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따뜻하고도 화창한 날이다.
삽당령 고개 하나 넘으면 강릉이기에 정선의 날씨는 그 곳의 기후에 영향을 받아
며칠째 이어지는 동해안의 저온현상으로 추운 날이 이삼일 계속된다.
한낮에도 서늘함은 계속되니 농작물도 성장을 멈추고
따뜻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 속에서도 감자만은 매일매일 쑥쑥 크는 것이 눈에 보인다.
이웃영감님의 밭에도, 내 밭에도 상추는 같은 시기에 뿌렸는데
영감님의 상추는 벌써 뜯어 상에 올린다.
왜 그럴까...
영감님은 웃으며 맛이나 보시오 하고 한 웅큼 뽑아주기에
금년들어 첫 상추의 맛을 본다.
집에서 가까운 야산에 야생두릅밭이 있다.
4월이 되어 두릅이 나기 시작하여 5월 중순까지 근 한 달에 걸쳐
이삼일에 한 번 통통하게 살찐 두릅을 딴다.
동네에서도 이 곳에 두릅밭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 때가 되면 농번기라 바쁜 일을 제쳐두고 올 사람도 없고,
집집마다 밭에는 울타리삼아 두릅이 있기에 구태어 멀리 올 일도 없어
오붓한 나만의 밭이 된다.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맛이야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많이 딴 날은 장아찌로 하고자 간장에 박아둔다.
그리하여 가을과 겨울을 위하여 개두릅과 함께 두 통의 장아찌가 만들어졌다.
앞으로도 조금은 더 딸 수 있으나 나무의 성장을 위하여 일부는 두어야 하므로
마지막 두릅을 딴다.
경사진 언덕의 두릅밭은 끄덕거리는 돌이 많아 발밑을 조심하여야 한다.
손에서 멀리 통통한 두릅이 있어 무리하게 팔을 뻗으니
딛고 있는 돌에서 발이 휘청거린다.
가시많은 두릅나무가 꽉 찬 밭에서 넘어지면 낭패가 아닐 수 없어
얼른 눈 앞의 나뭇가지 하나 잡는데 하필이면 유달리 가시가 무성한 두릅나무라,
순간적으로 손바닥에는 통증과 함께 예닐곱 개의 가시가 박혔다.
바늘로 빼느라 한참이 걸렸는데 모두 빠졌는지도 모르겠다.
이래저래 두릅도 모두 땄고, 밭고랑의 김매기도 끝났고,
더덕밭의 풀도 뽑았으니 당분간은 쉴 수 있겠고,
고추며 토마토, 가지도 모종을 사서는 모두 심었으며,
또한 민들레와 쑥, 익모초에 이어 소나무 새순을 따서
효소도 만들어 두었겠다 바쁜 날은 지났다.
닷새를 기다린 장날이라 나선 장마당엔 따뜻한 토요일과 겹친 인파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걸음을 제대로 옮기기가 힘들다.
먼 정선의 장은 이제는 전국적으로 즐겨 찾는 명소가 되어
평일의 장날에도 길손들로 가득함이라,
그 많은 인파에 덩달아 정선의 특산 곤드레, 취나물도 산더미같이 쌓이고
껍질을 벗기지 않은 굵은 더덕도 저울에 달아 잘도 팔린다.
모처럼 많은 이들이 몰려 바쁘지만 주인장의 환한 웃음과 함께
먹자골목에서는 메밀전병 수수부꾸미를 굽는 냄새 진동하고,
길손들은 막걸리잔을 높이 들어 좋은 날을 노래한다.
정선의 막걸리는 세 가지가 있다.
아우라지강변의 여량 땅에서 만드는 역사가 오래 된 옥수수막걸리가 있고
곤드레를 넣어 만든 곤드레막걸리와 황기를 넣은 만드레막걸리가 있다.
그리하여 부르기를 곤드레만드레,
취하기도 곤드레만드레...
장날이면 장마당의 야외공연장에서는 창극단의 정선아리랑이 불리워진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길손들은 엮음아리랑 흥겨운 가락이 흘러나오자
너도나도 없이 무대가 따로이 없는 무대로 나와 너울너울 춤을 춘다.
오늘따라 피부가 까만 아프리카 사람 두엇 너울너울 함께 춤을 추는데
아마도 처음 들어보는 노래가 아니겠느냐만,
춤사위는 우리네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유연한 몸매와 타고난 리듬감이 있다 하는 그 네들이라 그런지
높고 낮은 장단과 박자에 맞추어 잘도 춘다.
