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풍선격추, 양국정상 노력에 타격” 美 “잔해분석 후 추가대응”
中, 美대사 초치 등 ‘엄정교섭 제기’
일부선 “모기 잡는데 대포 쏴” 조롱
美, 수거자료 복원 ‘정찰 목적’ 조사
상원, 中정찰자산 전체 보고회 예정
‘정찰풍선 격추’ 게재한 LA의 中신문 5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차이나타운의 중국어 매체 1면에 하루 전 미 공군이 격추한 중국 정찰풍선의 사진이 실렸다.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 고위 간부를 초치하며 격추에 항의하자 미국 상원 또한 이 사안을 다룰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맞서는 등 양국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중국 정부가 자국 정찰풍선을 격추한 미국에 “중국 이익과 존엄성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며 외교라인을 통해 공식 항의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이르면 7일(현지 시간) 의회에 이번 사태를 포함해 중국의 미국 감시정찰 활동을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中 “풍선 격추, 미중 정상 합의에 타격”
중국 외교부는 6일 “미국이 무력으로 중국 민간용 무인 비행선을 기습한 것에 대해 5일 셰펑(謝鋒)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중국 정부를 대표해 주중 미국대사관 책임자에게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엄정 교섭 제기’는 대사 초치 등 외교 경로를 통한 공식 항의를 뜻한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당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12월 대만에 대규모 무기 지원 내용을 담은 국방수권법안(NDAA)의 미 의회 통과 당시 “엄중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셰 부부장은 미국 측 인사에게 격추된 풍선이 ‘민간용 무인 비행선’이라면서 “미국은 중국의 발표를 못 들은 체하며 미 영공을 곧 떠날 민간용 비행선에 고집스럽게 무력을 남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미 정상의 (지난해 11월) 회담 이후 양국 관계를 안정화하려는 양측의 노력과 과정에 엄중한 타격을 주고 해를 끼쳤다”며 항의했다.
미중 간 고위급 소통 채널을 복원하기로 한 미중 정상 합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미국에 사태 확산을 막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셰 부부장은 “긴장 국면을 확대하는 추가 행동을 하지 말기를 미국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중국 일부 인터넷 매체와 소셜미디어에서는 중국 풍선이 세계 최강 방공망을 뚫고 미국 영공에 진입한 것 자체가 ‘중국 승리’라는 취지의 글이 퍼지고 있다. 미국이 풍선 격추에 최신 전투기 F-22를 동원했다며 “모기 잡기 위해 대포를 쐈다”는 조롱도 나왔다.
●美 추가 대응에 속도… “中, 美 정찰기 위협할 수도”
미국은 정찰풍선 잔해 수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거된 자료를 복원해 이 풍선이 미 핵심 군사기지 정찰을 목적으로 한 사실을 확인하고 추가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6일 “중국군 전략지원부대가 관리하는 네이멍구자치구 위성 발사기지에서 (정찰풍선을) 쐈다는 정보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 부대는 정찰위성을 통해 미 핵무기 시설 등을 감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의회 소식통은 CNN방송에 “의회 (상·하원 여야 원내대표 등 지도자 모임인) 8인회 브리핑이 이르면 7일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9일 청문회를 열어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 전반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은 자국을 위협하는 중국 감시정찰 실태 전반을 대대적으로 점검하고 대응에 나설 태세다. 조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는 5일 폭스뉴스에 “중국 정찰풍선이 4개월 전에도 하와이 해변에서 태평양으로 추락했다”고 말했다. 15일 미 상원에도 정찰풍선 사건과 함께 중국 감시정찰 자산 전체에 대해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강경한 보복 조치에 나설 확률은 낮다고 보고 있다. 다만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 군도)에서 미국 정찰기 위협 비행이나 무인기 격추를 시도한다면 군사적 긴장이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베이징=김기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