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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제원건(尖齊圓健)
붓이 갖춰야 할 네가지 미덕으로, 붓이 뾰족해야 하고, 붓끝을 눌러 잡았을때 가지런 해야 하고, 먹물을 잘 머금어야 하고, 탄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尖 : 뾰족할 첨(小/3)
齊 : 가지런할 제(齊/0)
圓 : 둥글 원(囗/10)
健 : 굳셀 건(亻/9)
첨제원건(尖齊圓健)은 붓이 갖춰야 할 네 가지 미덕이다. 첫째는 첨(尖)이다. 붓끝은 뾰족해야 한다. 끝이 가지런히 모아지지 않으면 버리는 붓이다.
둘째는 제(齊)다. 마른 붓끝을 눌러 잡았을 때 터럭이 가지런해야 한다. 터럭이 쪽 고르지 않으면 끝이 갈라져 획이 제멋대로 나간다. 붓을 맬 때 빗질을 부지런히 해서 터럭을 가지런히 펴야 한다. 한쪽으로 쏠리거나 뭉치면 쓸 수가 없다.
셋째가 원(圓)이다. 원윤(圓潤) 즉 먹물을 풍부하게 머금어 획에 윤기를 더해줄 수 있어야 한다. 한 획 긋고 먹물이 다해 갈필이 나오거나 먹물을 한꺼번에 쏟아내 번지게 하면 못쓴다. 또 어느 방향으로 운필을 해도 붓이 의도대로 움직여주어야 한다.
넷째는 건(健)이다. 붓의 생명은 탄력성에 있다. 붓은 가운데 허리 부분을 떠받치는 힘이 중요하다. 종이 위에 붓을 댔을 때 튀어 오르지 않고 퍼지면 글씨를 쓸 수가 없다. 탄성이 너무 강하면 획이 튀고, 너무 없으면 붓을 일으켜 세울 수가 없다.
이 네 가지 요소를 갖춘 붓을 만들려고 족제비 털 황모와 다람쥐 털 청모(靑毛), 노루 겨드랑이 털 장액(獐腋), 염소털 양모(羊毛), 그 밖에 뻣센 돼지 털과 서수필(鼠鬚筆) 등 다양한 짐승의 털을 동원했다.
빳빳한 토끼털로 기둥을 세우고, 청모나 황모로 안을 채우며, 족제비 털로 옷을 입힌 붓을 최상으로 쳤다. 털의 산지도 가렸고 채취 시기가 가을인지 봄인지도 따졌다.
붓만 그렇겠는가? 사람도 마찬가지다. 물러 터져 사람 좋다는 소리만 들어서는 큰일을 못한다. 사람도 끝이 살아 있어야 마무리가 차지다. 행동에 일관성이 있고, 행보를 예측할 수 있어야지, 이리저리 튀면 뒷감당이 안 된다.
또 원만하고 품이 넓어야 한다. 공연히 팩팩거리기만 하고 머금어 감싸 안는 도량이 없으면 아랫사람이 따르지 않는다.
뒷심이 있어 부하의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상관의 부당한 압력에는 튀어 오르는 결기도 필요하다. 눈치만 보다 제풀에 푹 퍼져서는 큰일을 맡을 수 없다.
붓만 좋다고 글씨가 덩달아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도구를 잘 갖추고 바른 자세로 피나는 연습을 쌓아야 한다.
