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의 회상 / 김세영

<img src="https://t1.daumcdn.net/cfile/cafe/9999ED3D5F44C3A52C" class="txc-image" width="1024" style="clear: none; float: none;" border="0" vspace="1" hspace="1" data-filename="의자의 회상.jpg" exif="{}" actualwidth="1024" id="A_9999ED3D5F44C3A52C8909"/>  의자의 회상                김세영     폐가의 뒤편 묵정밭에 녹슨 의자 하나가 있다   곁의 사과나무가지에땀에 절은 모자가 걸려있고십자형 말뚝에기름때 묻은 셔츠가 걸쳐져 있다   흙투성이 피로에 삭은 육신이 앉았을, 저 의자   그을은 지푸라기가 희끗한 기억의 머리카락처럼의자 밑에 깔린 노동의 그늘 속에 흩어져있다   지상의 배추와 지하의 고구마 밭이었지삽질로 출렁거렸던 텃밭 위에서거룻배처럼 흔들거렸을거야, 저 의자   구월의 한낮, 뜨거운 햇볕에화장이 되고만 것일까? 그의 혼령은휘발성 강한 기파로 증발한 것일까?   사과를 베어 물고 앉았던 달콤한 낮잠의 엉덩받이였던 자리, 지금은집행장의 의자처럼 적막하다.   『포에트리 슬램』 6호 2020년 8월 게재-----------------------------------------   김세영:   2007년 「미네르바」 등단. 시전문지 『포에트리 슬램』 편집인, 시집: 『하늘거미집』『물구나무서다』『버드나무의 눈빛』 등한국의사시인회 고문, 시산맥시회 고문, 성균관의대 외래교수제 9회 미네르바 문학상, 제 14회 한국문협 작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