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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때문에 허둥대는 정부가 한심하고 답답하다.
지난 7월 16일 오후 정부는 대통령이 주재한 민․관 합동 '포스트 월드컵 종합대책' 보고회에서 " 올 하반기에 경제 특구로 지정될 제주도, 김포, 영종․무의․용유도, 송도, 부산 광양만 배후 등 지역에서 한국어와 함께 영어를 공용어로 하고 상용화하기로 했다"고 여러 신문이 크게 보도했다. 나는 영어 공용어에다가 더 보탠 상용화한다고 까지 한 것을 보고 크게 놀라고 실망해서 정부의 책임이 큰 분 앞으로 그 참뜻을 알기 위해 본의 아니게 듣기 껄끄러울 질문서를 보내기도 했고, 한글단체는 강력한 반대 성명서를 내고 반대 투쟁할 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 문화관광부 김수연 어문과장 이름으로 낸 보도 자료에서 ' 외국인에게 영어 서비스를 하겠다는 말을 확대해석한 데서 나온 잘못된 보도라며 제주국제자유도시 설치법안'까지 보여주었고 한글단체에도 그와 같은 해명자료를 신속하게 보냈다. 문광부가 영어 공용어를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고 옳은 일이며 지난번 제주도 국제자유도시 추진 때에도 강력하게 반대해서 막은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문광부 어문과장의 해명 자료는 문광부 태
도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추진 부처 장관의 해명 자료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부처나 경제단체가 영어 공용화 추진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더욱이 영어 공용화나 상용화나 그 말이 그 말이고 어쩌면 공용화란 말보다 항상 일상 생활까지 영어를 쓰게 하겠다는 뜻을 담은 '영어 상용화'가 더 충격이었기 때문에 이번 정책 결정 주체인 재정경제부나 총리실 관계자의 "공용화란 말보다 상용화란 말이 더 적합하다"고 해명한 것이 더욱 혼란스럽고 정부가 본심을 숨기려다보니 허둥대고 있다는 느낌이다. 현재 정부에서 말글정책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만 빼고 다른 부처와 관계자들이 영어 공용
어를 찬성하고 있으며 경제단체와 일부 국민들이 끈질기게 주장하고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많은 정치인과 경제인들이 하늘처럼 여기는 미국이 버티고 있다. 국민들과 정부가 이 문제의 심각함과 중요함을 깨닫고 반대 태도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한 발, 한 발 영어 공용어 쪽으로 기울고 수십 년이 흐르면 우리말과 겨레는 세계 언어학자 말대로 사라지게 될 지도 모른다.
내가 공용화나 상용화를 반대하는 까닭은 첫째, 우리말글이 짓밟히고 더럽혀질 것이며, 그렇게 되면 국운이 융성하기는커녕 더 기울 것이 뻔하고, 민족의 뿌리가 흔들리고 썩게 만들 못된 씨앗이 될 수 있는 위험 천만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둘째, 영어를 공용어로 하려면 공무원은 말할 것 없고 일반인도 잘 해야 하는 데 그렇지 않고 그게 쉬운 일이 아닌데 영어가 무슨 돈 나오게 하는 요술방망이로 아는지 치밀한 준비도 없이 외국인이 요구한다고 주먹구구식으로 밀고 나가는 것 같기 때문이다. 또 남의 말을 공용화나 상용화 할 때는 그의 식민지였거나, 제 나라 말이 너무 부실해서 불편할 때인데 우린 미국 식민지도 아니고, 세계 으뜸가는 한글을 가진 나라이다.
셋째,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부작용이 적은 일, 부정부패가 없고 국민 교양과 지식수준도 높고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등 외국어 공용어보다 더 먼저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그것은 뒷전이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반대 이유가 많다.