▶️ 尖(뾰족할 첨)은 회의문자로 小(소)와 大(대)의 합자(合字)이다. 뿌리가 굵고 끝이 뾰족한 것이 전(轉)하여, 뾰족하다의 뜻이 되었다. 그래서 尖(첨)은 ①뾰족하다 ②날카롭다 ③작다 ④거칠다, 격렬하다 ⑤꼭대기, 정상(頂上) ⑥봉우리, 산봉우리 ⑦끝, 날카로운 끝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끝 단(端)이다. 용례로는 물건의 뾰족한 끝을 첨단(尖端), 날카롭고 뾰족함을 첨예(尖銳), 뾰족한 탑을 첨탑(尖塔), 몹시 뾰족한 산봉우리를 첨봉(尖峯), 끝이 뾰족하고 둥긂을 첨원(尖圓), 끝이 뾰족하고 날카로움을 첨리(尖利), 아래로 뾰족한 물건의 맨 끝을 첨미(尖尾), 관절에 고장이 생겨 발뒤꿈치가 땅에 닿지 않는 병적인 발을 첨족(尖足), 끝이 뾰족한 형상을 첨형(尖形), 끝이 뾰족한 괭이를 첨궐(尖鐝), 붓을 달리 이르는 말을 첨노(尖奴), 끝이 뾰족한 물건을 첨물(尖物), 끝이 뾰족하고 가늚을 첨세(尖細), 송곳을 첨자(尖子), 여행 중에 잠깐 머물러 쉬거나 음식을 먹는 곳을 첨처(尖處), 좁은 소매를 첨수(尖袖), 칼 끝을 검첨(劍尖), 칼의 끝을 도첨(刀尖), 혀의 끝 부분을 설첨(舌尖), 발의 앞 끝을 각첨(脚尖), 약제 따위의 뾰족한 끝을 떼어 버림을 거첨(去尖), 뾰족탑에서 탑의 맨 위의 뾰족한 부분을 탑첨(塔尖), 가늘고 뾰족함을 세첨(細尖), 사상이나 행동 따위가 급진적으로 됨을 첨예화(尖銳化), 뾰족하고 둥근 형체를 첨원체(尖圓體), 가늘고 긴 물건이나 돌출한 곳의 가장 끝 부분을 최첨단(最尖端) 등에 쓰인다.
▶️ 齊(가지런할 제, 재계할 재, 옷자락 자, 자를 전)는 ❶상형문자로 斉(제)의 본자(本字), 䶒(재)와 동자(同字)이고, 齐(제)는 간자(簡字), 亝(제)는 고자(古字)이다. 곡물의 이삭이 가지런히 돋은 모양을 본떴다. ❷상형문자로 齊자는 '가지런하다'나 '단정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齊자는 亠(돼지해머리 두)자와 刀(칼 도)자와 같은 다양한 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갑골문에서의 齊자는 매우 단순했었다. 齊자의 갑골문을 보면 곡식의 이삭이 나란히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곡식이 가지런히 자라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후에 글자의 획이 복잡해지기는 했지만, 갑골문에서는 곡식을 가지런히 그려 '가지런하다'나 '단정하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래서 齊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대부분이 가지런함과 관계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齊(제)는 중국 춘추시대에 산둥성(山東省) 일대에 있던 나라의 뜻으로 가지런할 제의 경우 ①가지런하다(제) ②단정하다(제) ③질서 정연하다(가지런하고 질서가 있다)(제) ④재빠르다, 민첩하다(제) ⑤오르다(제) ⑥같다, 동등하다(제) ⑦좋다, 순탄하다(제) ⑧다스리다(제) ⑨경계하다(제) ⑩지혜롭다(제) ⑪분별하다(제) ⑫이루다, 성취하다(제) ⑬섞다, 배합하다(제) ⑭약제(藥劑)(제) ⑮배꼽(제) ⑯한계(限界)(제) ⑰삼가는 모양(제) ⑱제나라(제) ⑲가운데(제) ⑳일제히, 다 같이(제) 그리고 재계할 재의 경우 ⓐ재계하다(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다)(재) ⓑ공손하다(재) ⓒ엄숙하다(재) ⓓ삼가다(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재) 그리고 옷자락 자의 경우 ㉠옷자락(자) ㉡상복(上服: 윗옷. 위에 입는 옷)(자) ㉢제사에 쓰이는 곡식(자) ㉣꿰매다(자) ㉤예리하다(자) 그리고 자를 전의 경우 ㊀자르다(전) ㊁깎다(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집안을 바로 다스리는 일을 제가(齊家), 여러 사람이 다 같이 소리를 질러 부름을 제창(齊唱), 어떤 행동이나 동작을 일제히 함을 제거(齊擧),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모두 바침을 제납(齊納), 반열을 정돈하여 가지런히 함을 제반(齊班), 여러 사람이 다 같이 분개함을 제분(齊憤), 여러 사람이 다 같이 정성을 바침을 제성(齊誠), 여러 사람이 다 같이 큰 소리로 호소함을 제유(齊籲), 큰 일을 의논하기 위하여 여러 사람이 한 자리에 모여 앉음을 제좌(齊坐), 여럿이 일제히 떨쳐 일어남을 