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는 일본에 있는 43개 현 중 세 번째 크기를 자랑한다. 면적이 넓다보니 같은 현 안에서도 태평양과 마주하는 ‘하마토오리’와 내륙 산간 지방인 ‘아이즈’ 그리고 두 지역의 중간 지대인 ‘나카토오리’ 등 세 지역으로 구분된다. 해안지방부터 내륙 산악 지방을 두루 거느리고 있는 지리적 특징 탓에 후쿠시마는 현 내에서도 기후와 생활, 문화가 차이를 보일 정도로 다채로운 표정을 지니고 있다.
스키 매니아 후쿠시마에서 황제가 되다
■ 설질 좋고 슬로프는 한적
울산에 46년만의 최고치인 10.1cm의 폭설이 내린 지난 16일 후쿠시마에도 10년만의 폭설이 내렸다. 덕분에 그렇지 않아도 눈 많은 후쿠시마의 마을과 거리는 온통 눈으로 가득하다. 유난히 눈 없는 겨울을 보내고 있는 한국의 스키어들에게는 더 없이 반가운 소식. 아직 홋카이도나 나가노에 비해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겨울이면 평균 적설량이 3~4m에 이르는 후쿠시마는 이미 일본 내에서는 손꼽히는 스키 여행지다.
단순히 눈만 많이 내리는 것이 아니다. 눈을 보면 눈송이부터 뭉쳐보는 이들에게 후쿠시마의 눈은 실망스럽다. 건조해서 잘 뭉쳐지지 않는 이 곳 눈은 눈사람 만들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스키나 보드 매니아에게 습기없이 보송보송한 파우더 스노우는 생각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참기 힘든 유혹이다. 게다가 슬로프에는 누구도 스쳐가지 않은 새하얀 눈이 고스란히 쌓인 채 스키어들을 기다리고 있다.
후쿠시마에는 25개의 스키장이 운영되고 있는데 대부분 1000m 이상의 고 지대에 위치하고 있고 동해안에서 오는 바람을 산이 막아 많은 눈을 내리게 하기 때문에 11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스키를 탈 수 있다. 너도밤나무가 아름다운 그란 데코(Gran Deco) 스키장은 우라반다이의 자연을 최대한 이용한 리조트 스키장. 4000m의 롱 코스와 커브 사면 등 다양한 코스를 설정한 것으로 유명하며 초보자가 탈 수 있는 코스 길이도 3000m에 달한다.
붐비지 않고 여유롭게 스키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도 일본 스키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 수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서 얼음판 같은 슬로프를 타야하는 한국에 비하면 엠보싱에 넘어지듯 폭신한 이곳 파우더 스노우와 한가함은 초보 스키어들에게도 ‘황제 스키’의 감동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한다. 그란데코 스키장 측은 4000명까지 기다림 없이 바로 스키를 탈 수 있다고 자신했다. (www.grandeco.com)
이밖에 개장 10년을 넘긴 아르츠 반다이(ALTS Bandai)스키장은 좀더 스케일이 큰 스키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후쿠시마 현 내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아르츠 반다이는 11개의 리프트를 통해 총 29개의 슬로프를 이용할 수 있으며 각 코스는 반다이 산을 중심으로 네코마가타케, 마야타케산의 산자락에 걸쳐있다. (www.alts.co.jp)
이나와시로(Inawashiro) 스키장에서는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멋진 이나와시로 호수를 굽어볼 수 있다. 총 16개 코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환경파괴를 최소화 한 구조로 돼 있어, 일본 내 권위있는 스키잡지가 전국 10위권 이내로 평가할 만큼 관리도 잘 돼있다. (www.inawashiro-ski.com)
■ 온천과 겨울 골프의 어울림
