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宗敎學(Religious Studies)이란 무엇인가
1. 개요
단 하나의 종교만을 알고 있는 것은 모든 종교에 대해서 모르는 것과도 같다.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Friedrich Max Müller, 1823~1900)[1]
종교학은 말그대로 종교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종교학은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교들에 대한 보편적인 탐구이고, 특정 종교를 변증하기 보다는 다양한 종교들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를 목표로 한다. 흔히 종교학을 비교종교학으로 지칭해왔으나, 비교종교학은 19세기 종교학의 탄생에서 서구의 종교와 비서구의 종교를 비교하면서 탄생한 학문으로 현재의 종교학과는 차이가 있다.
19세기 사회학, 심리학, 인류학 등 사회과학의 아버지들이 종교의 기원에 관심하면서 다양한 종교이론이 나왔고, 현재도 다양한 사회과학의 이론들을 활용한다. 따라서 종교학의 영문명도 '종교연구'를 의미하는 religious studies이다. 이러한 점에서 당연히 신학과도 다르다. 신학이 말 그대로 신을 믿는 신앙을 전제하고 신에 대한 믿음을 탐구하는 학문이라면, 종교학은 종교를 신앙하고 실천하는 인간에 주목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신학은 종교학과 동일한 학문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종교학이 연구하는 대상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개별 종교에 깊이 심취한 근본주의자들은 종교학에서 오가는 학술적 논의에 반감을 품기도 한다. 예를 들어 종교학자들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를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로 분류하는데, 해당 종교를 근본주의적으로 믿는 사람들은 자신의 종교가 다른 종교들과 함께 특정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것에 반발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자신이 믿는 종교는 인간을 초월하고 시대를 초월하여 어떤 절대적인 진리를 전하는 신의 가르침이고, 다른 종교들은 허위일 뿐인데, 종교학자들은 "사실 당신의 종교는 역사상 어느 시기에 이러저러한 시대적 배경 하에 (당신이 이단시하는) 이러저러한 종교들의 영향을 받아 성립되었다."와 같은 식으로 설명하니 당연한 일이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종교를 믿는 것과 종교학이라는 학문을 하는 것이 엄연히 다르기 때문.
한편 종교학자들은 종교를 광신도처럼 깊게 믿진 않더라도, 종교가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고찰하기 떄문에 종교 자체에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다 보니 종교를 공격하고 그 가치를 깎아내려 사람들이 종교를 철저히 외면하게끔 이끄는 것이 정의(正義)라고 생각하는 반종교주의자(또는 전투적 무신론자)들도 종교학자들의 논지에 반감을 품곤 한다. 이런 이들의 시각에서는 종교학자들의 종교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온건하고, 종교의 폐단에 눈을 감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반대로 종교학자들 또한 자신들이 탐구의 대상으로 삼는 종교 자체를 철저히 폄훼하려고만 하고, 이를 논함을 백안시하는 반종교주의자들에게 반감을 품는 경우가 꽤 있다.
2. 종교학사
2.1. 종교학의 탄생
종교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자하는 시도는 인류 역사상 계속 있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외국 문물에 관심하거나 종교비판(에피쿠로스)을 할 목적으로 외국 종교를 연구한 적이 있었는데, 이는 로마 제국까지도 이어졌다. 이후 십자군 전쟁을 계기로 이슬람 문물이 쏟아져 들어오자, 자연스레 이슬람 쪽으로 관심이 쏠려 다시 종교학적 연구가 부흥하기도 했다.[2]
하지만 근대학문으로 정립된 현대적 의미에서 '종교학'은 19세기에 시작했다. 19세기에 동양의 종교, 대표적으로 우파니샤드나 베다 혹은 노장사상과 불교의 경전들이 본격적으로 번역되었고, 숱한 서양인들이 세계각지로 뻗어나가 온갖 민족의 종교관념과 민속을 관찰하고 기록하여 서구사회에 출판했다. 기존에 그리스도교적 종교관에만 익숙했던 서양인들이 세계의 다른 종교와 풍습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종교학이 탄생한 것.
이러한 배경 속에서 근대의 종교학은 계몽주의와 낭만주의의 산물이라 불린다. 신의 영역이었던 종교를 이성에 기초한 합리성으로 이해했다는 점에서 계몽주의적 요소가 존재하고, 낯선 타자의 종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낭만주의적 요소가 있다. 당시 서구의 지성계는 종교학뿐만 아니라 심리학, 인류학, 사회학 등이 형태를 갖추어가는 중이었고, 이들 학문 역시 각자의 방법론으로 종교를 연구했다. 당시 계몽주의적 시각은 이성의 영역으로 연구하지 않던 종교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타 사회과학들과 종교학의 초창기 학사는 겹치는 부분이 있다. [3]
2.2. 초기의 종교학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종교에 대한 연구에서 종교학이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한 학자는 막스 뮐러이다. [4] 막스 뮐러는 기본적으로 언어학자이고, 산스크리트어로 쓰여진 인도의 경전들을 최초로 번역했다. 이후 종교와 신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여러가지 종교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비교종교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2.3. 종교현상학
초기에 종교사회학, 종교심리학, 종교인류학 등 다양한 방법론으로 종교를 연구했다면 점차 종교를 연구하는데 종교학만의 방법을 개발해야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기 시작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탄생한 것이 종교현상학이다. 종교현상학은 후설의 현상학에서 따온 단어이지만 발전함에 따라 후설의 현상학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어진다.
