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저희 집 이삿날입니다.
비록 전세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조금 더 큰집으로 갑니다.
집을 사서 가면 좋으련만 그런 돈은 없고...
제 깜냥에 그렇게 많은 돈을 쉽게 벌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저는 일터에 나가지만
장모님과 아내는 하루종일 집가심을 해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집가심'이 뭔지 아세요?
먼저 '가심'은
"깨끗하지 않은 것을 물 따위로 씻는 일"을 뜻합니다.
따라서 '입가심'은
"입 안을 개운하게 씻어 내는 것"을 뜻하고,
'볼가심'은
"아주 적은 양의 음식으로 시장기를 면하는 일"을 뜻합니다. 볼에 있는 시장기를 떼는 거겠죠. ^^*
그럼 당연히 '집가심'은
"집안을 청소하는 것"을 말하겠죠?
본래는
"초상집에서 상여가 나간 뒤에 무당을 불러 집 안의 악한 기운을 깨끗이 가시도록 물리치는 일."을 뜻했는데,
지금은 그런 뜻보다는 집안 청소라는 뜻으로 더 쓰입니다.
입가심은 알지만,
설마 볼가심, 집가심이라는 낱말이 진짜로 있냐고요?
있습니다. ^^*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인데,
집가심이 들어있어서 골랐습니다.
하늘이시여!
비 좀 그만 내리게 해 주십시오.
끊임없이 내리는 비에,
바자운 마음으로 힘없이 더그매만 쳐다보는
(바잡다 : 두렵고 염려스러워 조마조마하다.)
(더그매 : 지붕과 천장 사이의 빈 공간)
가년스럽고 떼꾼한 날피들이 보이지 않나요?
(가년스럽다 : 보기에 가난하고 어려운 데가 있다.)
(떼꾼하다 : (몹시 지쳐서) 눈이 쑥 들어가고 생기가 없다.)
(날피 : 가난하고 허랑한 사람)
모두 각다분하게 사는 사람들인데,
(각다분하다 : 일을 해 나가기가 힘들고 고되다.)
이번 비로 방나고 말았습니다.
(방나다 : 집안의 재물이 모두 다 없어지다.)
사그랑이 하나도 남은 게 없습니다.
(사그랑이 : 다 삭아서 못 쓰게 된 물건)
비나리치며 가살스럽고 강밭게 산 떼꾸러기 같은 우리를
(비나리 : 남의 환심을 사려고 아첨함)
(가살스럽다 : 언행이 얄망궂고 되바리지다, 보기에 가량맞고 야살스러운 데가 있다.)
(강밭다 : 몹시 인색하고 야박하다.)
(떼꾸러기 : 늘 떼를 쓰는 버릇이 있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