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번호판 장사’ 퇴출… 화주 처벌 없앤 표준운임제 도입
당정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파업 쟁점이었던 안전운임제 폐지
표준운임 산정위 공익위원 늘려
野“안전운임 유지” 법개정 난항 예고
정부와 여당이 지난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쟁점이었던 ‘안전운임제’를 폐지하고 화주 처벌 조항을 없앤 ‘표준운임제’ 도입을 추진한다. 화물차 기사에게 2000만∼3000만 원씩 받고 번호판만 빌려주는 이른바 ‘번호판 장사’를 하는 지입 전문 회사는 60여 년 만에 시장에서 퇴출한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6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개최하고 표준운임제를 도입하는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은 “실제 일하지 않고 국가 면허를 독점해서 중간에서 수익을 뽑아가는 기생 구조를 타파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재명 기자
국토교통부와 국민의힘은 6일 국회에서 당정 협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두 차례 이어진 화물연대 파업 이후 정부가 화물산업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겠다고 한 데에 따른 후속 조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실제 일하지 않고, 국가 면허를 독점해서 중간에서 수익을 뽑아가는 기생 구조를 타파하겠다”고 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과 화물연대는 기존 안전운임제 유지를 내걸고 있어 법 개정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화주 처벌조항 없앤 ‘표준운임제’
새로 도입되는 표준운임제는 안전운임제와 달리 화주가 운수회에 주는 운임은 가이드라인을 주되 기존 안전운임제와 달리 자율 협상해 정하도록 한다. 처벌 조항(건당 과태료 500만 원)도 삭제했다.
그 대신 화물차 기사의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운수사-차주 간 운임은 현행대로 강제한다. 어길 경우 시정명령으로 시작해 3회 위반 시 최대 2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표준운임제는 2025년까지 3년간 일몰제로 도입한다. 안전운임제처럼 컨테이너와 시멘트 화물차 기사에 한해 적용하고, 성과 분석 뒤 지속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운임제 운영 체계도 개편한다. 운임 산정 시 설문조사에 의존한 방식 대신 납세액, 유가보조금 등 공적 자료를 활용해 객관성을 높일 계획이다. 표준운임을 정하는 위원회도 기존 안전운임제가 화물차 기사와 운수사의 이해관계가 일치해 이들이 사실상 운임을 결정하는 구조라는 판단에 따라 공익위원을 늘리기로 했다.
●번호판 장사만 하는 지입 전문 회사 퇴출
운송 업무는 하지 않고 화물차주로부터 지입료만 받는 지입 전문 회사는 시장에서 퇴출한다. 지입제는 운송사에 개인 소유 차량을 등록해 일감을 받아 일한 뒤 보수를 지급받는 제도로 일본 영향을 받아 1960년 전후부터 화물운송 산업에서 뿌리 깊게 이어진 관행이다. 현재는 신규 면허를 받아 화물차 기사로 일하는 것이 어려워 지입 전문 회사들이 화물차 기사들에게 번호판만 빌려주고 사용료를 챙기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지입 계약 체결 시 기사가 지급한 2000만∼3000만 원 수준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거나 차량을 바꿀 때 도장값 명목으로 600만∼700만 원을 받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국토부는 운송 실적이 없는 지입 전문 회사를 조사해 화물 운송사업용 번호판을 회수할 계획이다.
동시에 2004년부터 유지한 화물차 면허 총량 규제는 완화한다. 화물차 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운송사는 자유롭게 화물차를 증차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불법이나 탈세 등을 저지른 운송사는 면허 회수 조치가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해 지입 전문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표준운임제 도입과 지입제 폐지 방안은 모두 법 개정 사안으로 향후 국회 통과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당정은 이달 중 ‘화물운송 개혁법안’을 발의하고 3월 중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이 안전운임제 유지를 요구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직까지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와 운송사의 반발도 예상된다. 화물연대는 지입제 폐지에는 찬성하지만, 표준운임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화물연대는 이날 “화물 운송 제도 ‘개악안’을 폐기하고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안전운임제 연장 법안을 우선 처리하라”며 반발했다.
최동수 기자, 주애진 기자, 권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