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시인이자, 같이 황박사 지지 운동하는 후배가 올린 후기에,
색계를 본 다른 동지들의 감상 후기를 꼭 올리라는 강력한 요청이 있어,
글 솜씨론 감히 비교도 안 되지만,
강한 요청이기도 하고,
꽤나 진지한 영화의 느낌을 간단히라도 정리해야 내 일들을 해 낼 수 있을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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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 전부터...워낙 헤어노출, 이라는 것이 이슈가 되어서..
기냥..무삭제 원본을 보는 스릴로 들려서 본 영화가..
옴마야~~~~
너거 지금까지 본 영화...말짱 가짜고..이거이 진짜다..하고 좌악..펴 놓은 거인디..
상하이에 심어놓은 친일괴뢰 정부의 정보부장관(양조위)을 암살하려는 지령으로
자신의 육체를 미끼로 던진..대학연극부 출신..탕웨이
그녀는 순수한 열정의 상징같은 존재
처음엔..양조위를 유인하기 위해..자신의 처녀성을 동지들 중 한명에게..내어주고
3년뒤엔..아주 깊이있고 독특한 막부인이라는 여성으로 재창조되어..양조위의 경계를 허문다
이들이 식민지 시대..괴뢰정부의 수장격으로 혹은..열혈 민족운동 활동가로 만나
한 명은 끝까지 암살에의 경계를 풀지 못하고
한 명은 끝까지 자신의 표적의 신뢰를 얻어야하고..
성행위 하나도..단순한 희열이 아니라
전쟁같고 전투같은 격전으로..격한 체위와 미묘하고 권력적인 표정들을 나눈다
양조위는 자신을 암살하러 온 여성들로부터 성에 대한 경계를 풀지 못하였으므로
자신이 끌리는 탕웨이에게조차..처음엔..폭력적으로 성을 유린한다
그러나 두번째 세번째로 가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또다른 자아의 경계로 들어가는 경험을 한다
탕웨이 역시..함께 고락을 한 동지들의 목숨을 사지로 내어몰게됨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다이아 반지를 선물하며.."내가 너를 지켜줄게"라고 따뜻하게 말하는
양조위에게 깊은 사랑을 느끼며
암살장소로 계획된 보석상 가게에서..양조위에게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지금 즉시, 가라, 고 한다
그리고..양조위는 총알같이 튀어 나가고
탕웨이는...자신의 지령이 실패할 경우 삼키도록 옷섶에 꿰매고 다닌 알약을 매만지다.결국
동지들과 함께 죽음을 맞기로 결정한다
숱한 고문과 죽음을 경험한 양조위
그는 자신을 감시하고 있는 비서앞에서..태연히 자신의 연인을 채석장으로 데려가 죽이라는 싸인을 하고
돌아와..탕웨이의 빈 침실로 간다..
양조위의 아내가 탕웨이의 행방을 묻자..막부인은 홍콩으로 급한 일이 있어서 갔다고..한다
그리고 사형집행 시각 열시의 종이 울리는 소리를 몸서리치게 듣고..일어나 나온다..
색계란...여러가지로 다층적으로 읽힐수 있는 무거운 단어인데..나는 내 식대로
색즉시공의 그 색으로 읽었다
그 색은 집착한 바 없으면...물질 그대로의 상태..드러나는 그대로의 색이다..
그렇다면..자신의 육체 그대로..자신의 성행위 그대로를...아무 탐하고..욕망한바 없이..드러내었다면
이들은 색의 계율을 파계한 것이 아니라..
색의 계율을 지킨 것이 아닐까?...두개가 하나로 뭉쳐서..육체도 욕망도 경계도 없이..그대로 공해지는
경계
이 자리에..조국이니 충성이니 암살이니 의리니..하는 것으로..탁하게 어지럽히느니..
자신이 보고 느끼고..알아온 바..그대로 놔두고..놓아준 것은 아닌지..
생사에 두려움 없이..
그 경계를 고스란히 내려놓고...탕웨이는 갔다..
물론..이안 감독이나..작가의 생각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여전히..나를 매혹시킨..양조위의 고통과 울분에 찬 입술근육
그리고...한 순간을 일생의 전면전을 치르듯..성행위를 치르는
경련하는 장딴지 근육
그 하나하나로..나는 영화의 전체를 흡수한 듯 하다..
아아...양조위...
인간에 바치는 최대의 찬사와 영예를 그대에게
* * * *
상영 전 부터 온갖 유혹의 문구로도,
본 친구들의 후평-모두들 색에 집중한, 열 여덟 체위의 실연 어쩌구-
그러나 나를 감동시킨 님의 감상후기 땜에,
이미 지나간 영화라 상영관이 없어 탱이를 졸라 다운 받아 집에서 함께 보았다, 내내 50인치론 양조위를 다 느낄 수 없다 투덜거림서.
내가 알던 운동권 출신 후배가 고스란히 겪은 살인적인 고통과 동지들에 대한 고뇌와 번민을 보는 듯 해 보는 내내 가슴이, 속이 아팠다.
-컴과 홈시어터 연결에 무식해, 퇴근한 탱이와 밤늦게 보기 위해,졸릴까 마신 밤 커피로 실제로 속을 후벼파는 고통을 겪으며-
후배 생각도 겹쳐 눈물이 나려 했지만 또 날 바보스럽단 듯 볼 것 같아 눈물 참느라 애쓰며....
졸음을 참고 겨우 다 본 탱이는 역시 여자는 색이 생의 전부라며 어리석은 탕웨이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사랑을 위해 모든 걸 버릴 수 있는 게 여자라는 내 항변에,
그건 사랑이 아니고 불륜이며 색욕이상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하는,
파계는 절대로 용서 안 된다는 단순 유치한, 부동의 그의 사고를 강요(?)한다.
양조위의 야릇하게 깊고 슬픈 눈, 사랑의 절정에 이르러 모든 걸 놓은 듯한, 그러면서도 한없이 슬픈 양조위가 어른거리고
-님을 무경계로 몰고 간 장딴지 근육은 생각이 잘 안난다-
선 보는 고대 출신의 중정 요원에게 혹시나 하고 행방을, 생사를 묻던 내 동생 절친한 친구이자 아끼던 후배 생각이 겹치고,
속을 후비던 커피 땜에 눈은 더 말똥해져 싱크대에서 내일 아침 준비 하는듯 시간 보내다,
샤워하고 들어가니 그새 탱이는 벌써 코를 곤다.
다시 거실로 나오려 문 여니 안 자고? 하기에,
커피 땜에 잠이 안 올 것 같아서, 하며 서재로 가,
영화를 본 감동적인, 혼돈스럽고 정리 안 된 마음을,
컴 켜고 주저리주저리 읊고 팠는데, 다행인지 컴이 자꾸만 다운이 돼 버린다.
갑자기 등 뒤가 서늘해져, 길지도 않은 복도를 무섭게 느끼며 안방으로 돌아오며
본능적으로 광명 진언을 중얼거리는 난 여전히,
저급하고 유치한 겁쟁이,울보 일 뿐이다.
님의 후기에 쫄려, 안 쓸려다 마음 정리를 해야 내 일이 될 같아 늦은 이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