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여 부디 눈을 돌려 주시오.
이 글은 출판 저널에 올린 이사장의 원고입니다.
기업들이 지금까지 공연이나 구단 (球團)을 키워왔으면서도
모든 문화의 기초가 되는 문학에 대하여 관심이 부족한 듯해서 쓴 글입니다.
기업들이여 부디 눈을 돌려 주시오
정연희(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희한한 민족이었다.
수없이 침략을 당하고 짓밟혔어도,절대로 망가지거나 허물어지지 않는
정신문화를 이어온 민족이었다. 우리나라.대한민국.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이념전쟁(理念戰爭)을 치르고, 지금까지도 아물지 않은 상처를 안고
있는 민족. 일본의 독 묻은 이빨에 물려 식민지 백성으로 묶여 있던 우리는
해방직후, 90% 이상의 문맹률에 묶여 있었다.
해방직후 우리의 GNP는 60불 남짓 그 막막하던 현실을 딛고 불과
40여 년 만에,우리나라는 전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88올림픽과,
대한민국!의 외침을 전 세계에 메아리치게 만든 월드컵 경기를 거뜬하게
치러낸 민족이었다. 한강의 기적, 눈부신 경제발전. 자원(資源)이라고는
없는 땅에서 오로지 두뇌와 열정,기술과 노력만으로 50여 년 만에
GNP 1 만 불로 올려 세웠다.
눈부신 수출 실적 위에 대학 진학률 세계 2위,
여성의 대학 진학률 세계 2위에 올라섰었다.
월드컵 경기를 위해서 경기장 하나에 6, 7천억이 드는 경기장을
열 여섯인가를 삽시간에 지어낸 실력이 과시 되었었다.
8강 4강을 응원하기 위하여 , 누구의 지시 없이도 수 십 만 명이 모여
세계를 뜨겁게 닳게 만든 응집력도 보여 주었었다.
그렇게 치닫던 우리가 이제 맞닥드린 것은, 사교육비(私敎育費) 몇 십 조,
공교육도 길을 잃고, 정치가들의 끝없는 도둑질과 거짓말,
술 소비량은 전 세계 1위, 청소년 흡연률 세계 1위를 기록, 날로 늘어나는
범죄율과, 예절도 상식도 전통도 가치관도 찾아보기 힘든 어지러운 나라로
전락해 가고 있다.
원인을 찾아야 한다.
구텐베르그 보다 2 백년이나 앞서 금속활자를 만들어 쓰고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과학적 문자로 인정 받는 한글을 쓰고 있는 나라,
8만자에 이르는 중국의 한자(漢字)가 800여 종류의 발음으로 언어 사용을
하고 있고, 72자의 일본 글자가 125개의 발음으로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24자의 한글로 무려 2700여 종류의 발음이 가능한 놀라운 언어를 쓰고 있는
우리가 왜 이렇게 타락한 백성이 되고 말았는가.
원인을 찾아야 한다.
책을 읽지 않는 백성, 역사의식이 지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루에도 수 백, 수천종류의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잠깐 떠돌다 마는 입 소문처럼 휴지가 되고 마는 현실에,
출판사와 서점이 하루에도 수십 개 씩 허무하게 도산하고 있지 않은가.
문학 독자가 감소되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미국도 30년 전에 비헤 문학독자 수가 30%나 줄었고 그 추세가 계속되면서,
문학시장의 잠재 독자 수효가 2천만에 육박한다는 통계와 함께 '집중력 있는
독자와 상상력의 성장이 지체되는 국가적 위기'임을 발표했다.
현대인은, TV, 비디오 취미, 전자오락 탐닉,상품광고의 홍수, 폭력영화,
섹스물 범람 등, 디지털 시대의 통제 불가능한 정보의 홍수에 휩쓸려, 정돈된
사고력과 자연질서 속에서 조화를 이루던 의식(意識)을 잃고 죽는 줄도 모르고
익사 하고 있다. 인간의 존재조건을 속도(速度)나 풍요, 편리에 두는 한 문학은
살아 남을 수 없으며, 문학 작품이 시들어 죽는 다면 인류도 미래를 약속
받을 수 없는 것.