제진(齊振), 여럿이 한 자리에 모임을 제회(齊會), 한결같이 가지런함을 제균(齊均), 금전이나 물건 등을 균등하게 나누어 줌을 제급(齊給), 일제히 길을 떠남을 제발(齊發),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일제히 소리를 지름을 제성(齊聲), 마음을 한 가지로 함을 제심(齊心), 가지런히 열을 지음을 제열(齊列), 남편과 한 몸이라는 뜻으로 아내를 이르는 말을 제체(齊體), 음식을 눈썹 있는데까지 받들어 올린다는 뜻으로 부부가 서로 깊이 경애함을 일컫는 말을 제미(齊眉), 밥상을 눈썹 높이로 들어 공손히 남편 앞에 가지고 간다는 뜻으로 남편을 깍듯이 공경함을 일컫는 말을 거안제미(擧案齊眉), 자기의 몸을 닦고 집안 일을 잘 다스림을 이르는 말을 수신제가(修身齊家),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라는 뜻으로 약한 자가 강한 자들 사이에 끼여 괴로움을 받음을 이르는 말을 간어제초(間於齊楚), 제나라를 공격하나 이름만 있다는 뜻으로 어떠한 일을 하는 체하면서 사실은 다른 일을 함을 이르는 말을 벌제위명(伐齊爲名), 온갖 꽃이 일시에 핀다는 뜻으로 갖가지 학문이나 예술이 함께 성함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백화제방(百花齊放), 듣고 본 것이 아주 좁고 고루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자성제인(子誠齊人),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의 죄를 일제히 꾸짖음을 이르는 말을 제성토죄(齊聲討罪), 중국의 제나라 동부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어리석어서 그 말을 믿을 것이 못 된다는 뜻으로 의를 분별하지 못하는 시골 사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제동야인(齊東野人), 두 마리의 봉황이 나란히 날아간다는 뜻으로 형제가 함께 영달함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양봉제비(兩鳳齊飛), 토지의 크기나 덕이 서로 비슷하다는 뜻으로 서로 조건이 비슷함을 이르는 말을 지추덕제(地醜德齊), 제나라도 섬기고 초나라도 섬긴다는 뜻으로 양쪽 사이에서 이렇게 하거나 저렇게 하지도 못하여 난감한 상황을 이르는 말을 사제사초(事齊事楚), 월나라와 제나라에서 미인이 많이 나온 데서 미인을 이르는 말을 월녀제희(越女齊姬) 등에 쓰인다.
▶️ 圓(둥글 원, 화폐 단위 엔)은 ❶형성문자로 圎(원), 円(원)은 통자(通字), 圆(원)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큰 입구 몸(囗; 에워싼 모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員(원)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음(音)을 나타내는 員(원)은 둥글다의 뜻으로 나중에 수를 세는 말로 쓰였고, 둥글다의 뜻으로는 圓(원)이라고 쓴다. ❷회의문자로 圓자는 ‘둥글다’나 ‘원만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圓자는 囗(에운담 위)자와 員(수효 원)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員자의 갑골문을 보면 鼎(솥 정)자 위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둥근 솥을 응용해 ‘둥글다’라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員자는 본래 ‘둥글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후에 員자가 ‘수효’나 ‘인원’이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囗자를 더한 圓자가 ‘둥글다’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圓(원, 엔)은 (1)둥글게 그려진 모양이나 형태. 동그라미 (2)한 평면 위의 한 정점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는 점의 궤적 및 그 궤적이 이루는 도형. 그 정점을 원의 중심, 궤적을 원둘레, 중심과 원둘레 위의 점을 연결하는 직선을 반지름이라 이름 (3)1954년 2월 15일에 행한 통화 개혁 전의 화폐 단위의 하나. 1전(錢)의 100배 (4)엔(일본 통화의 단위) 등의 뜻으로 ①둥글다 ②온전하다 ③원만하다 ④둘레 ⑤동그라미 그리고 ⓐ화폐 단위(엔)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둥글 단(團),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모 방(方)이다. 