었다. 내가 기거한 요양원은 설악산 산기슭을 깎고 들어선 모텔촌에 있었다. 봄인데도 비바람이 여름철 태풍을 연상케 할 정도로 거세게 왔었다. 아침이 되자 거짓말처럼 비는 그쳤다. 요양원 현관이 왁자지껄해 나가보았다. 어미 잃은 아기 고라니 한 마리가 사람들에 둘러싸여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누구하나 어미 잃은 그 어린 생명의 불안과 두려움에는 관심이 없고 사진 찍기에 바빴다. 어미 잃은 아기 고라니를 숲으로 돌려보내기에는 위험하다고 해 춘천에 있는 강원대학교 야생동물 보호팀에 연락했다. 이런 일을 요양원 원장이 모 수목원 원장에게 이야기를 했다. 하니, 수목원 원장이 아기 고라니가 또 오면 자기한테 연락해 달라고. 수목원에 학습용으로 두고 싶다고. 분노가 치밀었다. 자연보호를 막강하게 주장했던 사람이 어떻게 생명을 학습 운운한다는 말인가. 그러잖아도 인간들이 그들의 서식지를 파헤쳐 갈 곳이 없어 모텔촌까지 내려와야 했던 일을 생각하면 기가 막히는데, 몹시 비인간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학습이란 이름으로 동물을 가두고 야생성을 절단하는 일이 자행되고 있는 크고 작은 동물원과 상업용으로 이용되고 있는 서커스단의 동물들. 맹수들은 이빨이 뽑히고 신경안정제를 먹이며 심지어 굶기는 일까지 서슴없이 저지르며 인간의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다. 갖은 학대와 무모한 훈련은 이들의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그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폭발해 인간이 다치기라도 하면 가차 없이 죽임을 당한다. 야생 동물의 야생성을 절단하고 학습용이란 이름으로 그들을 잡아다 가두고, 그들의 서식지를 파괴해 갈 곳을 잃게 하는 인간들. 그들의 복지를 파괴할 권리가 과연 인간에게 있던가. 목숨은 미물에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소중한 것이다. 인간의 이름으로 힘없는 동물의 희생이 자행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동물원은 없어져야 하며, 동물서커스단은 사라져야 한다. 그것이 동물과 인간이 진정으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자연의 모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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