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기황후가 원나라 정치를 쥐락펴락하게 되자 고려에 남은 그녀의 가족들도 덩달아 득세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원나라에선 그녀 아버지 기자오를 영안왕(榮安王)으로, 부인 왕대부인으로 하였으며, 선조 3대를 왕의 호로 추존하였습니다.
또한, 기황후 오빠 기철(奇轍)을 원나라의 참지정사, 기원(奇轅)을 한림학사로 삼자, 고려에서도 이들을 덕성부원군, 덕양군에
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씨 집안이 고려를 넘어서 원나라로부터 힘을 얻게 되자 고려 조정은 기씨 집안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기씨 집안 아들들이 원나라 힘을 고려에 유익하게 쓰기보다 자신들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이용했다는 데 있었습니다.
기황후도 가족들을 위해 고려에 대한 내정 간섭을 지나치게 했습니다.
기씨 집안의 악행은 결국 공민왕(恭愍王) 즉위 후 원나라 힘이 약해진 틈을 타 이들을 비밀리에 제거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이때도 기황후는 공민왕 제거하고 충선왕(忠宣王)의 셋째 아들 덕흥군 왕으로 세우려 고려 침공하였으나 이때 이미 원나라의
국세가 기울고 고려가 원나라 군대를 잘 막아내서 실패로 그쳤습니다.
물론 고려여인인 기황후가 원나라의 황후가 되어서 좋은 점도 있었습니다.
충렬왕 때 시작되어 80년간 지속된 공녀 징발이 금해진 것도 이 시기였고, 고려가 원나라의 테두리 안에 들어간 후 계속 제기
되었던 입성론(立省論), 즉 고려 자주성 인정하지 않고 원나라 한 개의 성으로 만들자는 논의가 사라진 것도 이때였습니다.
원나라 몰락과 기황후의 최후
원나라는 순제 때 문치주의 정치를 펼치면서 문화적으로는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순제 즉위 전 있었던 왕위 다툼의 여파가 여전히 남은 상태에서 기황후가 정권 잡은 후 시작된 황위 정쟁이 원나라의
힘을 점차 약화시켰습니다.
원나라는 소수 몽고족이 다수의 한족을 다스리는 체제였기 때문에 작은 혼란도 국가존망 좌지우지할 위기로 비화될 가능성이
많은 나라였습니다.
기황후는 남편 순제에게 황제 자리에서 물러나 장성한 자신의 아들에게 황위를 물려 줄 것을 종용했습니다.
순제는 이를 거부했고 그 와중에 황태자 반대파와 지지파 사이에 내전이 일어났습니다.
반 황태자파의 지도자 볼루드 테무르가 1364년 수도 대도를 점령했을 때 기황후는 포로로 잡히기도 했습니다.
이 내전은 결국 황태자 지지자인 코케 테무르(擴廓 帖木爾)가 1365년 대도를 회복하면서 수습되었습니다.
기황후는 1365년 제1황후이던 바얀 후투그가 죽은 후 제2황후라는 딱지를 떼고 원나라의 제1황후로 올라섰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원나라 중앙 정부의 정치가 문란해지자 그동안 몽고족의 지배에 반감을 품었던 한족들이 홍건적이 되어 일어나면서 원나라는
수습할 수 없는 혼란으로 치닫게 되었습니다.
1368년 마침내 주원장이 이끄는 명나라 대군이 원나라 수도 대로를 점령하자 원나라 왕실은 피난길에 올랐습니다.
기황후도 이때 남편 순제와 아들 아이유시리다라와 함께 피난길에 올랐습니다.
피난을 떠나면서 기황후는 구원병을 보내주지 않는 고려를 원망했다고 합니다.
원나라 왕실은 응창부로 수도를 옮겼다가 카라코룸까지 피난했습니다.
피난 와중에 순제는 죽고 그 자리를 기황후의 아들 아이유시리다라가 이어 북원의 소종이 되었습니다.
대도를 떠나 응창부까지 가는 동안의 기황후에 대한 기록은 있지만 기황후의 최후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나라 연천에 기황후의 능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조선시대 기록인 [동국여지지]에 전하고 있습니다.
능이 있었다고 전하는 지역에 고려시대 양식의 기와가 많이 발견되었는데 이것이 능을 둘러싼 담장의 기와였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기황후는 응천부에서 카라코룸으로 가지 않고 고려로 돌아와 여생을 보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한때 동아시아와 유럽 호령했던 대제국 원나라 황후였던 고려 여인 기황후는 오랫동안 원나라 망국의 한 원인으로 평가되면서
우리나라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은 인물이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기황후란 존재가 14세기 말 고려와 원나라의 역사에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첫댓글 우리의 역사에 상세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저녁에 하는 날이죠. 꼭 봐야겟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