그 네들의 함께 하는 정겨운 모습에 모두들 아낍없는 박수를 보낸다.
언제 가도 있는 장마당의 나물이고 음식과 아리랑이지만
사람들이 많아 북적이니 더욱 좋아 보이고,
맛있어 보이고 노래에도 신명이 난다.
그러기에 창극단도 청중들과 어우러져 노래하며 춤춘다.
세상이야 태초부터 있었지만
결국은 사람이 풍요로운 또 다른 세상을 만듬이니...
초파일은 보름 남짓 남았는데 어느 사찰에서 연등을 거리마다 내걸어
읍내는 울긋불긋 꽃단장을 하였다.
장마당을 뒤로 하고 들어오는 길, 정선의 첩첩 산과 산은
새로 피어나는 온갖 나뭇잎으로 연두색 물이 든다.
이 무렵에는 소나무숲과 활엽수숲이 확연히 구분되어
짙은 녹색과 어우러진 연두색은 생명의 색이고,
아우라지에서 흘러 내려오는 강물 또한 짙은 녹색이라 정선의 산과 물은 살아있어
사람도 그 속에서 살아 숨쉰다.
딱새의 부화를 기다려 그 동안 우편함의 입구를 막았다.
우편배달부는 부러 현관에까지 들어와 우편물을 놓고 갔는데,
기다려도 기다려도 딱새는 돌아오지 않아
우편함 속의 둥지를 치운다.
첫댓글 이곳도 여름 같은 날씨가 몇일 이어지다
예년기온을 되찾으니 서늘함을 느낍니다.
두릅 안주에 한 잔의 소주도 좋았는데
곤드레막걸리와 만드레막걸리 맛이 심히 궁금하네요.
두릅나무 가시에 찔리는 낭패를 당했습니다. 그려
많이 따끔거리고 아팟을 터인데....
두릅 먹을 때마다 손바닥 한 번씩 들여다보겠습니다.
오늘아침에도 따끔거려 확대경놓고 깊이 박힌 작은 가시 두 개를 뽑았습니다.ㅎ
정선의 자세한 설명을 읽자니 지상낙원이 아닌가 하고
생각을 해봄니다 얼마전 둔내에 사는 큰언니가 두룹이랑
당귀랑 산나물을 삶아서 보내 왔습니다.우리남편 두룹먹어보라
말도 없이 혼자 며칠을 두고 다먹었습니다 ㅎ당귀나물도
처음먹어 봤는데 향기가향긋 하면서 맛이좋더군요.공기좋은곳에
사시는 정선나그네님이 부럽니다 좋은글 잘봤습니다.^^*...
당귀... 귀한 나물입니다. 여기서도 좀체 구경하기 힘들어요.
아름다운 정선에 취해 봅니다.
언젠가 한번은 들리겠죠.
눈감고 그려 봅니다 아리랑과 아우라지의 물 소리를...
네, 언젠가는 다녀가시기를...
정선의 두릅 이야기에 옛날에 산에서 두릅따다 삶아 요리해주시던 엄마가 더 그리워집니다.
딱새 둥지를 치우며 서운한 마음도 있으셨겠습니다.
서운하여 둥지를 가까운 나무에 올려 놓았답니다. 혹시나 하고...
딱새 소식 저도 매일 궁금합니다.
야생두릅의 향이 곁에서 나는 듯한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딱새는 이제 끝났드래요...ㅎ
정선 소식을 들으니 옥수수막거리 한대접먹고 싶네요,본인은 칭구하 함게 금요일오후에 2박3일 충북영동가서 장뇌삼1뿌리와 당귀 캐와서 오늘저녁에 당귀잎파리 쌈싸서 먹으니 향이 매우 좋테요,ㅎㅎ~~
옥수수막걸리 맛이 괜찮다고 모두들 그럽디다. 당귀를 드셨다니 복받은 분이요...
당귀는 향이 너무 짙어 별로던데.... 아주 예전에 제가 잠간동안 약초재배를 할때 당귀많이 심어도
한번도 안먹었는데 말려서 방에는걸어둔기억이.......
당귀에 맛들이면 다른 나물은 쳐다도 아니 봅니다.ㅎ
고생하시어 장아찌를 만드셨네요.. 귀한 식재료로 효소도 만드셨고.. 공기가 좋아서 아마도 발효가 더욱 잘 될것 같습니다..
