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469) - 2016 해파랑길 770 이음단 기행록(3)
1. 온산에서 태화강으로(온산읍 – 태화강다목적공원 27km)
5월 10일(화), 종일 비가 내린다. 아침 7시, 숙소 옆의 태정 식당에서 백반을 들었다. 계란 프라이를 더 주고 숭늉이 구수하다. 인근 공단에서 일하는 이들이 주된 손님인 듯, 우리 외에도 손님이 많다. 트럭을 받쳐놓고 식사하는 이들도 있고.
비가 내려 스트레칭을 생략, 판초우의와 우산 등 장비를 갖추고 빗길을 나섰다. 울주군 온산에서 울산 남구 방향으로 큰 길 따라 한참 걸어가니 자전거 전용도로가 나타난다. 자전거 길로 한 시간여 걸어 청량운동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한참 걸으니 울산광역시 남구에 이른다. 넓은 공원지대의 산길로 접어들자 지원 팀에서 간식(찰떡과 과자)을 나눠준다. 비가 와서 마땅히 쉴 곳이 없다.
솔마루공원 입구에서 비맞으며 간식을 드는 모습
공원입구에서 간식을 들고 언덕을 오르니 쉽게 끝나는 길이 아니다. 오르막이 끝나는가 하면 다시 오르막, 한참 오르니 가파른 계단길이 나타난다. 숨이 차서 헐떡이며 간신히 고개에 오르니 능선이 길게 이어진다. 함께 걷는 이에게 지나온 길을 물으니 솔마루라는 대답, 내리막을 타고 광장에 이르니 맑은 호수가 보인다. 선암호수공원, 바위에는 선암호수를 찬탄하는 어느 시인의 글이 새겨져 있다. 이곳을 찾는 이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호수공원 길이 아름답고 쾌적하다. 그 길이 끝나니 다시 언덕길이 시작된다. 한참을 힘들게 걸어 정상에 이르니 신선산체육시설이라는 표지가 보인다. 아, 이 지역은 신선산이로구나. 멀리 뻐꾹새 소리 들리고 힘들게 오른 건너편 솔마루와 아름다운 선암호수가 눈앞에 펼쳐진다. 고개 마루에 박스로 세운 ‘숲속 작은 도서관’이 아담하다. 함께 걷는 중국인 왕펑 씨가 ‘와우’하며 흥미롭게 이를 살핀다. 중국에는 그런 것이 없는 모양, 공원을 산책하며 책을 벗 삼는 것도 행복한 일이리라.
중국에서 온 왕펑씨와 함께, 유일한 외국참가자다
신선산에서 내려와 도로변으로 나오니 육교를 통하여 울산대공원으로 연결된다. 공업도시로만 알았던 울산에 이처럼 큰 녹지지역이 있는 줄 미처 몰랐다. 울산대공원을 한참 오르내리는 동안 누군가 흥얼거리는 가락에 공감이 간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외로운 길 나그네 길, 외로운 나그네는 아니지만 끝이 없는 산길이라서. 산길 걷는 동안 오후 1시가 넘었다.
오후 1시 20분에 공원 옆의 손칼국수 식당에 들어가 콩국수를 들고 오후 2시 넘어 다시 솔마루 공원 걷기가 이어진다. 한 시간 넘게 걸어 정상의 정자에 이르니 태화강을 끼고 흐르는 울산 시내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높이 오르니 내려오는 거리도 길다. 태화강 전망대쪽의 큰 길에 내려오니 오후 4시 반, 강변을 따라 한참 걸어 목적지인 태화강다목적공원에 이르니 오후 5시가 넘었다. 걸은 거리는 27km. 산길이 절반 넘었으니 평지로 치면 30km도 훨씬 넘는 거리다.
솔마루 정상에 올라 주변 경관을 카메라에 담는 일행들
이곳에서 숙소(오페라하우스)까지 다시 25분, 여장을 풀고 따뜻한 물로 몸을 씻으니 빗길에 시달린 몸이 개운하다. 숙소 옆의 식당(밥집)에서 오징어매운탕으로 저녁을 들고나니 우중의 하루일과를 마친 셈, 미끄러운 산길을 무사히 걸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우리의 기상 캐스터가 내일은 쾌적한 날씨라고 알려준다. 저녁 식탁에서 ‘동해안 해파랑길’이라는 책을 나눠준다. 저자(이영철)의 친필 사인, ‘동해안 해파랑길과 함께 행복하세요.’ 천기는 흐렸지만 심기는 맑은 하루, 두루 감사하며 행복한 길 걸으리라.
* 발이 아파 걷기 불편한 두 분이 병원에 다녀왔다. 의사의 진단은 갑작스러운 과부하 걷기로 생긴 근육긴장이라니 다행이다. 평소 걷기가 부족한 젊은이들(20대가 10여명 된다)이 더 힘들어한다. 열심히 일하느라 운동부족인 친구들이여,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하여 체력관리에도 신경 쓰시라.
2. 울산의 명소 거쳐 일산해변으로(태화강다목적공원 – 일산해변 29.8km)
5월 11일(수), 아침에 흐리다가 종일 맑은 날씨다. 6시 40분에 전날 저녁식사를 한 식당에서 아침(다슬기탕)을 들고 7시 반에 숙소를 출발하여 태화강다목적공원으로 향하였다. 스트레칭에 이어 매일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이윤희 대원, 날마다 명사들의 좋은 글을 소개하는 명단심 대원 등의 미담사례를 소개한 후 ‘최고의 길, 해파랑깊! 힘차게 걷자, 걷자, 걷자’를 외치고 5일째 걷기에 나섰다.
