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시리아 접경지, 84년만의 최악지진 덮쳐
규모7.8 사망 최소1797명
튀르키예 남동부 도시 지진 강타… 무너진 건물 잔해 속 생존자 구조 6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남동부 아다나 도심에 이날 새벽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가 산처럼 쌓여 있다. 구조 대원들이 잔해에 깔린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다. 이날 튀르키예 남동부와 시리아 북부 일대를 강타한 규모 7.8의 강진으로 현지 시간 오후 4시 30분(한국 시간 오후 10시 30분) 기준 최소 1797명이 숨지고 74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지진이 새벽 시간에 발생한 데다 현지의 기상 악화와 낙후된 인프라로 구조도 더뎌 사상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다나=게티이미지
튀르키예(터키) 남동부와 시리아 북부 일대에서 6일(현지 시간)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오후 4시 30분(한국 시간 오후 10시 30분) 기준 최소 1797명이 숨지고 7400여 명이 다쳤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지진이 새벽 시간에 일어난 데다 많은 사람이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려 사상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진이 계속되고 있고 폭설과 강풍 등 현지의 기상 악화 또한 구조를 어렵게 하고 있다.
튀르키예 당국은 이날 오전 4시 17분 남동부 가지안테프 일대에서 지진이 발생한 후 수십 차례의 여진이 뒤따랐다고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현지 시간 오후 1시 기준)까지 91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5385명이 부상을 입었고 사상자가 얼마나 늘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고도 했다. 2011년부터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시리아에서도 최소 783명의 사망자와 20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국영 사나통신 등이 전했다. 인근 레바논과 사이프러스 등은 물론이고 1000km 이상 떨어진 이집트 카이로에서도 지진이 감지됐다.
CNN 등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약 3만 명의 사망자를 낸 1939년 지진 이후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84년 만의 최대 규모 지진이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새벽 4시 지진, 규모7 넘는 여진 연타… “재앙 상황” 사상 급증
튀르키예-시리아 규모 7.8 강진
아비규환… “한 명이라도 더” 6일 새벽 튀르키예 역사상 84년 만에 최악의 지진이 발생한 남부 아다나주 아다나에서 구조대가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 주민을 구출하고 있다(위쪽 사진). 이 지진은 이날 튀르키예 남부와 맞닿은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 아즈마린도 강타했다. 아즈마린 주민들이 완전히 붕괴된 건물 잔해를 뒤지며 생존자를 찾고 있다(아래쪽 사진). 이날 튀르키예 남부 가지안테프 누르다지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8 강진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최소 1797명이 숨졌고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아다나·아즈마린=AP 뉴시스
“모든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갇혔다. 현재 상황은 재앙이다.”
‘화이트 헬멧’으로 불리는 시리아 민병대 관계자가 6일 영국 가디언에 전한 지진 당시의 참혹한 상황이다. 이날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 국경지대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현지 시간 오후 4시 30분(한국 시간 오후 10시 30분) 기준 최소 1797명이 숨지고 74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진이 오전 4시대에 발생해 잠을 자던 주민들이 대피 기회를 놓쳤고, 시리아에서는 2011년부터 계속된 내전의 여파로 사회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키웠다. 폭우, 폭설, 강풍 등 현지의 기상 악화 또한 구조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부상자들이 각 병원 응급실로 몰려들면서 가뜩이나 열악한 현지 의료체계 또한 붕괴 직전이라고 알자지라 등이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잠옷 바람으로 뛰쳐나온 후 건물 잔해에 깔린 가족을 찾기 위해 울부짖는 주민, 완전히 파괴된 도심의 영상 등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히로시마 원폭 32개 규모
레바논서도 놀라 대피 6일 튀르키예 남동부와 시리아를 강타한 강력한 지진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도 감지된 가운데 베이루트에 사는 한 가족이 집 밖으로 대피해 있다. 레바논 각지의 상당수 주민들은 지진 우려로 집이나 건물에서 나와 야외에 머물렀다. 베이루트=AP 뉴시스
튀르키예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17분 약 210만 명이 거주하는 남동부 가지안테프에서 약 33km 떨어진 곳에서 강진이 발생했다. 이후 인근 지역에서 수십 차례 여진이 계속됐다. 중부에서도 규모 7.5의 여진이 발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규모 7.8 지진의 위력은 TNT 500Mt(메가톤)에 해당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32개와 맞먹는 규모다. 84년 전인 1939년에도 튀르키예 북부 에르진잔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해 3만 명 이상이 숨졌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으로 1000∼1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확률을 47%로 추산했다. 10억 달러(약 1조2500억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확률 또한 34%로 내다봤다.
지진이 대도시 인근에서 발생했고 곳곳에서 여진이 끊이지 않자 주민들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구조 대원이 여진을 우려해 건물 진입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진이 최소 수개월 동안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고 CNN은 전했다. 구조 속도도 더디다. 최대 도시 이스탄불, 수도 앙카라에서 피해 지역으로 향하는 비행기 또한 악천후로 운항이 상당수 취소됐다. 특히 가지안테프에는 폭설이 내린 후 기온이 크게 떨어져 살아남은 사람들도 추위에 떨고 있다. 이 지역은 제조업, 농업, 가죽공예 등이 발달한 곳이어서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내전에 지진까지 덮친 시리아
내전에 지진까지 덮친 시리아의 상황은 더 처참하다. 가디언은 반군이 대부분 장악했지만 정부군과의 교전이 끊이지 않는 북부 이들리브가 주요 피해 지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알레포, 하마 등 반군이 장악한 도시는 원래도 의료시설이 열악한 데다 주민 대부분이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이거나 실향민이다. 이 와중에 지진으로 도로가 끊기고 단전과 단수도 이어지고 있어 주민들의 고통이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화이트 헬멧 측은 “안전한 대피소조차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정부군은 더 이상의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 공습을 보류해 달라고 촉구했다.
여진에 따른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댐의 균열, 홍수 발생 가능성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튀르키예와 비교적 가까운 유럽 주요국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속속 지원에 나섰다. 이탈리아는 지진 발생 직후 남부 해안에 쓰나미 경보를 내렸다 철회했다. 다만 해안가 주민들에게 더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고 당국의 추가 공지를 기다리라고 밝혔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김수현 기자, 윤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