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시신 계속 밀려와”… 5700채 붕괴, 구조중 또 와르르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지진 사망 5100명 넘어… 튀르키예-시리아 ‘통곡의 땅’
규모4.0 이상 여진 130여차례
WHO “사망 2만명 넘을수도”
한명이라도 더… 잔해 속 극적 구조 84년 만의 튀르키예 최대 규모 지진이 강타한 6일(현지 시간) 남동부 하타이주(州) 이스켄데룬에서 붕괴된 6층 건물 잔해에 묻혀 있던 사람(가운데)을 구조대원과 주민들이 구조하고 있다. 튀르키예 당국은 강진 발생 이틀째인 7일 오후 4시 반(한국 시간 오후 10시 반) 기준 시리아 피해 지역까지 합쳐 적어도 5171명이 숨지고 2만475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스켄데룬=게티이미지
튀르키예(터키)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규모 7.8 지진 발생 이틀째인 7일(현지 시간) 사망자가 5100명을 넘었다고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통신이 전했다. 이날도 진앙에서 가까운 튀르키예 동부에서 규모 5.7 지진이 발생하는 등 여진이 계속된 데다 무너진 건물 수천 채의 잔해에 깔린 사람이 아직도 많아 사망자가 2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재난비상관리국은 전날 새벽 발생한 강진으로 이날 현지 시간 오후 4시 반(한국 시간 오후 10시 반) 기준 튀르키예에서 3549명, 시리아에서 1622명 등 모두 5171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하루 새 사망자가 3배로 늘어난 것이다. 부상자는 튀르키예에서 2만1103명, 시리아에서 3649명으로 집계됐다.
우리 정부를 비롯해 국제사회가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무너진 건물이 많은 데다 눈비 같은 악천후까지 겹쳐 구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튀르키예 당국은 7일 오전 기준 건물 5775동이 붕괴된 것으로 파악했다.
여진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7시 11분 튀르키예 동부에서 규모 5.7 지진이 발생하는 등 첫 지진 이후 약 30시간 동안 규모 6.0을 넘는 지진 4차례를 비롯해 규모 4.0 이상 여진이 130차례 발생했다고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사망자 폭증 가능성을 우려했다. 캐서린 스몰우드 WHO 유럽지부 선임비상계획관은 6일 AFP통신에 “지진 발생 일주일간 사상자가 상당히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망자가 8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집계된 사망자는 약 2600명으로 8배로까지 늘어난다면 2만 명을 넘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고물가에 따른 경제난과 심각한 내전을 겪고 있는 튀르키예와 시리아가 이번 대지진으로 더 큰 고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미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7층 건물 10초만에 붕괴 영상 올라
생존자들은 추위-여진 공포에 떨어
2200년 된 가지안테프 古城도 훼손
폭격 맞은 듯… 무너져내린 건물들 튀르키예 남동부에서 6일(현지 시간) 새벽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이 남부 하타이 아파트 밀집 지역을 강타해 10여 개 동이 폭삭 주저앉아 형태를 알아볼 수조차 없게 됐다. 튀르키예 당국은 7일 오전 현재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역에서 건물 5700채 이상이 붕괴됐다고 집계했다. 하타이=게티이미지
“신이시여, 우리가 무엇을 했기에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튀르키예(터키) 남동부와 시리아 북부 일대를 강타한 지진 피해를 직격으로 받은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에서 6일(현지 시간) 가족과 함께 겨우 탈출한 무함마드 하이 카두르 씨는 이렇게 되뇌었다.
카두르 씨는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축구장 크기의 건물 일대가 전멸했다. 주위는 사람들의 울음소리뿐이었다”며 “(내전) 공습 당시 같은 피 냄새가 났다”고 전했다. 이들리브주의 한 의사는 “50구 넘는 시신이 병원 복도에 쌓였다. 대부분 아이들이었다”면서 “계속해서 또 다른 시신이 들어왔다”고 NYT에 밝혔다.
규모 7.8, 7.5의 강진과 7일까지 이어진 총 130여 차례의 여진은 건물들을 순식간에 무너뜨렸다. 영국 스카이뉴스가 공개한 현장 영상에서는 진앙인 튀르키예 남부 가지안테프에서 동쪽으로 약 140km 떨어진 샨르우르파주 할릴리예 7층 건물이 굉음과 함께 10초 만에 붕괴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동부 말라티아에서는 현장 생중계를 하던 튀르키예 방송 취재진 너머로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송출됐다. 일부에서는 여진으로 건물 일부가 내려앉아 구조하던 사람들을 덮치면서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지진이 부른 정전과 영하 5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씨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잇단 여진 때문에 컴컴한 거리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대다수는 두꺼운 옷가지 하나 챙기지 못하거나 신발조차 없었다. 6일 밤 튀르키예 피해 지역 곳곳에서는 무너진 건물 목재로 피운 모닥불 주위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여 몸을 녹이는 경우가 많았다.
구조대가 도착하지 않거나 장비가 부족해 수색 작업을 시작하지 못한 곳도 있었다.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슈에 사는 남성은 7일 “어머니가 어제부터 24시간째 (잔해 속에) 갇혀 있다. 아침에 구조대가 온다고 했지만 소식도 없다. (구조) 시스템이 열악하다”며 울먹였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튀르키예 교민들에 따르면 이날 남부 하타이 거리는 잔해에 묻힌 가족 친지 이름들을 부르는 울부짖음과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로 가득했다. 정전은 물론이고 전화나 인터넷 연결도 수시로 끊어졌다. 도심 도로는 빠져나가려는 차량과 지인, 친척들을 구하려고 들어오는 차량으로 마비됐다. 하타이에 사는 안바울 안디옥교회 목사는 “(3층짜리) 100년 된 교회 건물 2, 3층이 무너졌다”며 “거센 비가 내렸지만 여진이 두려워 동틀 때까지 교회 밖에서 기다렸다”고 전했다.
문화재도 다수 훼손됐다. 가지안테프 랜드마크인 2200년 역사의 가지안테프 성도 성벽과 망루 등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800년 가까이 온전하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시리아 알레포 성채도 일부 훼손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7일 대국민 연설에서 지진 피해를 심하게 입은 남동부 10개 지역에 3개월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적어도 8000명이 구조됐으며 5만3000여 명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탄불=강성휘 특파원, 이청아 기자, 김수현 기자, 이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