보무도 당당하게 태화강변을 걷는 모습
날씨가 쾌청하고 기온도 적당하여 발걸음에 힘이 붙는다. 잠시 후 태화강변의 십리대밭에 이른다. 구 삼호교에서 용금소에 이르는 4.3km의 대밭, 울창하게 자란 대숲 사이로 걷는 행진이 운치 있다. 대밭 지나 태화루 거쳐 내황교 다리아래서 휴식하며 팜로드, 카스타드 등의 간식을 들고 강변길을 내쳐 걸으니 아산로에 이른다.
아산로 입구의 큰 표지판에 적힌 글이 마음에 든다. ‘아산로, 도전과 개척정신으로 국가와 울산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아산 정주영을 기리는 길입니다’ 2년 전 이 길을 지나며 본 것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전에 걸었던 강변길은 기억이 흐릿한데. 그렇다. 사람이 걸어간 길이 자연의 길보다 또렷하게 각인되는 것, 경제가 어려운 상황을 지켜보며 그가 나라와 사회를 위해 크게 기여한 경제인이었음을 되새긴다.
아산로 옆의 넓은 공간에 수출용 자동차가 수없이 도열하여 배에 실리기를 기다리는 현장을 지나니 점심 장소(대가어탕)에 이른다. 진한 국물의 어탕을 맛있게 들고 12시 20분쯤 오후 걷기에 나섰다. 잠시 후 염포산으로 오르는 산길, 30여분 걸으니 2년 전에 개통한 울산대교전망대에 이른다. 잠시 휴식하며 울산대교를 중심으로 강 양쪽에 우뚝 선 한국경제의 견인지역을 바라보는 감회가 별다르다. 어려운 경제를 되살릴 일꾼들이여, 일어나라.
염포산 등반 중 강호갑 총대장이 계절에 맞는 시 한수를 읊는다. 박목월의 윤사월.
‘송화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분위기가 달아오르니 우스개도 등장한다. 그 중 하나, 신인섭 대원이 말한다. ‘수학시간에 선생님이 학생에게 이른다. 포기는 배추를 셀 때 쓰는 용어, 수학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 시간 반 쯤 산길을 걸은 후 염포산에서 내려와 방어진으로 접어든다. 방어진배수지 앞의 그늘에서 잠시 휴식, 지원 팀에서 준비한 오린지를 하나씩 들고 해안으로 향하였다. 섬을 매립한 곳인가, 섬마을이라 표시된 어촌으로 이어진다. 길 안내판에는 이곳 해안에서 대왕암까지를 대왕암공원지역이라 새겼다.
고래잡이로 유명한 방어진 해안을 돌아보며
파도 소리 요란한 해안 길 따라 대왕암에 이르니 관광객들로 붐빈다. 바위사이를 연결한 육교 건너 대왕암 끝부분까지 돌아보고 다시 해안 따라 20여분 걸으니 일산해변에 이른다. 오후 4시 10분, 29.8km를 걸었다. 날씨 좋고 비교적 평탄한 길이라 일찍 도착한 셈, 확 트인 해변을 바라보는 숙소(MVG모텔)의 전망도 좋아 금상첨화다.
숙소에서 10여분 거리의 식당(한우국밥)에서 저녁을 들고 돌아오니 아직 해지기 전, 한결 여유로운 시간이다. 지인들에게 사진도 보내고 손자의 재롱을 영상으로 담은 카톡도 살피며 느긋한 기분이다. 울산에서 고위공직에 있던 친구는 스마트폰의 사진을 받아보며 ‘현직에 있었다면 한 턱 쏘았을 텐데’라는 답, 말씀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비오는 날 힘들게 걸었더니 쾌적한 날 기분 좋게 걸었네요, 초반의 고비 넘겼으니 즐겁게 걸읍시다. 방어진 해안에 들어서며 영상 팀과 기자단의 젊은이들이 ‘푸른 하늘 맑은 해 파란 바다를 끼고 걷는 해파랑길, 즐거운 길’이라며 즉석 퍼포먼스를 벌인 것처럼.
* 한 가지 안타까운 사연, 이창재 대원이 무릎이 아프다며 걷기를 포기하고 귀향하였다. 그가 보낸 메시지, ‘부끄럽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합니다. 준비가 소홀하였던 탓이겠지요. 앞으로 큰 교훈으로 삼겠습니다. 저 외에는 한 사람도 이탈 없기를 바라겠습니다. 단장님, 대장님을 비롯하여 이음단 전원 행복한 골인을 응원합니다. 거듭 용서바라고 다음에 뵐 수 잇는 기회 있기를 희망합니다.’ 모두들 아쉬운 마음, 심신의 안정을 취하고 이를 교훈 삼아 더 좋은 기회 가지시기 바란다.
첫댓글 이음단의 열정은 비오는 날에도 식지 않았었군요??
^^빨간 우비속 대원들의 모습이 즐겁게만 보입니다. (저도 비맞고 걷는것 디게 좋아하지 말입니다.ㅋ)
이00 대원님의 도중하차는 아쉽네요. 얼마나 마음이 어려우실까도 싶습니다. ^^힘내시고 다음엔 꼭 완주하셨다는 소식도 들려주세요.
이번엔 홀로 가셨나요?
권00님이 안보이시네요, 독립하신거 맞습니까??ㅋㅋ
오늘도 해파랑길을 걷고 계실터...컨디션 조절 잘 하셔서 끝까지 화이팅 하세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