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H극단은 지난해 11월 일명 ‘슬라이드 배우’ 4명을 무대에 세웠다.
실제로 필요한 배우 7명을 다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슬라이드 배우’는 미리 찍어온 연기 사진을 슬라이드로 비춰주는 ‘사진 배우’다.
다른 극단 S도 사정은 마찬가지. 일부러 배우가 적은 작품을 골라 지난해 송년 공연을 치렀다.
이처럼 제주지방 연극계의 배우.재정난은 심각하다. 이런 고질병을 고치고 지방 연극의 활로를 찾아보자는 연극인들의 논의 자리가 지난해 12월 31일 제주한라대학 한라아트홀에서 마련됐다.
창단 10돌을 맞은 제주 극단 세이레 극장이 송년 공연을 하면서 전북.경남 연극인들을 초청해 연 ‘지방연극 네트워크 방안 모색 세미나’가 그 행사.
‘네트워크 체제’는 배우.재정 문제를 극단이 연합해 해결하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자는 취지로, 일부 지방에서 실험되고 있다. 그러나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자리에서는 ‘네트워크 연극’을 경험해 본 장창석 경남 연극협회장, 이도현 전북 익산연극협회 지부장 등이 발언을 했다.
이 지부장은 전북.포항.대전의 4개 지역 극단이 모여 만든 ‘새 천년 극단’의 활동을 소개했다. 이 지부장은 “각 극단의 대표 선수가 참여한만큼 연기력과 극적 완성도가 높은 반면 지역이 멀어 연습하는 데 어려움이 많고 재정적인 면에서도 상당한 출혈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네트워크 체제를 갖추려면 적절한 공연 시기를 선택하고 작품제작비가 안정적으로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협회장은 경남지역 4개 극단이 만든 ‘경남예술극단’을 소개했다. 그는 “이 극단은 3년째 극단별 공연 시기를 피해 활동하고 있는데, 우수 배우들로 구성돼 극적 완성도가 높고 관객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합작품의 경우 단기간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적인 부담이 크다”며 “좀더 안정적인 재원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상훈 세이레 극장 대표는 “과거 제주에도 익산의 한 극단과 합동공연을 한 적 있지만 일회성 행사로 끝났다”며 “지방 연극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성산~통영 간 만다린호 취항을 계기로 해 두 지역의 해양 연극제나 연극 교류를 제안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