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물러나니… 미세먼지 오늘도 ‘나쁨’
대기 정체로 미세먼지 계속 쌓여
수도권-충청권 비상저감조치 발령
환경부 “지하철역 초미세먼지 감축”
터널 미세먼지 흡입차량 시범운용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이 회색빛으로 뿌옇다. 이날 서울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수준으로 높아진 가운데 수도권, 충청권에는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다. 노후 경유차 등 5등급 차량의 운행이 제한됐고 건설 공사장 등은 작업이 중단되거나 시간이 조정됐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운영도 일시 중단됐다. 양회성 기자
강추위가 한풀 꺾이자마자 ‘봄 불청객’인 미세먼지가 일찍 찾아왔다. 6일에 이어 7일에도 전국의 하늘이 미세먼지로 뿌옇게 흐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도권과 세종에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7일 수도권과 강원 영서, 충청권, 호남권의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수준일 것”이라고 예보했다. 그 밖의 권역은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으로 예상되지만 강원 영동, 대구, 경북권은 오전에 일시적으로 ‘나쁨’ 수준까지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갈 수 있다. 미세먼지는 ㎥당 81∼150㎍, 초미세먼지는 36∼75㎍ 범위일 때 ‘나쁨’ 수준에 해당한다.
이에 환경부는 6일 수도권과 세종에 이어 7일 오전 6시∼오후 9시 수도권과 강원 영서, 대전, 세종, 충청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다.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면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사업장과 건설공사장 운영·조업시간이 조정된다. 각 시도의 조례에 따라 5등급 경유차 운행도 제한된다. 폐기물 소각장 등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사업장과 공사장도 비상저감조치 대상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진 이유는 주말 동안 대기가 정체하면서 중국 등에서 유입된 미세먼지와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대기 중에 함께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국립환경과학원은 설명했다. 7일 역시 중부 및 남부 지역 일부에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이다가 8일은 오후부터 대기 흐름이 원활해지며 북쪽부터 점차 대기질이 ‘보통’으로 나아지겠다. 다만 전라권, 경상권, 제주 등 남부지방은 이날도 ‘나쁨’을 보이겠다.
환경부는 내년부터 달리면서 초미세먼지를 잡는 전동차를 시범 운영하는 등 전국 지하철 역사 초미세먼지(PM2.5) 저감 방안을 내놨다. 그동안 미세먼지(PM10) 농도를 ㎥당 66.7㎍(2017년)에서 35.8㎍(2022년)으로 낮추는 등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낸 만큼 입자가 작아 더 해로운 초미세먼지 관리에 나선 것이다.
환경부는 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4차(2023∼2027년) 지하 역사 공기질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전국 지하철 역사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17% 줄여 ㎥당 24㎍으로 낮추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해 전국 지하 역사 승강장의 초미세먼지 자동측정기기 평균 농도는 ㎥당 29㎍이었다.
지하철 역사는 지하라는 특성상 자연적인 환기가 어렵고, 좁은 공간에 다수의 이용객이 몰려 공기질 관리가 쉽지 않다. 실제로 2021년 지방자치단체의 다중이용시설 오염도 검사 결과 22개 다중이용시설 가운데 지하철 역사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초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정부는 내년부터 터널을 주행하면서 공기 중 초미세먼지를 포집할 수 있는 ‘터널 미세먼지 집진차량’을 시범 운용할 계획이다. 차량 내부에 공기청정기 역할의 포집기가 설치된 전동차가 지하철이 운행하지 않는 야간에 주행하며 초미세먼지를 빨아들인다. 이와 별개로 전동차 하부에 열차가 달릴 때 날리는 철, 자갈가루 등의 비산먼지를 즉시 흡입해 제거하는 미세먼지 저감장치도 시범 도입한다.
지하철 역사 내·외부 오염도, 교통정보 등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공기청정기 및 환기 설비를 제어하는 스마트 관리 시스템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실시간 측정 결과를 분석해 지하 역사의 오염원을 파악하고 노선별 이용객 수, 노후도 등을 바탕으로 우선순위를 선정해 예산 지원을 추진한다.
김예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