후쿠시마의 겨울은 골퍼들에게도 즐겁다. 현 내에는 59개의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아이즈 지방에서 스키를 타는 겨울에도 하마토오리에서는 골프를 칠 수 있다. 이밖에 현 내에 130여 개의 온천이 샘 솟고 있어 스키나 골프를 마친 후에는 따뜻하게 피곤을 풀 수도 있다. 후쿠시마현에서도 탑 클래스에 속하는 크레스트힐즈 골프클럽(27홀)은 태평안 연안에 자리잡은 데다가 한국에서도 유명한 스파리조트인 ‘하와이안즈’가 인근에 있어 골프와 온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하와이안즈’는‘하와이’를 컨셉으로 꾸며진 스파리조트. 대형 돔 워터파크를 중심으로 온천 풀과 워터슬라이드 등 다양한 위락시설과 대형 노천온천들이 들어서 있어 온천과 스파에 관한 종합적인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66년 처음 개장한 이래 지속적인 시설투자를 통해 수영복을 입고 즐기는 스프링 파크와 옥외 스파 파레오, 에도풍의 노천탕 에도죠와 요이치 등 5개의 테마구역으로 재정비 됐다. 저녁 시간에는 워터파크에서 폴리네시안쇼가 열려 일본 속에서 잠시나마 하와이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하와인안즈는 일본식 객실과 일본식과 서양식의 혼합식 등 다양한 형태의 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호텔 중앙동에는 대형 유리창으로 장식된 온천이 새벽까지 여행객의 피로를 풀어준다. (www.hawaiians.co.jp)
■ 광과 라면의 도시, 기타카타
스키와 골프외에 후쿠시마의 이모저모를 돌아보려면 기타카타에서 시작할 것을 권하고 싶다. 쌀이 유명한 기타가타는 그 쌀을 맑은 물로 빚은 술과 술을 저장하기 위해 만든 광으로 더욱 유명하다. 흔히 기타가타에 대한 안내서를 보면 ‘광의 도시’라고 소개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광은 ‘물건을 넣을 수 있는 곳’, ‘술을 빚는 곳’ 등을 뜻하는 일본어 ‘쿠라’를 우리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기타카타의 광은 단순히 물건을 넣어두는 창고의 역할을 넘어 간장이나 된장을 담그고 보관하거나 손님을 맞이하고 차를 마시는 등 용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활용됐다.
예전 기타카타에서는 남자 나이 40이 될 때까지 자기의 쿠라를 만들지 못하면 변변치 못한 사람이라고 취급 받았을 정도. 덕분에 기타카타에는 약 2600채의 일본식 전통 광이 세워졌으며 상당수가 아직도 보존돼 있다.
면발을 꼬불꼬불하게 만들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지금은 삿포로, 하카타 라면과 함께 일본 3대 라면에 꼽히는 기타카타 라면도 별미다. 기타카타 라면은 굴곡진 면발 사이로 국물이 많이 딸려 오기 때문에 국물 맛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어 도쿄 등 외지의 관광객이 끊이질 않는다.
이밖에 후쿠시마현이 나은 세계적인 과학자 노구치히데요 박사의 생가가 보전돼 있는 기념관도 돌아볼만하다. 황열병 연구를 위해 일생을 바치다 결국 황열병으로 사망한 노구치히데요 박사의 얼굴은 지난 해 11월 일본의 1000엔짜리 신권에 새겨질 정도로 일본 내에서의 명성이 대단하다. 기념관에는 박사의 얼굴이 새겨진 신권 중 번호 2번이 소장돼 있다.
후쿠시마 글·사진=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취재협조=후쿠시마현 관광그룹 81-24-521-7287 www.pref.fukushima.jp 일본 JIC 서울사무소 02-725-8232
★ 후쿠시마 여행정보 아시아나항공이 인천-후쿠시마 노선을 운항 중이다. 후쿠시마 공항은 나리타 다음으로 도쿄와 가까운 국제공항으로 도쿄에서도 신간센을 이용해 1시간3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다. 겨울에는 스키와 인근 온천을 연결하거나 골프와 연계한 상품이 가능하다.
아이즈에 머문다면 다이와 로얄호텔(www.dai waresort.co.kr)의 체인 중 하나인 우라반다이 로얄 호텔을 권할만하다. 우라반다이는 그란 데코 스키장과 차로 5분 거리에 불과하며 객실이 넓다. 키티 캐릭터를 좋아하는 여성이라면 침대와 쇼파, 커튼, 벽, 화장실 변기 커버까지 헬로 키티 캐릭터러 꾸며진 우라반다이의 키티룸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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