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년 2 월 28 일 수요일 흐리고 비
안녕하세요 재홍입니다.
오전부터 비가내려 오랫만에 차분한 시간을 가져보네요.
그간 풀천지 가족의 근황을 전해봅니다.^^
올 겨울은 유난히도 매서운 추위가 몰아 닥쳤었네요.
평생을 한국의 시베리아라고도 불리울만큼 혹독한 추위를 자랑하는
봉화 산골의 칼바람을 견디며 살아오신 토박이 농부님들도
살면서 이번 겨울만큼 추운적이 없었던거 같다는 말씀을 하실정도 였으니까요.
흐르는물조차 모두 얼어버려 봉화 전체에 비상이 걸렸었습니다.
날마다 소방차, 살수차가 동원되어 급수를 하고
통째로 얼어버린 춘양 상수도 수원지를 깨느라 포크레인이 동원되었고
다른 동네들이 난리가 났을때도 잘 버텨주던 저희 마을 석현1리 상수원 역시
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흐르는 족족 얼어버려
100 년 가뭄에도 끄떡없던 깊고 맑은 계곡물이 한방울도 나오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힘든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고
현직 이장이신 아부지가 바빠지시기 시작했습니다.
군에서 면으로 소방서 차와 민간 살수차까지 총 동원되어
각 마을마다 뚝 끊겨버린 물을 보충해주기 위하여 비상이 걸린 시국에
얼어있는 상수원을 저와 함께 해머브레이커로 깨내기도 하며
설명절을 맞아 자식들이 찾아왔을때 물이 끊겨 동네분들이 마음상하실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춘양면장님의 아낌없는 지원과 염려에 힘입어 강추위의 위기를 무사히 넘겨낼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보낸 겨울 이었네요.
그리고선 추위가 한풀 꺾이고,
녹색농촌체험마을이 있는 산밭 낙엽송밭의 벌목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자꾸 우거져 가기도하고
여러모로 700 여평 밭에 낙엽송을 계속 놔두기보단
베어내고 정리하여 말끔한 땅을 만들어
앞으로 어떤일이던 원활하게 할수 있는 땅이 되는게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녹색농촌체험마을 건물이 가까워서 그냥 베어넘기기에는 위험하여
나무를 원하는 방향으로 밀어주고 무거운 생나무들을 옮길때도 용이하게
미니 포크레인을 이용해 안전하게 작업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미니 포크레인 자체가 워낙 작아 생각보다 힘을 못써 위험할때도 많지만
여러해동안 요령을 터득하여 효율적인 사용을 할수 있게 되었네요.
미니 포크레인과 더불어 최근들어 아주 재미있고 효과만점으로 사용하고 있는 유압도끼인데요,
역시 저렴한 가격으로 춘양농기계임대사업소에서 임대하였고
탁월한 성능과 편리성으로 풀천지 가족의 탄성을 자아내었습니다.
어지간히 두껍고 꼬인 통나무들도 쫙쫙 갈라져 나가니
도끼로 패는 낭만은 느낄수 없지만
나름 시원스런 쾌감은 느낄수 있었네요ㅎㅎ
수많은 땔감을 겨우내 도끼로 패어야 할 숙제를
몇일만에 해결할수 있어 큰 고생을 덜었답니다.
그리고 낙엽송밭에서 새로이 나올 땔감들을 또 창고에 채우기 위해
기존에 있던 땔감들을 정리하는 작업도 해야했으니 일석이조 였구요.
창고도 깨끗이 정리했으니
베어낸 나무들을 집으로 운반하기 위해 토막을 치고 있는 모습입니다.
12 자 짜리 각목을 이용해 재목과 땔감을 나누어 적당한 길이로 잘라
선별해서 쌓아두었지요.
평소엔 제가 기계톱질을 주로 하곤 했지만
포크레인 운전을 해야하다보니 풀천지의 성자 재현 형아가 열심히 기계톱을 잡아 주었네요.
...사진에 보이는 각목하나 들고있을뿐인 아부지의 모습이
상대적으로 너무 편안해 보이는건 여러분의 착각일 겁니다.
생각보단 힘들다고 주장하시는 일이거든요.^^
나이가 들어가시며 팔도 아프시고 여기저기 몸이 예전 같지 않으시다보니
힘든 일보단 지혜를 내어주시는 관리자의 역할이 잘 어울리시는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오랫동안 건강하시어 행복한 풀천지 농가생활을
긴 세월동안 함께 하실수 있기를...
점점 하얘지는 아부지의 머리칼을보며
점점더 무리하지 않으시게 배려해드리고 싶네요.
메주가 잘 띄워져 장담그는 날이 돌아왔네요.
정성스레 농사지은 풀천지 유기농 토종 메주콩을 선별하여
가마솥에 오랜시간 노그라지도록 푹 삶아
소나무 절굿공이로 잘 찧어 메주틀에 넣어 다져서
이쁜 메주를 만들고
황토 구들방에서 겨우내 함께 생활하며
건강한 미생물들과 더불어 하얀 곰팡이를 피우며 잘 발효된 메주를 깨끗이 헹궈내어
품질좋기로 유명한 신안의 최신일씨 염전의 여러해묵은 천일염을 사용하여
장담그는 전날 미리 염도 맞춘 소금물을 타두어 불순물을 가라앉히고
마무리로 볶은 참깨, 건대추, 건고추, 정화작용이 뛰어난 숯등
모두 풀천지에서 직접 농사지어 만든 유기농 재료들을 잘 갈무리해 두었다가
깨끗이 씻어 넣어 마무리하는 장담그기의 과정은
해년마다 맞이하는 한해 농사의 절절한 마무리이자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전령과도 같네요.
겉에 묻은 소금물 자국들도 꼼꼼하고 정성스런 어머니의 손길로 닦아 주시고나니
풀천지 대독에 올해 장담그기가 완료되었습니다.
된장, 간장, 고추장등이 사이좋게 익어가는 풀천지 장독대를보며
드디어 유난히도 고생스러웠던 겨울을 지나
새봄을 맞이하게 된 설레임을 안아봅니다.
점점 더 맛이 깊어가는 장독들이 든든하기만 하네요.
이상 변함없이 조용히 분주했었던 풀천지 가족들의 겨울나기, 그리고 봄맞이 소식을 전해드려 보았구요
오늘 저녁은 고추장아찌와 마늘, 양파를 이용한 맛있는 파스타 요리를 하러 가보아야겠습니다.
풀천지를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회원님들의 이번 겨울은 어떠셨는지요~
항상 감사드리고 즐거운 봄맞이 되시길 바래봅니다.
첫댓글 굉장히 힘든 겨울을 보내셨네요..
이곳 순천도 작년에는 얼지 않았던 수도가 얼어 터져버리고.끼깡나무도 동해로 고사해버리는 등 작년과는 비교조차 불가한 겨울을 보냈네요..
평정님도 고생이 많으셨군요.
소빙하기가 찾아올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마당에
앞으로 점점 심해질 기후변화의 재앙이 걱정이네요.
착취를 기반으로한 잘못된 사회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우리의 후손들이 어떤 세상을 살게 될지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풀천지 식구들처럼 지속가능한 삶에대한 실천만이
대안이 되어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