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_서역의 미소 ●지은이_안현심 ●펴낸곳_시와에세이 ●펴낸날_2024. 4. 25
●전체페이지_112쪽 ●ISBN 979-11-91914-57-3 03810/신국판변형(127×206)
●문의_044-863-7652/010-5355-7565 ●값_ 12,000원
말랑말랑하면서도 견고한 삶의 시편들!
안현심 시인의 시집 『서역의 미소』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침향」, 「분명하다」, 「파파피네」 등 73편의 시와 「시와 삶의 합일을 위하여」 라는 시인의 삶과 문학의 길에 대한 시인의 산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라도 가시내가
낯선 보도블록에 풀씨로 날아들어
이마 반듯한 사내를 만나지 못한 것도
늦서리 무렵
문학 이론서를 읽어야 했던 것도
한데 사람이 짊어져야 할
멍에였을까
겨울로 들어서지 못한 십일월처럼
골목 어귀를 서성이던 발목
그 설움이
눈을 맑혔구나
네 시를 키웠구나
―「가시내와 시」 전문
“상급학교에 진학하겠다고 악다구니하는 가시내”(「형부와 카스텔라」)인 시인은 문학이 유일한 자기 치유 의 과정임을 일찌감치 알았다. 시는 “사람이 짊어져야 할/멍에”인 줄 모르고. “겨울”에 “골목 어귀를 서성이”듯 고독을 견뎌내고 “갯벌에 묻혀 숨 쉰/아득한 시간”(「침향(沈香)」) 동안 지혜를 키워낸 시인은 홀로 “문학 이론서를 읽”으며 문학에 대한 “눈을 맑”혀냄과 동시에 봄에 홀로 싹을 피우는 새싹처럼 시인 만의 “시를 키”워 냈다.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할머니를 돌보면서 음식을 만들고
집안 청소를 했어요
출렁거리는 파마머리, 꼭 끼는 티셔츠
하이힐을 신고 나다니다가
인형을 만들고 옷을 지어 입히며
소꿉놀이도 했지만
여성으로 인정받지 못해
고독하게 늙어가요
나는
누구일까요?
―「파파피네」 전문
“쉽게 읽히지만 그 여운은 길게 가는 시를 쓰고 싶었다“는 시인의 시 철학이 고스란히 엿보이는 작품이다. 또 좋은 시는 거짓되지 않아야 한다는 시인의 굳은 믿음이 드러난다. ”고독하게 늙어“가는 시인은 여성으로 인정받지 못해“ ”늙어“가지만 ”쓸모없어지기 전“(「또 있을까」)에 벌써 11권의 시집을 출간하였다. 말랑말랑하면서도 견고한 뼈다귀 하나 품고 있는 시, 한 편을 읽고 나면 다음 작품이 궁금해 단숨에 읽히는 시집이다.
”협곡을 구르는 급류처럼/울퉁불퉁 덜컹덜컹/소란스러웠“던 불편하고 컴컴했던 지난날은 ”올봄엔/가시 없는 장미가 피고“지고 ”벌 나비 날아“(「시인의 말」)드는 봄이 되었다. 그리고 시와 삶은 아름답고 가치 있고 문학이 주는 치유의 메시지를 이번 시집을 통해 전한다.
시인은 삶과 분리된 시를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한다. 줄곧 지향하고 써왔던 문학의 길, 삶을 가지치기한 오늘도 곁에 남은 것은 문학과 삶과 시뿐이다. 시인에게 시는 죽는 날까지 손잡고 갈 도반이자 스승인 셈이다. 앞으로도 좋은 시를 낳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고, 시로 인해 읽는 독자들의 삶도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믿는다.
---------------------------------------------------------------------------------
■ 차례
시인의 말·05
제1부
봉정암·13
수렴동 계곡·14
서하묘지의 소녀·15
가시내와 시·16
조화·17
비닐 망태·18
돌고래에게·19
동지(冬至)·20
초저녁 풍경·21
비행기·22
침향(沈香)·23
선생님을 위하여·24
형부와 카스텔라·25
다시 만나요·26
파미르의 꽃·27
제2부
샤먼춤·31
고비의 운전기사·32
분명하다·33
신기루·34
아기와 구름·35
함부로·36
하얀 불탑·37
홍고린 엘스·38
다리강가·39
구름 유빙(流氷)·40
망아지·41
고비사막·42
수우도의 어린 왕자·43
사월의 숲·44
유범이에게·45
제3부
서역의 미소·49
레이니어 산·50
브라이스 계곡·51
라스베이거스·52
인디언의 기도·53
해바라기길·54
자연 그림판·55
대지(大地)·56
금빛 첨탑·57
호양나무·58
파리·59
바빌론의 노래·60
둥글게·61
크리스마스·62
제4부
석이버섯·65
물이끼·66
앙간비금도(仰看飛禽圖)·67
검은 나비·68
어른 아이·69
겨울 산·70
두꺼비 왕국·71
엄마의 실꾸리·72
또 있을까·73
작은싸리재·74
온전히·75
뒤웅박·76
순정을 베인 후·77
언제부터일까·78
북해도 편지·79
제5부
혼자서·83
왜·84
얼음 장수·85
검은 소금·86
두 갈래 길·87
치파야 사내·88
콩고강 어부·90
축치족의 별·91
고무골·92
살림꾼·93
모수오족 남자·94
파파피네·95
숫눈길·96
흘리마을·97
고원(孤園)·98
시인의 산문·99
■ 시집 속의 시 한 편
타클라마칸사막에는
바람길 따라 묻혔다 나타나는 도시
단단위리크가 있는데요
갈대로 엮고 진흙을 바른 벽에
힘찬 붓놀림으로 그린 벽화가
참 아름답지요
철사를 둥글게 구부린 듯
굵은 얼굴 윤곽선
먼 곳을 응시하는 듯 아슴한 눈빛
보살의 미소는
극락이 들어앉은 우물,
사막에 생명을 키운
연꽃이었죠
―「서역의 미소」 전문
■ 시인의 말
협곡을 구르는 급류처럼
울퉁불퉁 덜컹덜컹
소란스러웠지만
훌쩍이며 다독이며 손잡고 걷다 보니
만두피처럼 보드라워진 입술,
올봄엔
가시 없는 장미가 피고 졌어요
벌 나비 날아들어
숨바꼭질했어요
2024년 4월
안현심
■ 표4(약평)
문학은 내게 무엇이었을까?
첫 시집부터 정독하며 여정을 점검하는 동안
뼛속이 저릿저릿 아려왔다.
신음도 크게 내지 못한 채
걸어가는 발자국마다 핏물이 낭자했다.
그렇다.
나는 살기 위해 시를 썼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는 방법으로써 시를 써왔다.
문학은 생명을 갉아먹고 탄생하는 눈망울일까.
내줄 듯 내주지 않는 악마의 미끼일까.
_「시인의 산문」 중에서
■ 안현심
전북 진안에서 태어나 한남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하였다. 2004년 『불교문예』로 시인이 되고, 2010년 『유심』으로 문학평론가가 되었다. 시집 『그래서 정말 다행이에요』 외 9권과 시선집 『남편이 집을 나갔다』, 에세이집 『현심이』, 문학평론집 『바이칼호수, 샤먼바위를 그리워하다』, 현장강의록 『안현심의 시창작 강의노트』 등을 출간하였다. 풀꽃문학상젊은시인상, 한성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남대학교 교양교육대학 강의전담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롯데문화센터 대전점에서 시창작강의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