그런데 많은 국민들과 언론이 정부가 하는 일만 옳게 보고, 반대자들은 "영어가 세계를 지배하는 세상에 현실을 모르고 얄팍한 애국심을 내세우는 국수주의자들이다"고 영어 공용어 반대자를 비난하고 있다. 어떤 이는 왜 배우겠다는 자유를 막느냐고 항의한다. 이런 정신 상태와 분위기 때문에 더 영어 공용화나 상용화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우리 정부와 국민이 프랑스나 중국 정도로 줏대 있고 힘이 있다면 영어 행정 서비스는 강하게 반대하지 않겠다. 우리말글을 지키고 빛낼 대비책을 치밀하게 세우고 정치와 행정수준도 부정부패 없이 세계 4강에 오르게 하고, 자주 문화와 국민수준과 자연환경도 그 이상으로 올리기 위해 힘쓰면, 영어를 잘 해야 할 공무원과 기업인과 기술자들에게 특혜를 주어 영어 전문가로 양성해서 외국인 투자자를 힘껏 돕자고 하겠다.
그러나 남남 갈등에다가 남북 전쟁위험까지 일어날 정도로 분열된 마당에 계층 분열을 조장하고 많은 부작용이 염려되는 영어 공용화 상용화 정책을 무조건 좋다고 할 수 없다. 우리말이 아닌 남의 말을 우리 공용어로 정하는 것은 민족사에 엄청난 사건인데 정부와 국민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서두르는 것이 너무 불안하고 실패할 것이 뻔해 보여 반대한다.
나는 이번 영어 공용어 파동이 12년 전 한글날 공휴일에서 뺄 때와 너무 비슷한 분위기여서 걱정한다. 그 때 여름에도 한글날 공휴일 제외를 국무회의에서 논의하다 한글단체와 노총이 강력하게 반대하니 슬그머니 꽁무니를 뺀 일이 있다. 그 때 문화부는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했고 꼭 막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해 한글날이 지난 11월에 소문도 없이 다시 국무회의에서
한글날 공휴일 제외 결정을 했다. 그 해 여름에 나는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지 않겠다고 하다가 빼기로 결정하려는 정부 태도를 보고 “불신 조장 근원지가 정부”라는 글을 한겨레신문 “더불어 생각하며”에 쓴 일이 있다. 그 뒤 정부가 경제를 살리겠다고 결국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는 걸 보고 정부에 사기 당했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국민을 속이고 있고 그래서 허둥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 때 한글날을 빼고 얻은 것이 무엇인가? 그 때부터 민족정기를 더욱 약해지고 나라 경제를 더 기울어 국제통화기름 경제 식민지가 되었다. 우리말글도 영어에 짓밟히고 영어 공용어로까지 번졌다.
아래 1990년 한글날 공휴일 뺄 때 한겨레신문에 썼던 글을 옮긴다.
[공휴일 축소와 불신풍조의 진원지]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 으뜸빛 이대로
총무처는 지난 5월 초순 노동자들이 노는 날이 많아 회사의 경영이 어려우므로 공휴일을 줄여 달라는 재벌들의 요구에 식목일, 국군의 날,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하려다가 한글문화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여론이 있어 미루었었다.
그런데 지난 7월 26일 다시 국무회의에 상정할 계획이었으나 이번엔 '노총'까지 가세한 반대여론 때문에 또 상정을 보류했다. 여론을 받아들여 강행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런 일이나, 국민들에게 사전에 충분한 설명도 없이 반대여론을 무조건 무시하고 임시방편으로 조용하면 그대로 강행하려는 비민주적인 태도가 더 큰 문제라 생각한다.
공개토론 제의 거절
우리 국어운동대학생회와 동문회는 지난 4월 15일과 5월 1일, 5월 17일 세 차례에 걸쳐 한글날 공휴일 폐지의 부당성과 반대 뜻을 청와대와 문화부 등 정부 여러 기관에 건의하면서 공휴일 조정이유에 대해 공개토론 할 것을 제의한바 있다.
그런데 대부분 장관들은 건의내용이 총무처 해당이어서 총무처에 이송했다는 대답이었고, 총무처에선 앞으로 공휴일제도 개선연구 때 참고하겠다는 지극히 형식적이고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공개 토론 할 날짜와 장소를 정하고 나와 달라고 간청했으나 총무처에선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키고 논의한 일도, 결정한 일도 없으니 당신들끼리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이미 여러 번 신문과 방송에도 보도된 사실인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더니 신문보도는 거짓이라고 했다. 우리는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기로 한 것은 사실이 아니며 보도 또한 사실이 아니란 것을 문서로 답변해줄 것을 또 요청했으나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사정, 여론을 반영해 취소할 것으로 순진하게 믿고 있었는데 지난 7월 26일 다시 국무회의에 상정 시행하려 했던 것이다.
