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
'저런, 제비 한 마리가
강남 갈 날을 잊어버렸네'
'우야꼬. 금방 추버질낀데.'
'창문 밖 나뭇가지에
앉아서 흰 똥을 싸네'
'명절이라고 뭘 많이 묵었을꼬?'
물안개가 숲을 감아 돌고
다락논에 누런 벼들이
고개를 숙이는 추석연휴다.
이맘때 정토마을의
아침은 유난히 적적하다.
가까이 가족을 둔 환자들이
외출 중인 까닭이다.
그렇지 못한
이들은 서로를 돌보며,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소박하게 명절을 난다.
해일이 가족은 후자다.
해일이가 아버지 제사를 지내고
아침 일찍 정토마을로 왔다.
내일이면 열흘 휴가를 끝내고
부대로 들어간다.
긴 휴가는 부대장님의 배려였다
엄마의 마지막 시간을 하나뿐인
아들과 함께 보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부대에 전화를 넣었고,
그 발원으로 얻어낸 열흘의
휴가였다. 하지만 이별을
나누기에 열흘은 턱없이 짧았다.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인 것이 시간이라더니,
죽음을 앞둔 이들과 그들
곁을 지켜내는 서러운 이들이
함께하는 날들은 좁은
계곡물처럼 급하게 흘러내린다
아침나절 병실에 들어갔더니
해일이가 부어오른 엄마 발을
붙잡고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다.
발등에 떨어지는 아들의 눈물과
아들을 홀로 두고 가야
하는 어미의 눈물이 모여 흐른다
뭐라고 말해야 하나. 벌써 귓전에
죽음의 전차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아버지는 오 년 전에 먼저
폐암으로 떠났고, 엄마도 삼 년간
간암으로 투병 끝에 서 있다.
딸 하나에 아들 하나, 참 다복하게
살았겠다 싶은 가족의 풍경이 떠오른다
딸아이 화영이는 집으로 돌아가고
해일이가 엄마 곁에서 울고 있다.
이렇게 떠나면 다시는
못 만날 것같은 엄마와.
곁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제 갓 스무 살짜리 아들.
보내고 나면 다시는 그아들 만져
보지 못할 것 같은 엄마의 심정을
생각하니 내 마음이 서걱거린다.
아들을 보내고 나면
엄마는 눈물도 뒤로 한 채 하늘
길로 접어들지도 모른다.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다
''보내지 말까요?"
''아니에요. 보내야지. 해일아!
내일 갔다가 다음.
휴가 때 또 만나야지. 안 그래?"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엄마와 아들이 이승에서
지금 헤어지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영 이별이 된다는 사실을.
얼마나 기가. 막히고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죽어가는 엄마를 두고
국방의 의무때문에 떠나야
하는 아들이라니-..
듬직한 아들이지만
그래도 아직
어리기만 한 자식을 두고 떠나야
하는 어미의 심정은 또 어떨까.
군대만 보내도 눈물이 난다는데.
팔십 노인도 '엄마'
소리에 눈물이 핑 돈다는데----.
죽음이 목전에 있는 어머니를
두고 떠나야 하는 어린 아들과
하나뿐인 그 아들을 곁에 둘 수
없는 어미의 녹아내리는 아픔이
내 안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어느 이별이 아프지 않겠는가마는,
스무 살짜리 자식의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유독 매운바람이 되어
내 가슴을 후루룩 쓸어내린다.
저녁에는 해일이가 엄마 다리를
베고 누워 있게도 해주고,
엄마를 꼭 안아드리게도 해야겠다.
그 자식의 마음 되어보니 절절한
어미의 정 깊은 골 되어 새겨지는구나
그 어미의 마음 되어보니
그 모정 찢긴 생채기에서 흐르는
핏빛으로 피어난, 지지 않는 꽃인가
전방에서 군 생활을 시작한
직후였던 해일이는 군부대의 배려로
죽어가는 엄마를 끝까지
곁에서 지켜드릴 수 있었다.
특히 부대장님은 어머니를 잃고
상실의 고통이 컸을 부하를 따뜻한
마음으로 배려했다.
아마도 해일이는 부대장님의
배려 속에서 엄마를 가슴에 묻은
슬픔을 잘 보듬었으리라.
그 고마움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것이다.
간혹 하나뿐인 아들을 군에
입대시켜놓고 떠나는 부모가 있다.
그들의 심정을 가만히 헤아려본다.
누구에게나 죽음이란 슬픈 것이련만
온전히 슬퍼할 수도 없는 서러운 현실
에 놓인 이들의 아픔을 가늠해본다.
그렇게 마음 닿은 자리가 배려일 것이다
죽음의 여운이 아름다운 까닭은
우리의 가슴에 사랑이 있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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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연---능행스님
고구마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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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9.2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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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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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찡 눈물 글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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