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의 '배신'…일반분양의 20%가 당첨자 등돌린 미계약
청약 경쟁률이 높았다고 해서 계약까지 잘 된다는 보장은 없는 것 같다.
1순위 청약에서 1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한 아파트 중에서도 계약 결과 전체 가구의 20% 정도가 미계약되는 단지들이 나오고 있다. 서울 집값이 계속 내려가면서 수요자들이 분양받아 집을 구매하는 게 전세나 기존주택 매입보다 이점이 없다고 느끼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이 태릉현대아파트를 재건축해 노원구 공릉동에 공급한 ‘태릉 해링턴플레이스’에서 62가구의 잔여가구가 나왔다. 이 아파트는 특별공급을 제외하고 327가구를 모집했다. 전체 일반분양의 19% 정도가 미계약분으로 나온 셈이다.
잔여 가구는 9일 모집공고를 거쳐 15일 청약 신청을 받아 19일 당첨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타입별로 보면 △전용 59㎡A 31가구 △59㎡B 4가구 △전용 74㎡A 22가구 △전용 74㎡C 3가구 △84㎡A가구 2가구다.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중소형 면적에도 미계약이 많이 발생한 것이 눈에 띈다.
잔여가구는 청약 당첨자가 자금 사정 등의 문제로 계약을 포기하거나 1순위 청약요건을 채우지 못한 점이 뒤늦게 발견돼 생긴다. 청약자격이 강화되면서 이런 가구가 늘고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태릉 해링턴플레이스의 경우 입지에 비해 비싼 분양가가 미계약에 상당 수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수요자들이 지금 집을 분양받는 거보다 시장 분위기를 살펴보며 계약을 포기한 것"이라고 봤다.
이 아파트 전용 59㎡ 평균 분양가는 5억원 안팎이고 전용 74㎡는 5억5000만~6억1400만원, 전용 84㎡는 6억3480만원이다. 인근 ‘태릉우성아파트’ 전용 66.87㎡ 9층은 지난 3월 4억3500만원에 거래됐고, ‘태강아파트’ 전용 59.38㎡ 6층은 2월 4억2000만원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같은 면적 대비 1억원 정도 비싸다.
최근 분양시장은 새집이란 이점과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비슷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태릉 해링턴플레이스의 경우 이런 장점들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으면서 수요자들도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주택 매수심리가 나빠지면서 서울서 이런 단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1분기 주택 구입태도지수는 전분기보다 1.9포인트 하락한 69.5로 조사돼 2분기째 떨어졌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주택 구매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뜻이고,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다.
신규주택 분양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사례도 계속 나오고 있다. 앞서 광진구 화양동에 공급된 ‘광진구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는 청약 미달로 원래 20%였던 계약금을 10%로 낮추는 등 금융조건까지 바꾸면서 청약자를 찾아나서고 있다. 지난 1월 분양한 대림산업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포레’도 일반물량 403가구의 15%인 60가구가 미계약 잔여가구로 풀린 사례가 있다. 2019-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