나는 총무처 담당자에게 왜 지난번에 거짓말을 했느냐고 추궁했더니 재벌들과 높은 분들이 하는 일이라 자신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나는 다시 문화부와 총무처장관실에 전화를 해 이에 대해 문의하자 장관비서관으로부터 방금 상정 취소되었다는 말을 전해들을 수 있었으나 지난번에도 속아서 믿을 수 없다며 언제 다시 날치기통과 시키려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 높은 분들이 하는 일이니 -
지금 나라안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로 믿지 못하여 갈등이 심하고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이 사회의 불신풍조가 심해서 학원이 시끄럽고 정국과 경제가 안정이 안 되고 지역갈등 해소와 통일도 어렵다는 것은 일반 국민들 대부분이 공감하는 사실인데 이 나라를 이끄는 일부 고
위정치 지도자와 재벌들이 담당공무원으로 하여금 본의 아닌 거짓말을 하게 하고 국민에게 불신감만 일으키는 일을 거리낌없이 하고 있으니 너무나 한심하고 답답하다.
-거리낌없이 거짓말-
정부 관리들 또한 힘있는 일부 사람들이나 과격한 행동의 요구는 들어주고, 평화롭고 조용한 국민의 요구는 무시하는 것 같다. 평화스런 건의와 주장을 귀담아 듣고 서로 대화를 진실 되게 해야 하고 옳은 것은 서로가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들의 기득권에 해가 된다고 해서 발전을 위한 당연한 주장을 거부해선 안 된다.나는 한국사람이기 때문에 한문이나 영어보다 한글을 더 사랑한다. 나는 지난날 한글을 훌륭한 글이라고 나에게 가르치면서도 쓰지 않았던 기성세대의 모순된 행위를 불신하면서 한글을 살리고 쓰는 것이 우리 겨레와 통일에 이롭다는 굳은 믿음을 갖고 있다.
공휴일 3일 줄여서 경제성장이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팽배한 불신풍조부터 푸는 것이 더 급하다는 것을 재벌과 정부 당국자에게 말하고 싶다.
〈1990.8.3. 금. 한겨레신문〉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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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전화 011-9945-9190 전자우편 idaero@hanmail.net.
보낸 이: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
받을 분: 산업자원부 장관 신국환
제 목 : 한글 전용법과 정부 공문서 규정을 지켜 주십시오.
1. 지난 8월 10일치 일간 신문에 산업자원부 영어로만 회의, 보고란 제목으로 보도한 기사 내용을 보면 과 별 티타임 회의 때 영어로 말하고, 차관에게 업무 보고를 할 때 영어로 회의를 하고 보고도 영어로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2. 얼마 전, 어느 부처의 고위 공무원이 영어 상용을 말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영어 공용과 영어 상용의 뜻을 잘 몰라서 한 말이겠지 생각했는데 이 보도를 보면 정부의 내부 방침이 영어 상용이고 그 일을 산자부에서 앞장서서 하는 듯이 보입니다.
3. 영어 공용은 모든 공문서와 보고 자료를 우리말, 글과 영어 두 가지로 만들고, 보고도 우리말로 먼저 하고 같은 내용을 영어로 다시 한 번 더 하는 것이고 영어 상용은 공문이나 자료를 영문으로, 말도 영어로 하고 우리말을 아예 쓰지 않는 것입니다.
4. 우리나라에는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이 있고 정부 공문서 규정도 있습니다. 정부 각 부처와 공무원은 이 법과 규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요즘은 개인이나 사회 모든 분야에서 우리말과 한글 전용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정부와 산자부 공무원들이 이 법과 규정을 정면으로 어기는 것은 큰 잘못이고 하루바삐 고쳐야 할 일입니다.
5.. 산자부 장관이 법을 어기면서까지 산업 자원 분야 업무보다 직원들 영어 공부에 더 힘을 쏟고 있는 것처럼 보여 산자부 공무원들이 우리말을 제대로 알고 쓰는지 알려고 산자부 누리집(홈페이지)에 가보니 한글 전용법과 정부 공문서 규정을 지키지 않은 공문이 있고 어떤 글은 문장의 기본 법칙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버려야 할 일본 한자말이 한자 병용(괄호 속에 한자를 쓰는 일)도 아닌 한자 혼용으로 쓴 것도 많았습니다.
