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비가 내려 산행을 할 수 있으려나
걱정했는데 아침이 되니 날씨가 괜찮다.
제주시쪽에는 안개가 껴서 별로였는데 평화로
를 달려 남쪽으로 갈수록 하늘이 열린다.
산뜻한 이른봄 날이다. 참석인원은 겨우 넷.
오름엔 벌써 봄이 왔는데 친구들은 아직도
겨울잠을 자나보다.
마보기오름
영아리 가지 전에 마보기오름을 오르기로 했다.
제2산록도로 다빈치박물관 진입로 부근에 차를
세우고 맞은편 목장 철문을 통과하여 목장길을
따라 쉽게 갈 수 있었다. 기슭에 더덕밭을 보호
하기 위한 철조망 울타리가 있으나 친절하게도
오름 가는 길에는 문을 달아놓아 편리했다.
오름은 비고가 45m로 나즈막하나 나무가 거의
없는 민틋한 두 개의 봉우리가 동서로 마주 보고
있는 모양이다.
영아리오름
다음은 오늘의 주오름인 영아리로 향했다. 영아
리오름은 올해로 네번째 등반이다. 08년 2월부터
줄곳 2월말에 찾고 있는데 처음에는 광평리 쪽에
서 올랐고 그 후는 쓰레기 매립장 쪽으로 오르고
있다. 사진을 보니 작년에는 10명이 참석했었다.
다른 오름에 비하여 등반횟수는 적지만 영아리
오름에만 오면 아늑하고 천국에 소풍온 기분이
든다. 그만큼 주변경관이 황홀할 정도로 좋고
날씨도 포근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정상에
서 사진을 찍고 오름 등성이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커다란 두개의 바위가 있는 봉우리에 영아리 정
상이라는 표지판이 있지만 삼각점이 있는 실제
정상은 맞은편 봉우리에 있다. 우리는 남쪽 봉우
리를 돌아 서쪽 굼부리를 돌아 내려왔다가 숨겨
진 숲속의 호수을 찾았다. 마보기 쪽에서 올라오
면 이 호수를 거치게 된다는 사진이나 글을 많이
접했으나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다. 꼴찌와 은하수
는 2009년에 답사한 일이 있다한다.
습지에는 비가 와서 그런지 물이 가득하고 면적
도 꽤나 넓어 보였다. 새소리 비슷한 소리가 요란
하여 처음에는 청둥오리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
니 개구리 소리였다. 수만마리의 개구리들이 짝을
부르는 소리로 요란하다.
다시 처음 왔던 봉우리로 돌아와 양지바른 따뜻한
바위 위에 둘러 앉았다. 내가 처음에 천국에 소풍
온 느낌이 든다고 한 말이 여기에 해당된다.
눈쌓인 한라산과 커다랗게 입을 벌린 영실굼부리
그리고 광활한 들판에 봉긋봉긋 솟은 오름들...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남해 바다까지
거기다가 푸짐한 음식에 향기로운 술, 다정한 친
구와 사랑하는 아내까지 있으니 천국이 아니고
무엇일까?
어우름(어오름)
영아리를 내려온 후 꼴찌와 둘이서만 어우름을
찾았다. 처음에는 영아리 오름 쪽에서 오르는
길이 없나 살펴 보았으나 산림을 정리한다고
작업중이어서 접근이 어려웠다.
진입로는 쓰레기 매립장 정문 오기 전 100여m
전방에 오름쪽으로 가는 농로가 있었다. 오름
초입에 이르러서는 길이 뚜럿하지가 않아 망설
였지만 삼나무 숲에 이르면 쉽게 정상에 이를
수 있다. 비고가 38m 밖에 안되지만 점심을 먹
은 후라 경사가 급하여 조금 힘이 들었다.
힘들게 오른 정상은 뜻밖에도 나무가 없어서
한라산 쪽 전망이 괜찮았다.
2012. 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