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클라호마 교육방식 참관기
박한숙 - 광주교대 교수
미국 교육의 모습은 각 주마다 특색이 있다. 몇 해 전에 내가 머물렀던 오클라호마 주의 교육 방식도 한국과 다른 특이한 부분이 매우 많아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에서의 ‘우리 교육’도 중요하지만 교육과 과학, 의료, 국방 등과 같은 분야는 세계적인 기준에 비추어 경쟁하고 발전해야 하겠기에 다른 나라의 교육 상황을 비교하고 장점을 받아들이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처음 미국 초등학교 교실에 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이 ‘교과서가 없는’ 수업이었다. 오클라호마 주 스틸워터 교육구에서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 교과서가 없다. 교과서가 없는 수업을 한국에서 상상이나 할 수 있는가. 내가 4학년 교실에 들어가서 과학(science) 수업을 참관할 때 교재는 ‘과학 잡지’의 환경 영역을 복사한 것이었다. 그것은 유명한 과학 잡지인 ‘Scholastic News’ 중 ‘이상한 개구리’ 부분을 복사해서 그 이상한 개구리가 생겨나게 된 이유, 미국에서 그러한 개구리가 발견된 지역, 그러한 개구리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읽고 조사하고 발표하는 수업이었다.
교과서를 가지고 수업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즉각적이고 시의적인 수업 운영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교과서가 없는 수업은 아동들이 흥미 있어 하는 학습 내용을 즉시 다룰 수 있고, 교육과정을 교사 중심으로 매우 융통성 있게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에서 아이들의 ‘손 씻기’와 ‘이 닦기’까지 규정해 제시하는 것과는 너무 대조되는 부분이었다. 교과서가 없는 학년의 교사들은 동호회나 연수회 등을 통하여 다양한 자료를 구비하고 수준에 맞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교과서가 없음으로 해서 자연적으로 교과 간 통합이 이루어져 교과목 수가 한국에 비해 훨씬 적었고 이에 따라 평가의 횟수도 한국에 비해서는 매우 적어 평가를 위한 수업을 하는 경우가 없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아동들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수업 방법은 개인의 수준에 따라 수업 내용의 수준을 달리하고 방법을 다르게 해서 가르치는 것이다. 이러한 개별화된 수업의 전제 조건은 바로 학급당 학생 수가 적어야 하는데, 이 곳의 학생 수는 평균 17명 정도로 매우 이상적인 학급당 학생 수를 유지하고 있었다. 또 한국의 수업시간에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발표를 하기 위해 학생들이 앞 다투어 ‘저요, 저요!’하고 아우성을 칠 필요도 없다. 교사의 질문에 대해 모두에게 답하는 기회가 돌아가고, 책 읽기나 여러 가지 역할도 모두에게 기회가 돌아가게 되어 있었다. 학습지나 과제에 대한 개별적 피드백과 코멘트도 이곳에서는 교사들의 당연한 ‘의무’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평가의 경우도 이곳에서는 1 : 1로 평가를 하고, 개인별 수준에 맞춘 교사의 지도가 이루어져 교수ㆍ학습 이론에 가장 가까운 수업 행위들을 접할 수 있었다.

12주 동안 K-5까지 약 12주 동안 참관하였는데 학급 운영에 있어서 특징적인 것은 학급 환경 게시의 실질화, 교실의 학습 자료실화, 그리고 아동 발표의 실질화 등이었다. 학급 환경 게시는 우리나라처럼 가로와 세로가 반듯하게 나열되고 깨끗하게 정돈된 그러한 경우는 볼 수 없었다. 아동들이 수업 시간에 만들어 낸 산출물들이 바로 게시판에 옮겨지며, 교실의 삼 면 벽은 수납장과 진열장으로 이루어져 교실 자체가 하나의 학습 자료 창고라고 할만 했다. 수 년 혹은 수십 년간 동일 학년을 운영하면서 모은 자료들이 버려지지 않고 교사의 경력과 더불어 교실에 차곡차곡 쌓여 수정ㆍ보완되어 하나의 전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교사들은 해마다 다른 학년을 맡고 교실도 옮겨야 하기 때문에, 교실에 누적 보관되어 있는 학습 자료들이 거의 없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교장의 활동은 또 어떠한가. 미국의 교장은 한국처럼 형식 관리직이 아니라 실무 관리직이다. 교장은 전입 학생들을 상담하며, 교통 지도, 등ㆍ하교 지도, 문제아 상담을 실질적으로 담당한다. 이외에도 급식 지도, 공문 직접 보고, 휴일 당직, 교무회의 직접 안내 및 진행을 비롯하여 신임교사의 수업지도와 시범수업을 직접 하는 존재다.
즉 미국의 학교에서는, 교사가 결근하면 대체 교사를 써도 되지만 교장이 며칠 학교를 비우게 되면 학교가 마비될 정도이다. 이처럼 교장이 직접적으로 현장에서 발로 뛰며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라는 것이 우리나라와 매우 대비되는 부분이었다.
우리나라의 신교육 제도는 일제 시대에 그 뿌리가 내려졌고, 해방 후에는 미국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어 왔다. 혹자는 ‘우리교육’을 주장하며, 미국이나 유럽의 교육은 그 나라의 문화와 풍토에 기인하는 것이므로 우리나라에는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교육’이 무엇이며 어떤 것이냐고 그들에게 되물을 때, 그들은 마땅히 대답할 말을 잃는다. 서두에서 밝혔듯이 과학, 국방, 의료 등 많은 영역들은 국제 표준에 맞추어 세계에서 경쟁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교육 분야에서도 선진국을 비롯한 국제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그 장단점을 파악하여 ‘우리의 것’을 만들어 가야 한다. 교육에 있어 현재 ‘우리의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것’을 만들어 가야 할 시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