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러스하게 표현한다면, 이 영화의 한글 제목은 [나 잡아봐라~]가 될 것이다. 제목처럼 이 영화에는 쫒는 자와 쫒기는 자가 있다. 모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공통점은 그것이 우리가 평생을 걸쳐서도 만나기 힘든 이야기라는데 있다. 불가능한 삶을 현실의 영역 속에서 가능하게 실현시킨 주인공들에게 우리는 외경심까지 느끼게 된다.
[캣치 미 이프 유 캔]의 주인공은 사기꾼이다. 보통 사기꾼이라면 영화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도 스필버그가 감독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행크스가 출연하는 영화라면 실제 주인공이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궁금해진다. 편당 2천 5백만 달러 이상의 몸값을 받는 세계 최고의 스타들과 [쉰들러 리스트] 이후 [A.I][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상업성과 예술성의 양날의 칼을 성공적으로 움켜 쥐고 있는 마이더스 손이 선택한 사람은 1998년 CNN 파이낸셜 뉴스가 선정한 [성공한 사람 400인] 중의 프랭크 에버네일이다. 이 영화는 그가 28살 때 쓴 자서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미국 FBI 지명수배자 명단에 최연소자로 올라와 있는 프랭크 에버네일은 16살 이후 250만 달러의 위조수표를 유통시켰고 비행기 부조종사, 의사, 교수, 변호사 등으로 일했다. 단지 그런 직업을 빌려 사기를 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비행기를 조종했으며 의학박사로 병원에서 진찰을 했고 대학 강단에 섰으며 법무장관 밑에서 변호사 생활을 했다. 그러나 당시 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한 미성년자였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프랭크 에버네일은 FBI에 체포된 후 5년 복역하다가 범죄 예방을 위한 위조수표 감식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조건으로 석방된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는 석방 후에도 계속된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집필한 자서전과 강연으로 그가 위조수표를 발행했던 돈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벌어들였다. 그러므로 영화는 실제 인물의 화려한 삶의 행적을 쫒아가는 것도 바쁘다.
스필버그는 경쾌하게, 마치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전성기의 알리처럼 빠른 풋워크를 구사하며 관객들에게 잽을 날린다. 결정적 한 방, 소위 카운터 펀치는 없다. 그러나 사실 영화 전체가, 프랭크 에버네일의 삶 전체가, 카운터 펀치이다. 스필버그는 에버네일과 그를 뒤쫒는 FBI의 칼 수사관의 심정적 대립을 부자 관계의 그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에버네일의 사기행각 뒤에 숨겨져 있는 가족의 상처를 부각함으로써 [E.T] 이후 한결같이 더욱 심도를 높여가면서 계속되고 있는 가족의 가치에 대한 믿음을 더해주고 있다.
어린시절 절대적 영웅이었던 아버지의 몰락, 그리고 아버지 친구와 외도하다가 이혼한 어머니 등, 한 인간의 내면에 가족의 그림자가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문제는, 스필버그의 경쾌한 행보 속에서도 유난히 강조되고 있다. 디카프리오는 [타이타닉] 이후 가장 적역을 맡아 유유자적한다. 그는 또 다른 에버네일이다. 그리고 우리 역시 그렇게 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데 상공한다. 빠른 속도감 속에서도 대가의 노회한 솜씨로 삶의 단면을 예리하게 잘라내고 있는 스필버그의 솜씨에 빨려들다 보면, 현실 속의 내 삶에 대해 생각하는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