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들이에서 얻은 수확
얼마 전 저녁 시간대에 텔레비전을 보다 우연히 우리 재래시장 한곳을 보게 되었다. 그곳은 전북 익산시 여산면 여산 장에서 유명하다는 짜장면 집. 그 프로를 보고 나서 기회가 닿으면 그 집 그 할머니 짜장면을 한 그릇 먹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에 여산 장을 안내하겠다는 일행과 장을 찾게 되었다.
대전에서 한 시간 남짓 달려 여산 장터에 닿았다. 때는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 무엇보다 먼저 그 짜장면 집을 찾아 한 그릇부터 해결하는 것이었다. 두어 곳에 자장 집 위치를 물었다. 찾아 든 짜장면 집은 장 터 한 가운데 천막 같은 가건물이었다. 입구 벽에는 <최씨네 할머니 50년 전통 짜장면>이라고 쓴 광고물이 붙어 있었다.
안에 들어서니 10여 명이 여기저기 긴 나무 의자에 앉아 먹고 있는 사람 짜장면이 나오길 기다리는 사람들이 주방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 짜장면을 먹고 있는 사람들 한 식탁 위에는 커다란 카메라 한 대가 먹고 있는 일행을 쳐다보고 있었다. 입구 공간에 서 있던 서울 한 방송사 차량을 타고 온 제작팀 같았다.
우리가 주문한 짜장면이 나왔다. 한 입씩 맛을 본 사람들 얼굴에"그래 바로 이 맛이야!"라고 하는 듯 즐거운 웃음이 피어올랐다. 밑반찬이라면 단 한 가지-그것은 애 배추로 담은 시큼한 것 한 접시였다. 설명으로는 자기들 텃밭에서 기른 무공해 배추와 양념만으로 담은 것이라 했다. 보기보다는 맛이 좋아 김치를 더 시켜 먹기도 했다.
식당 안에서 식당 일을 하는 사람은 한 할머니 등 여자 세 명. 할머니는 바닥에 붙어 앉아 있다시피 앉아 이것저것 볼 것 없이 그릇만 닦고 있었다. 할머니가 바로 이 최씨네 할머니. 주인공 장본인. 알고 보니 나머지 두 여자는 할머니의 큰딸과 작은 딸이라니 모녀간. "어머니가 얼마 전부터는 저렇게 그릇만 닦으신다"며 자기들이 식당을 맡아 하고 있다고 작은 딸이 말했다. "언니는 매일 대전에서 출퇴근한다"며 웃었다. 장날에만 문을 여는 최씨네 짜장 면 집은 500여명이 짜장면을 찾아온다고 했다. 이 집은 돼지기름만을 써 짜장면을 만든다고 그 맛의 비밀을 살짝 일러 주었다.
서글서글하고 웃기도 잘 하는 작은 딸에게 물었다. 여산 장에서 유명한 게 무어냐?"고. "거야 물으면 뭐 한데요? 우리 집 짜장면이 제일이고 다음은 생선 어시장이죠"라며 또 한번 웃더니 다음은 "할머니 순대"라고 일러 주었다. "어시장에는 군산이 가까워 좋은 생물이 싸게 많이 들어온다'면서 "오늘은 조선 조기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걱정도 해 주었다.
걱정 해 준 덕분인가. 조선조기도 있었다. 물론 중국산도 있었다. 다른 해물이 있어 산지를 물으니 '거의 다 중국산"이라며 진열대 해물을 가리켰다. 어시장을 지나 옆 농산물 노점을 둘러보았다. "이거 아침 우리 밭에서 뽑아온 조선배추요"라며 한 단을 들고는"겉절이 해 먹으면 좋다"던 할머니. 그 옆에서 "아침에 까온 조선 팥"이라던 또 다른 할머니. 이렇게 조선 골 파 조선 밤콩 등 농산물을 팔고 있는 할머니들은 모두 조선농산물임을 내세워 잊고 있던 옛 이웃이라도 만난 듯 했다. 할머니들은 '조선' 을 농산품에 대한 품질과 신용을 대신하는 최상의 판매용어로 애용하고 있었다.
공산품을 파는 곳에서는 이름난 '남원부흥식도'에서 만든 옛 식도 한 개도 구했다. 이어 양심과 신앙 자유가 질식한 대원군의 병인박해 순교 성지 <白紙死址>를 순례하고 있는 광주 까리따스 수녀회 소속 수녀 일행 7명을 우연히 만나 인사도 나누었다. 수녀들은 2박3일 도보 성지 순례에 나서 이틀째라며 발길을 서두르고 있었다. 우리도 뒤따라 수녀들이 앞서 걸어 간 <여산 숲정이 순교성지>로 가서 다시 만났다. 이어 <여산 성당>에서도 만났는데 우리가 성당에 들어 설 때 그토록 짓던 강아지는 수녀들이 들어 올 때는 짓지 않고 잔디에 얌전히 앉아 쳐다만 보는 귀여움을 떨었다. 역시 강아지도 수녀들은 알아보는가. 우리 세례명을 묻고는"기억하겠다"며 <천호성지>로 떠나는 수녀들과 헤어지는 인사를 나누며 남은 도보성지 순례길이 무사하고 풍성하길 빌었다.
여산 장을 찾아 한번 먹어보고 싶던 짜장면을 먹으며 옛 맛을 다시 한번 본 일이나 우리 조선 것이라며 재래 농산물임을 강조하던 노점 할머니나 아주머니들을 만난 것이나 성지 도보순례 중에 있던 수녀 일행을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음은 가을 나들이에서 얻은 큰 수확이라고 여겨졌던 하루였다. (2005. 10. 19.)
첫댓글 사람냄새가 물신 물신 풍기는것 같구려.
여산짜장면...설명만 들어도 입 속에서 맛이 느껴지는군! 여산이란 고장은 아무래도 그 짜장면 덕분에 더욱 발전 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