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원 노, 게임 예스."
13일 금의환향한 김병현. 월드스타가 됐지만, 22세 청년의 때묻지 않은 성격은 그대로였다. 김병현은 이날 공항에서 구름처럼 몰려든 취재진에 둘러싸여 인터뷰를 했다. 벤츠 리무진을 타고 이동, 오후 8시 30분쯤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리츠칼튼호텔에 도착했다.
김병현은 고향 광주에서 올라온 부모님과 함께 귀국 첫날밤을 보냈다. 리츠칼튼호텔이 무료 제공한, 하루 숙박료만 80만원인 딜럭스 스위트룸이 김병현의 방. 리츠칼튼호텔에서 3번째 등급인 이 방은 테라스에서 강남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최고급 룸이다. 내부 인테리어도 모두 외제로 꾸며져 있다.
호텔측에서는 월드스타를 맞기 위해 정성껏 준비했다. 김병현의 방을 초콜릿으로 만든 배트와 야구공으로 장식했다. 특히 딜럭스 스위트룸이 자리잡은 12층 복도에 4명의 경호원을 특별 배치했다. 그러나 평소 격식을 싫어하는 김병현이 이를 거부했다. "위화감을 조성한다. 이동할 때만 경호원을 붙여달라"고 요청했다. 호텔측은 경호원 배치를 백지화했다.
김병현이 환하게 웃은 것은 이런 VIP 대접이 아니었다. 바로 게임기였다. 호텔측에서는 김병현이 평소 게임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방에 게임기를 설치했다. 줄곧 긴장을 풀지 못했던 김병현도 이 게임기를 보자마자 희색이 얼굴에 가득했다.
김병현의 아버지 김연수씨의 자식사랑도 화제가 됐다. 호텔측에서 저녁 식사용으로 최고급 생선회를 준비했으나, 아버지 김씨가 "운동선수는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주장해 부랴부랴 갈비를 제공했다. 김병현은 "레스토랑에 가면 다른 손님들에게 불편을 줄지 모른다"며 룸서비스를 신청했다.
하지만 최고급 호텔, 최고급 룸, 최고급 식사도 이 잠꾸러기 청년에게는 별게 아닌 모양. 유명한 '잠꾸러기'인 김병현은 14일 아침식사도 거른 채 늦잠을 잤다. 일반 대학생처럼 꾸밈없고 소탈한 행동의 연속이었다. 〈 임정식 기자 d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