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책걸이떡
어릴 적 나에겐 ‘책걸이떡’이 그리 생소하지 않았다. 할아버님께서 훈장님이셔서 제자들이 千字文이나 童蒙先習, 小學 등 책을 한권 다 떼면 學童의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책걸이떡’을 머슴 지게에 지우고 지게 목발에는 술병을 달아 스승님께 보내는 게 일상이어서 우리 큰집에는 떡이 비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나도 국민학교(초등학교)에 입학해 순이 철수 바둑아 바둑아...라는 국어책을 다 배웠다고 하자 어머니께서 “그래, 우리아들 ‘책걸이떡’해주어야지.” 하시며 ‘책걸이떡’을 만들어 주셨다.
‘책걸이떡’은 좀 별난 떡이다. 요즈음 市中에 나온 반달 모양의 ‘바람떡’이 바로 ‘책걸이떡’이다. 사람은 궁량(窮量)이 넓어야지 속이 꽉 막히면 안되기 때문에 반달 모양의 속이 빈 ‘책걸이떡’을 만들어 주셨다. (내고향 안동에서는 '바람떡'이라 하지 않고 '망두떡'이라 불렀다.)
‘책걸이떡’을 만드는 순서는 쌀가루를 빻아 속이 빈 바람떢을 만드는데 맨 처음 만든 떡은 아주 소중히 구별이 가능하게 소반의 한쪽에 둔다. 그리고 먹을 만큼 바람떡을 만든다. 다음 채반에다 가지런히 바람떡을 올리는데 맨 처음 만든 떡을 채반의 한가운데 눈에 띄게 올려서 찐다. 떡이 다 쪄지면 볶은 콩가루를 묻히면 완성이다.
평소 같으면 맨 먼저 어른께 드릴 걸 그릇에 담지만 ‘책걸이떡’은 學童이 제일 우선이다. 學童에게 줄 떡을 제일 먼저 담고 그 그릇의 가운데에 유념해 처음 만든 떡을 올려 學童으로 하여금 처음 만든 떡(이걸 우리 고향에서는 ‘수지’라고 했다.)을 먹게 한다.
다음으로 스승님께 드릴 걸 한 양푼 담고 그 다음이 집안 어른께 드릴 걸 담는다. 이런 대우를 처음 받아 본 學童은 저절로 공부를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각오를 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소개하는 글로 보아 우리 조상님들이 학문하는 걸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29년간 勤續한 성동초등에서 이 ‘책걸이떡’을 소개 했더니 학기말이나 학년말에 교실마다 ‘책걸이떡’ 파티가 열렸다. 콩가루를 묻힌 바람떡은 아니지만 어머니들이 경쟁적으로 아이들이 좋아할 떡집 떡을 사다가 떡 파티를 열었다. 그 떡을 먹으면서 학생들은 어머니의 바램을 느끼고 자라가는 것이다.
아래 사진은 바람떡인데, 우리 어무이께서 만들어 주신 '책걸이떡'은 모양은 같으나 완전 흰색이고 겉에 노랑 볶은콩가루고명을 입혔다.↓
첫댓글 좋은 자료 잘 보았습니다. 성동초등은 사립인 모양이구나...29년을 근속할 수 있었으니...참 좋았겠다. 나는 7군 13개국민하교를 돌아다녔는데...
맞네, 사립초등...
우리 학교 설립자는 1906년대에 크게 히트한 영화 '이 생명 다하도록'의 산 주인공 김기인 예비역 육군대령인데
영화의 주연이 김진규와 최은희, 아역으로는 전영선이었지.
영화 주제가에 나오는 노랫말이......"이생명 다바쳐서 당신만을 섬기리라 섬기오리라"
당시 극장 안을 눈물바다로 만든 대표적 영화...
@달아래 좋은 학교에 오랫동안 근무하여서 좋은 일 많이 하였구나.
바람떡 난 처음듣는 떡이름이네.
서당에 다닌적도 없고
내고향 의성 안사면(1992년이전 신평면)에는 서당도 없었기에 떡이름은 모르고 자라다가 사범학교때 채거리떡이라는 이름을 들었지.
바람떡 속이 텅빈 떡 도량이 넓으라는 뜻 참 좋은 떡이름임을 알겠네.
속이 빈 바람떡!!!
그 빈 속의 크기가 무한대여서 우주도 다 담을 수 있다고 들었다네.
속이 좁은 사람을 "그놈 밴댕이 속 같이 옹졸하구나!!!"라 놀린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