종교현상학은 19세기말에서 20세기 중반까지 종교학의 주도권을 잡는다. 먼저 네덜란드의 드 라 소세이와 코르넬리우스 틸레는 다양한 종교자료들을 수집, 분류하여 체계화한다. 네덜란드의 종교현상학은 모든 종교현상을 모으는 것에 초점을 두어 백과사전식 종교현상학이라고 불린다. 물론 단순히 종교현상을 수집하는데 그치지 않고 세계 각지의 종교 현상들의 공통점, 내적 연관성을 찾으려 했지만, 거기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이후 독일에서 루돌프 오토가 종교현상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오토는 종교를 분류하기보다 종교현상 뒤에 있는 인간이 성스러움을 추구하는 본질을 탐구하려 했다. 그의 저서 <성스러움의 의미>는 성스러움을 누미노제(numinose)라는 개념어로 새로 제시함으로써 종교의 본질을 파악했다.
그러나 종교현상학은 종교 그 자체를 너무 강조하는 성향을 보였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았다. 심리학, 사회학을 거부하면서 시작했기 때문에 종교의 사회적 측면도, 개인 심리적 측면으로도 환원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교현상학에서 드러난 종교는 사회와도 심리와도 멀어진 '화석'에 지나지 않는다고까지 공격받았다.
20세기 중반 종교현상학이 비판에 직면했을 때, 종교학의 대가이자 대중적으로 종교학을 널리 알린 엘리아데가 등장했다. 그는 네덜란드의 백과사전식 종교학과 독일의 관념적 종교학을 결합하여 종교현상학을 집대성했다.
2.3.1. 엘리아데 이후의 종교학
엘리아데 이후에는 엘라아데를 바탕으로 이를 극복하려는 종교학이 주를 이루었다. 특히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종교 개념 자체에 내제한 제국주의적 이데올로기를 인식하고 이를 비판하는 시도들이 두드러졌다. 대표적으로 조나단 스미스, 브루스 링컨 등이 있다.
3. 특징
종교학은 근대에 들어와서 새로 태어난 학문이다. 따라서 그런지 종교학의 대가로 기록된 이들 중 아직도 살아있는 사람이 종종 있다. 시작이 이렇게 늦은 이유는 기독교의 세력이 강한 서구에서 종교란 곧 그리스도교를 뜻했고, 세계의 온갖 다른 종교가 서구에 널리 알려져 그리스도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다른 종교들이 있다는 생각이 19세기 후반에 들어서야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다.
사회학/심리학 등 인접 학문들과 밀접히 교류한다.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Religious Experience)은 1세대 심리학자라 불리는 윌리엄 제임스(W.James)가 쓴 것이고, 《종교 생활의 기본 형태》(The Elementary Forms of the Religious Life)는 1세대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E.Durkheim)이 쓴 것이다. 물론 종교학이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해 놓기는 했지만 아직도 종교사회학이나 종교심리학, 종교사학 등 여러 분과들은 타 학문들과 접점이 많다.
종교학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기초적이면서도 쉽지 않은 과제로 '종교란 정확히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있다. '종교학'이란 학문이 있으려면 너무나도 당연히 '종교의 정의가 무엇인가.' 하는 부분부터 선을 그어야 하니까. 그런데 이 기초적인 질문에 답하기란 최고의 석학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심하게 말하면 종교학자 100명을 모아 놓고 이 질문을 던졌을 때 서로 다른 답변 백 가지가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또한 종교심리학 분야에서 주로 관심이 있는 종교성(religiosity), 영성(spirituality), 초월성(transcendence) 같은 단어들들 두고도 각각의 정의는 또 미묘하게 다르다.[5]
4. 국내의 인식
국내에서는 종교학에 대한 인식이 빈약하다. 오랜 전통이 있는 철학이나 사학 같은 다른 인문학 분야도 천시하는데, 고작 역사가 백여 년 남짓한 종교학은 말할 것도 없다. 어느 대학 종교학과를 다닌다고 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신부나 목사 되려고 준비하냐는 것이다.(...)
물론 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신학자나 종교인이 동시에 종교학자가 되는 경우는 많다. 국내 모 대학에서는 가톨릭 사제가 신학과가 아닌 종교학과에서 불교학을 강의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종교학 관련 국내 저서 중에는 《종교전쟁: 종교에 미래는 있는가?》[6], 《세계종교 둘러보기》[7], 《우리 인간의 종교들》[8], 《종교 다시 읽기》[9], 분도출판사에서 나온 종교학 총서 등 책이 있다. 물론 해외의 교양서는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