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외 1편
최병근
쓸모는 밥상을 부른다
수저도 대기 전에
진즉부터 포만해져서
놓여 있는
그릇들
그릇된 자들은
입이 젤로 크다
여섯 살 적
할머니 흰 귀밑머리 아래서
큰 그릇 될 거여
배부를수록
그릇은 빈다
모처럼
최병근
풍경소리 들으러 갔다 거기
한바탕 싸움이 있었다
와중에 누군가 대장간에라도 다녀왔는지
사천왕 작두 창칼이 춤추고
목이 잘린 말들
말들이 히힝 울었다
경마장이 아니었는데
재갈을 물리고
오도 가도 못하는
첩첩산중
결가부좌로 포박당한 부처가
유리안치 되었다
일곱 걸음만 걸을 수 있게 해다오
연꽃 위에서 이슬과 노는
개구리나 되게
누구의 명이던가
붉은 장삼을 두른 나무들이
대웅전 지붕 위에
단지한 손가락을 불쏘시개로 던져
불을 질렀다
발치 사하촌에서
방아 찧는 소리가 났다
----박용숙 외, 애지사화집 {멸치, 고래를 꿈꾸다}에서
최병근 시인은
충남 보령에서 태어났고,2020『애지』,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바람의 지휘자』『말의 활주로『먼지』가 있으며
2021년 청주시인상 수상, 2022년 전국 계간지 문예연구 우수작품상 수상
2022 충북문화재단 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선정
2023∼ 애지문학회장 수행
이메일 : cbgaa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