6. 그렇지 않아도 많은 기업과 일부 국민의 지나친 영어 숭배와 영어 교육 광풍에 우리말과 우리 글이 죽어 가는 데 산자부 같은 정부 부처에서 영어 상용으로 이를 부추기는 것은 장관으로서, 공무원으로서, 국민으로서 잘하는 일이 아닙니다. 영어 잘 못하는 공무원을 연수원에 보내거나 따로 공부시키기에 앞서 우리말부터 바로 쓰게 해야 할 것입니다.
7. 행정자치부와 문화공보부, 국립 국어 연구원에서 오래 전부터 많은 힘을 들여 국어 순화 용어 자료집을 만들어 각 부처에 보내고 있습니다. 영어 공부하는 시간 중 한 시간만 나누어 국어 순화 용어 자료집을 공부하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9. 공무원들이 업무가 끝난 뒤 집이나 학원에서 영어를 공부하든지 러시아말을 공부하는 것이야 자유입니다. 일본 사람과 만나서 일본말로 이야기하는 것도 무어라 말할 사람이 없습니다. 하지만 국가 기관 사무실에서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더구나 영어로 보고 문서를 만들고 영어로 업무 보고를 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 청사에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곧바로 그만두시기 바랍니다.
10. 위 두 가지 민원에 대하여 15 일 안으로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2년 8월 20일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 공동대표
김경희 김수업 김정섭 이대로 드림
첨부 글 : 관련자료2개 있음
[관련자료1- 문화일보 보도 내용]
산자부,영어로만 회의,보고
산업자원부가 9월부터 과별 회의를 영어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9일 산자부에 따르면 매일 오전에 실시하는 과별 티타임 회의에서는 다음달부터 참석자 전원이 영어로 업무보고와 토의를 진행해야만 한다. 회화능력이 짧은 사람은 1주일 단기 영어연수 프로그램에 보낸다. 삼성그룹 인력개발원, LG그룹 인화원 등에 문제 직원을 보내 특별교육을 받게할 방침이다.
국과장급 간부들의 영어 스트레스는 더욱 강도가 높다. 차관 보고때 국문보고서와 별도로 영문으로 요약자료를 작성해야 한다. 물론 보고도 직접 얼굴을 맞댄 채 영어로 진행된다. 단어가 막혀 우물쭈물 하다가는 역시 영어로 호된 불호령이 떨어진다. 인사상 불이익도 예상되고 있다.
산자부는 이번 영어 상용화 프로그램을 산자부 전직원의 멀티플레이 프로그램이라고 명명했다. 임내규 차관이 발의했고 신국환 장관이 박수를 치면서 OK 사인을 냈다. 산자부에서는 매일 업무시간이 끝나면 영어 강습이 진행된다.
부서내 인트라넷에서는 영어 능력 향상을 위한 영화도 상영된다.
/이제교기자 jklee@munhwa.co.kr 2002/08/09
[관련 자료 2 -한글전용법 위반 산업자원부 누리집의 공문 일부]
2002년 주요업무계획
1. 輸出의 早期 回復으로 景氣 上昇
2. 企業의 士氣 振作과 投資 活性化
3. 外國人投資 150억 ․ 多國籍企業 地域本部 誘致
4. 企業 構造調整의 차질 없는 推進
5. 高技術 ․ 高生産性 ․ 高附加價値化에 集中
6. 世界一流商品의 競爭力 確保
7. 에너지産業의 競爭體制 定着
8. 에너지 需要安定 ․ 供給能力의 强化
9. 世界一流國家의 貿易 ․ 産業 ․ 資源 基盤 構築
10. 韓半島 力量 强化로 新아시아經濟 主導
국제협력국 보도자료 제목
[보도] 해외경제동향보고(8.10)
[보도] 해외경제동향(7.26)
[보도] 海外經濟 動向(7.19)
[정책] 해외경제동향 보고(8.10)
[정책] 最近 美國 證市와 實物經濟 動向 및 向後 展望
[정책] 미국 기업의 회계부정 사태와 미국 금융시장 불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