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짜리 달력이 달랑 한 장만이 남겨 지는 12월이 되면 왠지 마음이 초조해 지고 허허로워 진다.
무언가에 쫓기듯 그날 그날을 허겁지겁 산 것 같은데 내 손에는 아무것도 없고, 다만 초라한 모습만 거울 속에서
'허허'하고 웃는듯 우는듯한 표정만 남는것이 매우 씁쓸하다.
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 펴지고 내년도 달력인듯한 두루말이를 옆구리에끼고 동동 걸음질 치는 사람들이
눈에 뜨이면 벌써 해가 바뀔 시간이 다가옴을 실감한다.
더구나 친구들이 보내 주는 연하장이나 문자 메시지,한 해 마지막을 장식하는 전시회 팜플렛 등을 받으면
'에휴~ 또 한 살 먹게 생겼네...'.푸념이 늘어 진다.
날마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에 지쳐 있을 때,쉼표 하나 찍을 수 있는 날이 왔다.
부산 서란(김영자님)이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이었다. 퇴임후 경성대 평생 교육원에서 한국화를 다듬는다는 소식은
진작에 들었지만 회원전 소식은 처음이어서 내가 가슴이 두근두근하였다.
올해의 끝자락 26일에서야 가볼 수 있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세상으로 나온 그림들이 그녀의 모습을 닮은듯
단아한,기품서린 모습으로 나를 맞아 주었다.그렇게 서란의 분신들을 바라보며 옛생각에 잠겼다.
서란과 나의 만남은 사범 학교 합격하면서 시작되었다
낯 선 땅에 딸을 혼자 있게 하려니 불안해 지신 아버지께서 수소문 끝에 하동 서란의 집으로 무작정 찾아가서
우리 딸과 함께 지내게 해 줄 수 있느냐?고 하셨고 서란의 부모님은 쾌히 승락하셔서 3년 내내 같이 지내게 되었다.
서란은 언니처럼 나를 챙겨 주었었다. 볕 좋은 날이면 어김없이 네것 내것없이 이불 소독을 했고 일요일이면 교복
손질도 말끔하게 다려져 있었다. 미술 실기 시험땐 가끔씩 내꺼까지 그려 주었다. 그러나 서홍규 선생님은
서란의 붓 터치를 알고 계셔서 서란은 "수" 내 것은 "미"
입이 삐죽나온 나를 보고선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으시며 짓궂게 아주 작은 소리로 '그라믄 (가)라고 한데이"
하시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 한 것 같다. 아~ 옛날이여
올해의 끝자락을 아름다운 그림 전시회를 구경하는 것으로 마감할 수 있어 행복하다.
오늘은 2013년 끝날
TV에서는 연말 시상식이 요란하게 펼쳐 질 것이고 자정이면 달구벌 대종이 그 징한 소리를 내며 새해가 왔음을
알려 주겠지. 그리고 시청에서 쏘아 올리는 꽃불도 볼 수 있겠지. 시덥잖은 행사,연례행사라서인지 별로다.
그러나 아직도\기억하고 있는 송년이 있으니 첫발령을 받은 곳 경북 영주 부석에서이다
그날따라 밤새도록 눈이 내렸고 초가지붕에서 흘러 내리는 '사르륵 사르륵 '소리와 십리 바깥 부석사에서 울리는
쇠북 소리의 절묘한 화음은 송년의 깊은 뜻을 가슴에 품도록 해 주었다.
그리운 친구들아 새해에는 더욱더 건강하고 행복하며 평화가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신중년들이여 내년에도 아자아자 화이팅!!!
첫댓글 서란과의 깊은 인연을 알겠구먼,정말 평생 못잊을 큰인연이다.나이가 들면 옛친구들의 그리웠던 생각들이 문득문득 피어오르지,남은 인생,서란과 더 돈독해지도록 바라며,항상 건강하고 좋은글 잘 읽었다.
현자친구야 새해 복 많이받고 건강해라 그리고 자주보자
옛 추억 더듬은 글 잘 읽었소. 좋은 글들로 친구들의 마음 적셔 주기 바라오.
감미로운 글 잘 읽었소. 그대 글을 읽으면 햇살 좋은 봄날 양지에 앉아있는 느낌이 드오. 좋은 글 읽을 기회를 종종 주기 바라오.
현자 친구야, 소백산 근처 영주 산골에 발령받아 가서 밤에는 곰이 나와 방문을 한다기에 문고리 잡고 오들오들 떨고 있을 친구를 상상했었다. 소중하고 못 잊을 추억들이다. 우쨌든 건강하게 즐겁게 살거라. 복은 늘 네 옆에 끼고 다니니까 올해도 잘 챙겨 누리고. 자네 글로 인해 밤송 머리로 국민 재건복 입고 출근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 추억에 젖는다.
황현자동기님! 새해 건강하고 행복하소서. 좋은 글 솜씨로 자주 올려 주는 문학적인 심오한 표현에 우리 친구들은 칭찬을 드립니다.
황현자 친구야, 올려 준 좋은 글 잘 읽고 간다. 2014년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미천하기 그지없는 글 읽어 주시고 격려의 말씀 올려 주시어 감사또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건강하게 즐겁게 사십시다.
친구야 네가쓴 글 오늘에사 보았네 연습해서 다음 또써볼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