건안 하세요..
언제 와서 장아찌도 맛보고 효소도 제대로 되었나 봐주구료...ㅎ
글 자주 봅니다.
저도 고향이 정선하고도 임계라서요
제가 중학교때 강릉으로와서 강릉에서 자랐지요
지금은 속초에 살고 있지만
자주 정선에 가서 그 맛을 느끼곤 하지요
또한 초교친구 한녀석이 정선에 있어서
그곳에 가면 황기족발과 콧등치기 한사발 하고 오지요
하여간 인심좋고 고향의 맛을 듬뿍담아서 오곤 하지요
그대의 글 자주 즐겁게 읽습니다.
감사합니다.
고향이 정선이라니 반갑네요. 자주 와서 글도 남겨 주드래요~
산새 좋고 물 맑은곳 인심좋은곳 하면 정선이 아닌가요.
그곳이 좋타기에 두 친구와 세가족이 산새좋고 물 맑은곳 찾아
영월로 정선으로 찾아 다니다 산새 있고 물 좋은 강가에
구백평 분양받아 세 친구 정년하면 가겠다고 한지가
벌써 5년이 되가네요. 나그네님 그곳 소식 들으며
앞으로의 삶에 새롭게 설계하며 그림을 그려 봅니다.
구백평이면 각자 텃밭도 일구며 세 집이 충분히 살 수 있지요.
성공적인 정착을 기원하며 언제라도 방문하시면 도와드리겠습니다.
지역마다 먹고 사는것도 다르지요
요즘 정선에서는 두릅으로
전 인천에 사는데 밭에 풀이 많아서 관리하기 좋은 미나리를 심어서
요즘 미나리만 먹고삽니다.
식사중 아니지요.변이 파란색입니다.ㅎ
미나리도 무척이나 몸에 좋다 하는데 여기서는 보기 어렵다는...
두릅뜯다가 큰일날뻔 하셨네요.
가시는 다 뺐는지 모르겠네요. 미세하게 작은거 하나 박혀 있어도 불편하던데...
그러게... 보이지는 않으면서도 계속 따끔거려요.ㅎ
병원에 가보세요.
치료를 받고 약을 드셔야 될듯 싶어요.
진덕이 새끼들도 잘있지요??
이제 2주가 되어 눈을 뜨려 해요.
삶 방에 들르면 우선 정선의 소식을 읽습니다 ...다 읽고나면 또 다음글이 기다려지구요 ㅎㅎ
참 회원 사진방을 뒤적이다가 그 빨간 우편함을 발견했어요 기대 이상의 모습과 위치였어요 ㅎㅎ
그냥 혼자 보물찿기 하다 접어진 쪽지 하나 발견한 것처럼 기뻤어요 ㅎㅎㅎ
보셨군요. 기뻤다니 감사합니다. 다음 글은 어찌 쓸까나...ㅎ
곤드레 막걸리 와 황기를 넣은 만드레막걸리의 상식을 하나배우고 갑니다.
맛있어요.ㅎ
어이쿠~ 넘어지심 큰일나요.ㅋ
항상 조심 또 조심~
저는 곤드레나물밥 맛있던데...ㅎ
딱새는 아마도 그 우편함이 셋방이었나봐요~ㅋ
내집마련해서 나간것 같으니 축하를~ㅋㅋ
가시박힌 손 덧나면 안 되니 고무장갑 끼고 저녁 준비하세요~ㅎ
오늘 식탁은 조촐할 것 같은 예감이...ㅋ
손은 괜찮네요. 감사! 저녁은 말씀대로 간단히...ㅎ
울집 앞마당에도 두릅나무 한그루 있는디...따서 초장찍어 먹으려다 몇일 지났는데 금새 이파리가 무성하게 자라
한입도 못먹었슈...부럽습니다...나그네 형님~~~
가지를 잘라주면 내년엔 더 많이 납니다.
ㅎㅎㅎ 두룹 따시다가 가시가 박혔다는데도 그 야생 두룹 먹고 싶은 생각이 더 간절하니....ㅎㅎㅎㅎ딱새가 간다고 신고를 안햇나봐요...박씨도 한개 안주고...ㅎㅎㅎㅎ
무단전입도 봐줬는데 갈 때도 인사없이 그냥 가네요. 서운하게시리...ㅎ
ㅎㅎㅎ 전 갈때 전화 드리고 갈께요...ㅎ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정선생활 5년에 곤드레밥도 할 줄 압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