용례로는 일이 거침 없이 잘 되어 나감을 원활(圓滑), 일이 되어감이 순조로움을 원만(圓滿), 둥근 탁자를 원탁(圓卓), 둥글게 빛나는 빛을 원광(圓光), 둥근 형상을 원형(圓形), 무르익음이나 매우 숙련됨을 원숙(圓熟), 둥근 널빤지를 원판(圓板), 귀를 둥글게 귀접이한 제목을 원각(圓角), 둥근 바닥을 원저(圓低), 모든 일에 빠짐없이 통달하고 있음을 원통(圓通), 원의 둘레를 원주(圓周), 둥근 테두리의 부분을 원국(圓局), 둥글게 만든 먹을 원묵(圓墨), 원만하게 갖춤을 원비(圓備), 둥글게 난 상처를 원상(圓傷), 어느 지역의 전부를 일원(一圓), 반 동그라미를 반원(半圓), 모난 것과 둥근 것을 방원(方圓), 끝이 뾰족하고 둥긂을 첨원(尖圓), 둥근 것이나 가정이 원만함을 단원(團圓), 높은 하늘을 고원(高圓), 지름이 같은 원을 등원(等圓), 둥근 구멍에 모난 막대기라는 뜻으로 사물이 서로 맞지 않음을 원공방목(圓孔方木), 통나무로 베개 삼아 경각한다는 뜻으로 밤잠을 자지 않고 학문에 힘씀을 원목경침(圓木警枕), 머리를 박박 깎은 무리라는 뜻으로 승려를 홀대하여 이르는 말을 원로지도(圓顱之徒), 둥근 머리에 모진 발 곧 사람을 원두방족(圓頭方足) 등에 쓰인다.
▶️ 健(굳셀 건)은 ❶형성문자로 徤(건)의 본자(本字), 徤(건)은 통자(通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建(건)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음(音)을 나타내는 建(건)은 높이 서는 일, 人(인)은 사람, 사람이 씩씩하고 힘참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健자는 '건강하다'나 '굳세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健자는 人(사람 인)자와 建(세울 건)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建자는 길을 설계하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길을 설계하다'나 '세우다'라는 뜻이 있다. 마차나 사람이 다니는 길은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도록 튼튼하게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健자는 이렇게 '길을 세운다'라는 뜻을 가진 建자에 人자가 결합해 길을 튼튼하게 설계하듯이 사람의 몸이 '튼튼하다'라는 뜻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健(건)은 ①굳세다 ②건강하다 ③튼튼하다 ④꿋꿋하다 ⑤군사(軍士)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굳셀 간(侃), 굳셀 강(剛), 굳셀 경(勁), 편안 강(康), 굳셀 강(彊), 굳셀 환(桓), 굳셀 의(毅), 강철 강(鋼)이다. 용례로는 병이 없이 좋은 기능을 가진 상태에 있는 것을 건강(健康), 건강하고 온전함을 건전(健全), 튼튼한 다리를 건각(健脚), 씩씩하고 착실함을 건실(健實), 씩씩한 사나이를 건아(健兒), 음식을 맛있게 많이 먹음을 건식(健食), 보고 듣는 것을 자꾸만 잊어버림을 건망(健忘), 몸이 튼튼하고 기운이 셈을 건장(健壯), 건강하게 잘 있음을 건재(健在), 잘 먹음이나 많이 먹음을 건담(健啖), 건장한 말을 건마(健馬), 건전한 국민을 건민(健民), 웬 만한 일에도 송사하기를 즐겨함을 건송(健訟), 건장한 사나이를 건부(健夫), 잘 걷는 걸음을 건보(健步), 건강한 부인을 건부(健婦), 좋은 건강 상태를 건승(健勝), 씩씩하고 용감하게 잘 싸움을 건투(健鬪), 글씨를 힘 있게 잘 씀 또는 그런 사람을 건호(健豪), 건강을 잘 지켜 온전하게 하는 일을 보건(保健), 마음이 곧고 뜻이 굳세며 건전함을 강건(剛健), 기력이 튼튼함을 강건(康健), 품위가 있고 기운참을 아건(雅健), 아주 잘나고 굳셈을 호건(豪健), 꾸밈이 없이 성실하고 굳세고 씩씩함을 이르는 말을 실질강건(實質剛健), 봄 추위와 노인의 건강이라는 뜻으로 모든 사물이 오래가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춘한노건(春寒老健), 꾸밈없이 착실하고 심신이 건강함을 이르는 말을 질실강건(質實剛健)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