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지지 않은(?) 항모보유국들
항모 전단이 가장 강력하면서고 융통성 있는 유용한 무기체계이다 보니 인구에도 많이 회자되고, 덩달아 수없이 많은 판타지와 오해도 떠돌아다닙니다. 중국이 항모전단을 보유하고 있단 내용도 있었던 것 같은데, 정답은 '아직(?) 없다'입니다. 구소련에서 건조 도중 중단된 쿠즈네초프급 2번함 발략(와리야크, 바리야그... 읽는 방식에 따라 발음은 천차만별)을 들여와서 개장공사 중입니다만 아직 취역 실전배치는 멀었습니다.
덧붙여 일본이 항모 갖고 있는 줄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죠. 없습니다. 오오스미급은 항모하곤 거리가 멉니다. 최근에 헬기모함이 진수되긴 했습니다만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항모라곤 할 수 없습니다. 더불어 우리나라 독도함도 마찬가지.
우리가 흔히 '항모'라고 말할 때 떠올리는 고정익기 여러 대를 탑재하는 항공모함을 가진 국가는, 아시는 바 대로 미국, 러시아,(여기까진 말 안 해도 짐작) 프랑스, 영국(여기까지도 수긍)이 있고, 위에 말씀드린 대로 중국 일본은 의외로(?) 없구요.
그리고 이탈리아, 스페인,(오호라?) 브라질, 인도(얼씨구?), 태국(헉!)이 있습니다. 물론 미국이나 러시아처럼 만재배수량 7만톤 10만톤 왔다갔다하는 대형항모, 초대형 항모 이런 거 아니고, 프랑스같은 중형 핵항모 이런 것도 꿈도 못 꿉니다만, 그래도 고정익기 탑재하는 항모는 맞습니다. 대략 만재배수량 1만 5천톤에서 3만톤 내외의 소형항모와 경항모입니다. 자국에서 외국에 주문해서 건조한 경우도 있고, 외국에서 퇴역한 함을 중고로 사 와서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적과 함명, 사진만 간략하게 소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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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브라질-상파울로(Sao Paulo A-12)

프랑스는 현재 중형 핵항모인 샤를르 드골급을 운용 중인데, 샤를르 드골급 전에 '클레망소급'이라는 통상동력 중형항모를 운용했었고, 동급 2번함이 '포쉬'였습니다. 이걸 퇴역시키면서 브라질에 매각했고, 브라질에서 상파울루급으로 개장 재취역한 것입니다.
배수량은 약 3만3천톤. 브라질에서는 상파울루급 이외에도 미나 제나이스 등 구식의 소형 항모를 운용한 바 있습니다.
2. 인도-비라트(Viraat)

비라트도 상파울로처럼 중고를 사 온 것입니다. 1959년에 영국에서 취역했던 허미즈 함을 사 와서 지금껏 개장하고 고쳐 가며 쓰고 있습니다. 비크라트라고 동급의 함이 있었는데 노후화돼서 퇴역하고 비라트만 혼자 쓸쓸히 남아 있습니다. 단, 중국이 쿠즈네초프 2번함을 들여와 개장하고 있는 것처럼 쿠즈네초프 3번함인 어드미럴 고르시코프 함을 들여와 자국함으로 개조 중입니다. 비라트는 만재배수량 28,500톤. 미국이나 러시아 항모에 비하면 작아보이지만 이것도 만만한 크기는 아닙니다.
3. 스페인-프린시페 드 아스투리아스(Principe de Asturias)

스페인은 조선 선진국입니다. 아르마다의 전통은 무색해진 요즈음이지만 그래도 F-100같은 축소형 이지스함 함체를 자국에서 설계 건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F-100을 건조했던 바로 그 바잔 조선소의 또 하나의 역작이 프린시페 드 아스투리아스 경항모입니다. 만재배수량 17,100톤의 경항모입니다.
4. 태국-차크리 나루에벳(Chakri Naruebet)