이 기막힌 현실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우리는 영혼의 양식(糧食)거리를
목숨 걸고 찾아야 한다.
2천 여 년,나라도 없고 국토도 없이 떠돌던 이스라엘 민족이 어엿하게
살아남아, 지구상에서 어느 민족 보다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은
그들의 언어로 쓰여진 성서(聖書)한권의 위력임을 알아야 한다.
성서의 시편(詩篇)을 능가하는 문학이 있는가.
그들의 토라는 이스라엘 민족의 영혼의 양식이었고
신악성경은 인류 역사의 숨결이었다.
우리의 글, 우리의 정신,우리의 전통 우리의 역사를 다시 일으켜야 한다.
영혼의 양식이 될 작품이 돈으로 쓰여진 예는 없었다.
작가의 작업은 골방에서 스스로에게 승부를 거는 고독한 작업이다.
그러나 우리는 시대 조류에 휩쓸려가면서 소설이나 문학 작품을 냉소로
제쳐 두고, 작가나 시인은 어릿광대만큼도 눈 여기지 않게 되었다.
돈으로 작품이 쓰여지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잃는다면
설자리가 없지 않은가.
문학지(文學誌)가 몇 있으나 작가들의 수효에 비하여 발표 지면은 형편없다.
협회에서 문학지를 만들어 회원들의 작품을 발표하는 경우, 문예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원고료로는 원고지 한장에 3000원도 안 되는 구슬픈 현실.
그나마 잡지 제작비 는 회원들의 회비로 충당한다고 하지만,
받아보는 책 값도 안 되는 연 회비 10만원도 버거워서 납부를 못하는 회원이
태반이다.
협회운영비는 간데 없고, 진흥원에서 보태주는 행사비라는 것도 눈물겨운 것.
어떻게 하다가 문인들이 이렇게까지 관심밖으로 밀려 난 천대의 대상이
되엇는가.
하다 못해 기업들은 각기 야구며 농구 등 구단 (球團)을 만들어 선수들을 키우고,
공연장도 만들어 각가지 공연을 유치하면서도, 문화의 근본이 되는
문학에 대해서는 외면해 왔다.
우리는 거대한 문명의 전환기 앞에 서 있다.
환경 문제며 민생,국가 간의 갈등 등. 민족이 의연한 자세로
스스로를 지키지 않고는 살아 남을 길이 없는 절박한 상황 앞에 서 있다.
전 세계가 무너져 가고 땅이 꺼진다 해도 영혼을 정금같이 갈고 닦는
문인들이 쓴 작품을 읽게 만들 수만 있다면, 나라도 민족도 인류도
멸망의 길을 비켜 갈 수 있을 것이다.
월드컵 경기장 공사비의 몇 천 분의 1, 아니면 기업들이 구단 (球團)을
키우는 비용 중에 몇 백 분의 101라도 문학을 가꾸는 일에 관심 해 준다면,
우리나라의 문학 풍토는 완연하게 달라질 것이다.
소설가의 방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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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출판계도 어렵고 판매하고 있는곳도 어려운 실정임을 공감합니다..기업도 참여를 해야하고 독서 인구도 늘어야 하는데 인터넷 보급으로 더욱 책을 멀리하는 경향입니다..어쩔수없는 시대의 흐름이기도 합니다..불서도 마찬가지 입니다..성경이 베스트 일위에 올라가 있는것은 성경을사서 선물하는일이 많기 때문이지요
관세음보살~~~^^*()참으로 안타갑네요~문화가 없는 민족은 슬픔 민족이란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허나 문화가 있음에도 가꾸지 못함엔 더 가슴 아픈 일이지요.부디 모든게 다~잘 이뤄지도록 합장드려 봅니다.나무아미타불~~~^^*()
입으로 먹는 양식은 아끼질 않고 마음으로 먹는 양식에 대한 인색한 현실은 실로 안타까운 심정일 뿐 입니다.
얼마전 사랑의 도서판매전을 했지요. 수익금은 년말에 불우소년소녀 에게 장학금을 준답니다. 그런데 책을 사면서 하는말 "지난번에 산책도 않읽었다" 는 말을 너무도 아무렇치않게 하는 분들을 보며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