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두터비 파리를 물고
무명씨
두터비 파리를 물고 두험 위에 치달아 서서
건넌산 바라보니 백송골(白松鶻)이 떠 있거늘 가슴이 끔찍하여
풀덕 뛰어 내닫다가 두험 아래 나자빠지고
모쳐라 날랜 낼싀망정 어혈(瘀血)질 번하괘라
♣어구풀이
-두터비 : 두꺼비가
-두험 : 두엄. 풀이나 짚같은 것을 쌓아서 썩힌 거름, 퇴비(堆肥), 거름 무더기
-치달아 : 위로 향하여 달려, ‘치’는 강세 접두사
-백송골(白松鶻) : 굳세고 날랜 매의 한가지. 송골매,
-있거늘 : 있기에
-자빠지거고 : 자빠졌구나. ‘거고’는 과거 감탄형
-모쳐라 : 마침, 아차!
-날랜 : 동작이 날쌘
-낼싀망정 : 나이기 망정이지
-어혈(瘀血) : 몹시 매를 맞거나 심하게 부딪혀 속으로 피가 뭉쳐서 생기는 병.
멍드는 것.
-번하괘라 : 뻔하였구나. ‘괘라’는 감탄형 어미
♣해설
-초장 : 두꺼비가 파리를 거름 무더기 위쪽으로 향하여 달려 올라가 서서
-중장 : 먼 건너 산을 바라다 보니 무서운 흰 송골매가 떠 있거늘 가슴이 섬뜩하여
갑자기 펄쩍 뛰어 나가다가 거름더미 밑으로 굴러 떨어졌구나.
-종장 : 아차! 내 동작이 날랬으니 망정이지 둔했더라면 다쳐서 멍이 들 뻔 했구나.
♣감상
이 지소는 서민들의 노래로 우리나라 양반의 비굴성(卑屈性), 즉 약육강식(弱肉强食)
을 풍자한 것이다. 이 내용은 둔한 자가 실수를 하고도 자기 합리화(合理化)를 꾀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풍자한 것이다. 그러나 그 속뜻은 그 당시의 사회상(이조 말기의
사회상)을 동물을 의인화하여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는 것을 역력히 엿볼 수 있다.
두꺼비가 파리를 잡아 먹으려고 하고 있음은 위정자(우리나라 양반, 또는 시골 양반)가
약한 서민(파기같은 목숨이란 말로 표현한데서 얻은 착상)을 착취하며 못 살게 굴지마는
송골매라고 하는 외세(外勢) 앞에서는 꼼짝 못하는 꼴, 혹은 약자를 잡아 먹는 강자 위
에는 그 강자를 잡아 먹는 더 강한 자가 있다는 사회상을 희화(戲畫)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작가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