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3당, 이상민 탄핵안 발의… 대통령실 “李, 어떤 법 위반했나”
민주당, 불발 나흘만에 당론 채택
8일 표결 가결땐 첫 국무위원 탄핵
소추위원 與소속… 헌재 인용 미지수
野 “인용 될것” 與 “총선서 野심판”
탄핵안 제출하는 野 3당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 민주당 박주민 의원(왼쪽부터)이 6일 국회 의안과에 탄핵소추안을 제출하는 모습. 야 3당은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장관 탄핵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 3당이 6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책임을 묻겠다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탄핵안은 국회법에 따라 8일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가결 시엔 헌정 사상 첫 국무위원 탄핵소추 사례다.
대통령실은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불쾌감을 내비쳤다. 국민의힘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풍토를 내년 총선에서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한 차례 불발 끝 당론 채택
야 3당 소속 의원 176명은 이날 “이 장관이 재난·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위치에서 사고 예방 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사고 후에도 재난대책본부를 바로 가동하지 않는 등 참사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며 탄핵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12월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지 두 달여 만이다.
한동훈 손잡은 이상민 6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이 장관은 ‘72시간 후면 집에 가셔야 되는데 집에 가서 무엇을 할 생각이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그런 말씀에 대한 답변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김재명 기자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뒤 72시간 이내에 표결하도록 한 국회법에 따라 탄핵안 통과 여부는 8일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을 위해 잡힌 본회의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촉구하며 이날 탄핵안을 표결에 부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야 3당이 함께 발의한 만큼 김 의장이 표결에 올리지 않기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탄핵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150명) 찬성 시 가결된다. 169석의 민주당만으로도 충분히 통과시킬 수 있다.
민주당은 앞서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탄핵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2일 “탄핵 후폭풍을 어찌 감당할 거냐”는 일부 의원들의 반발로 당론 채택이 불발된 지 4일 만이다. 당 지도부는 주말 새 의원들을 추가로 접촉하고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 관계자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탄핵 관련 모바일 찬반 투표도 거쳤는데 83%가 찬성했다”고 했다.
다만 이날 의총에서도 전혜숙 의원(3선)은 20%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당론으로 채택하는 절차적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결 시 여당 의원이 탄핵심판 검사 역할
탄핵안이 8일 가결될 경우 이 장관의 직무가 즉시 중지되고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간다. 탄핵 심판에서 검사 역할을 맡는 탄핵소추위원은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맡는다. 야권에서 탄핵소추의 실효성이 사실상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여야는 즉각 ‘여론전’에 돌입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헌재가 ‘대통령과 달리 다른 공직자는 파면해도 그로 인한 영향은 적다’고 판시했다”며 “헌재가 충분히 인용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169석이라는 숫자의 힘으로 헌재의 담벼락을 넘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사퇴할 의향이 있느냐’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의 질문에 “현재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과연 이 장관이 어떤 헌법, 법률에 대해 중대한 위반을 했는지”라며 “이런 식의 탄핵이 추진된다면 헌정사에서 굉장히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헌법 전문가들도 지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많은 헌법 전문가들이 말하는 걸 대통령실이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박훈상 기자, 신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