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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니?'
가끔 네가 툭 던지듯 물어보면
'그 단어는 자본에 오염되어 본래의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되었어.'
시큰둥하게 대꾸하고 뚱허니 앉아있었다.
반쯤은 진심, 반쯤은 겉멋으로 뱉었던 대답.
사실 행복했던 순간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괜히 부끄러워져 너의 말을 막아버렸는지도 모른다.
너는 그런 나를 보며 알수없는 웃음을 지었어.
‘만약,’ ‘만약,’ ‘만약,’만 하릴없이 늘어놓으며
과거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때는
시간의 흐름에 머리채를 잡혀 질질 끌려가듯 살았고,
후회의 무의미함을 깨닫고 과거에서 시선을 거두려 했을때
이내 내 눈은 희부연한 미래의 불안에 사로잡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마냥 내딛는 걸음마다 도리질을 치며 살고 있더라.
‘지금’이 비어있는 시간을 살아가려니 뭐랄까.
공허함에 내가 부서지지 않도록 다잡고 서기도 버거워서
행복. 그런게 정말 존재할까 싶은 의심이 고개를 들면
괜히 저 멀리 흘러간 상념을 쫓아가기도 지쳐, 애꿎은 술만 들이붓고 있었지.
체력도 마음도 바닥난채 위태위태한 하루를 살아내고 있었을 때,
너는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살아보자고 했다.
그렇게 무서워하는 내일을 준비하며 오늘을 놓칠 바에는, 오늘 하루 신나게 살고 내일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해보자고, 비어있는 ‘지금’을 채워보자고.
그렇게 시작된 ‘일단 뭐든 질러놓고 대책없이 살기’.
‘질러보자’목록을 만들고 숙제처럼 하나하나 지워가며 지냈던 올 봄,
나는 아수까의 문을 열게된거고.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되었냐는 질문에 ‘그냥요’ 하며 씩 웃고 말았는데,
사실 그때 내 속은 꽤나 복잡하고 위험했어요. 하하.
별 생각없이 밀롱가에서 그날 처음 배운 6salida로만 춤을 추는데,
나와, 파트너와, 음악만이 존재하는 구름카펫. 그걸 밟아본거지.
그게 바로 시간의 틈을 채우는 몰입의 감각. 후회와 불안으로 부산스럽던 머리속이 한순간에 고요해지고 바로 '지금' 느껴지는 것들에게만 집중하는-충만-한 순간.
정말 음악이 언제 끝났는지도 모르게 한 딴따가 지나갔고,
이 느낌이 다시 오는 때를 기약할 수 없을거라는 예감에 좀 서글퍼졌지만,
그래도 어쩐지 괜찮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 잠시간의 고요함이 어쩌면 행복의 감각일지도.
행복은 그렇게 거창한게 아니라 몰입의 순간에 찾아오는 짧지만 깊은, 선물같은 휴식일지도 몰라.
지금이 채워지는 그 순간의 감각을. 그렇게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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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부족하고 욕심이 앞서면 말이 길어집니다.
이렇게☝︎ 말이죠(....)
사실 이런 이야기 신나지도 않고 어디 내놓기도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어딘가에 막 쏟아내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나봅니다.
지각한 주제에 하고싶은 말은 또 많아서ㅎㅎㅎ.
땅고를 추는 여러분은 몰입과 행복의 감각을 알게 모르게 체득하고 계시는걸지도 몰라요.
멋져!
매력적이야!
28일 저녁 9시,
아수까에서,
여러분의 ‘지금’을 행복으로 채워넣을 수 있기를.
주머니에 7천원 챙겨오는거 잊지 마시구요 :)
28일 저녁 7:40부터 9시까지는
라퓨타y벨제붑님과 함께하는 밀롱가! 특강이 열립니다.
현장 손입금도 가능하니 많은 참석 바랄게요^^
밀롱가 특강 : 12/21, 12/28 20,000(밀롱가 입장료 포함)
한달동안 기름진~_~ 공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해 마무리 잘 하시고, 오는 새해도 무탈하게 잘 보내시길^^!
첫댓글 구름위를 걷는 듯한 정모 공지에 감사를~~수고하셨어요~^^
별말씀을요ㅎㅎ
2017년에도 땅겐미 잘 이끌어주세요 :)
@叡智 곧 한 딴 부탁해요~눈을 감고~^^
고요함과 몰입. 공감입니다!
와 반장님이당 :)
공감공감 >_<
숨을 살짝 멈추었다가 음악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살며시 걸으며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한 딴따 같은 4주간의 예지님 공지에 참 좋았습니다.
매주 핫핑크색 공지를 보고 즐거웠으나 정작 정모에는 불참ㅠ 이번주 정모엔 꼭!!!!
우와 이런 감각적인 댓글로 정리를 해주시다니ㅜㅜ
소냐이님 이번 정모에서 한해 마무리 하는 멋진 딴따를 즐기세요 :)
한달간 수필과도 같은 공지를 읽느라 제 감성이 호강한거 같아요.
그 순간의 집중과 몰입. 탱고의 가장 큰 매력이겠지요...ㅎㅎ
이렇게 직접적이고 빠른 시간 안에 집중을 해야만 하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네요.
태권빠님 완전 은혜로운 땅게로 :)
이런 공지를 보게되면 정모를 갈 수밖에 없네요.
지금 행복하기 위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