이거, 자세히 보시면 위에 소개된 스페인의 아스투리아스랑 실루엣이 거의 비슷합니다. 어떤 각도에서 보면 거의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짝퉁은 아니고, 태국에서 스페인 바잔 조선소에 의뢰해서 건조한 아스투리아스의 자매함 성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완전히 같지는 않고 설계가 다소 변경돼서 배수량이 많이 적습니다. 11,300톤... 다른 개발도상국의 항모와는 다르게 선진국의 퇴역 항모를 사 온 게 아닌, "신상품"입니다. 그런데 IMF 이후 기름값 인건비 문제 때문에 바다로 잘 안 나간다는군요... 좀 무리한 쇼핑이긴 했던 것 같습니다.
5. 이탈리아-쥬세페 가리발디(Giuseppe Garibaldi)

쥬세페 가리발디도 경항모입니다. 만재 13,370톤. 이건 취역한지 꽤 됐고, 금년중에 신형함이 취역한다고 하고 진수는 벌써 했다고 하는데 여기에 대해선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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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후에 몇 가지 추가.
* 위에도 일부 썼지만, 러시아에서 3번함까지 건조 예정이었다가 1번함만 취역하고 2, 3번함은 건조작업 중에 중단됐던 쿠즈네초프급 대형 항모가 중국집하고 카레덮밥집에 팔려가면서 러시아에서 호적을 파 갔습니다. 아직 주민등록번호는 안 나왔지만, 취역하면 서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 군비균형이 크게 요동칠 것 같습니다. 인도의 군비확대는 파키스탄을 즉각적으로 자극할 것이고(양국 모두 핵 탄도탄 보유국), 중국의 항모 전력화는 한국과 일본의 항모보유와 해양군비 경쟁을 정당화 해 주겠죠. 더불어 아직 상대적으로 태평양함대보다 대서양함대쪽에 조금 더 무게추가 기울어 있는 미국 해양전력의 밸런스도 다소 조정될지 모를 일입니다.
* 지금은 없지만, 한 때 호주와 아르헨티나가 항공모합을 운용했던 적이 있습니다. 연세가 많은데 후손을 못 보셔서 대가 끊겼습니다. 호주는 새로 도입한단 얘기도 있습니다.
* 미국은 CVN-77을 마지막으로 니미츠급 설계를 기본으로 하는 항모 생산은 종료되고, 기존의 앵글드 데크형태에서 벗어나 외형적으로 좀 확 바뀐 형태가 나올 것 같습니다. 21세기에도 12개 내외의 초대형 항모전단 전력을 유지할 전망.
* 영국은 구식 티 풀풀 나던 인빈시블급의 수명이 다하는 대로 JSF를 운용하는 뽀대만빵의 차기 항공모함 CVF를 취역할 계획입니다. 만재 6만~7만톤 계획이니까 크기면에선 쿠즈네초프급 수준이고, 취역시기를 보면 성능적으로 니미츠급에 버금갈거라고 예상해도 될 듯 합니다. 계획대로 두 척 이상을 취역시키면 해상전력 면에서는 러시아도 영국에 긴장탈 상황이 될지도.
* 가끔 인터넷 돌아다니다 보면 "일본은 미국에 이은 해군전력 2위!"라고 외치고 다니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바다에 있어 공세적 힘의 상징은 해상에서는 항모, 수중에서는 전략원잠(탄도탄 탑재), 공격원잠입니다.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가 이런 것들을 구비하고 있고, 이게 다 없는 일본은 아무리 잘나도 그 다음입니다.(중국도 원잠이 있긴 하지만 지금 있는 게 워낙 좀 고물이라...) 공포의(!) 이지스함은 함대방어체계일 뿐입니다. 공고나 아타고는 미국의 항모같은 고가치 전략무기를 호위하고 있는 게 아니라 기껏해야 각 함별로 4기~8기씩 배치된 대함미사일 플랫폼을 방어한다고 할 수 있고, 미국 7함대 항모전단과의 합동작전시, 그것도 미 항모를 향한 러시아(또는 중국)의 대규모 대함미사일 세례를 방어할 때에나 본래의 가치를 발휘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 육중한 강철방패와 갑옷으로 무장했지만 손에는 단검을 쥔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