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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8일. 장률 감독의 신작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출품작이기도 한 이 영화의 무대배경은 군산. 내가 사는 곳이라 은근히 호기심이 끌리지만 실은 전작 <경주>를 워낙 인상깊게 본탓이다. 좀 아쉽기는 홍상수와 달리 작품이 다 고른 수준을 유지하는것 같진 않다. 가령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인 <춘몽>이나 다소 실험적인 <필름시대의 사랑>은 밋밋했다. 전작들에 비해 <군산>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바라기는 <경주>정도의 수준만 유지해도 좋을텐데.....얼마전 내 제안으로 최 작가, 태정호, 경윤이랑 감상평을 나눠보기로 약속까지한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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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8일 오전 아내와 함께 CGV 5관으로 향하다. 극장 나드리가 대체 얼마만인가. 오전 시간이라 그런지 관객은 대략 30여명쯤. 하긴 우중충한 날씨에 오전부터 극장에 올 사람이 얼마나되겠는가. <경주> <춘몽> 역시 그렇지만 장률 감독의 영화는 일반 관객이 쉽게 따라가기에 좀 벅차다. 스토리, 주제 모두 일목요연하지 않고 애매한 장면까지 많아서 그렇다. 내가 사는 군산이 배경이다보니 여기저기서 지명을 말하는 목소리가 낮게 들린다. 중간중간 코믹한 장면들에선 웃음이 나오고, 재밌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대체로 건조한 분위기다.
이윽고 앤딩 자막이 뜨자 뭐야~ 라는 소리가 한 목소리로 들린다. 전체적으로 모호한 탓이다. 영화를 내둥 보긴했는데 쉽게 정리정돈이 안 되는 거다. 스토리를 클리어하게 이해하지 못한 관객을 헷갈리게 하는 요소가 또 있다. 가령 윤영과 송현의 군산여행기가 영화의 전반부고, 그들의 과거 관계를 후반부에 배치해서 시간 순서를 뒤바꿔놓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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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주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번짓수가 맞지않은 어긋난 연애담' 정도가 될것 같다. 겨우 연애담 플롯이라면 흔해빠진거 아닌가, 뭐 더 이상 논할 애깃거리가 없다. 그렇다고 장률 감독이 이런 애기 할려고 영화 만든건 아닐테고 혹 이런건 아닐까?
가령 동아시아 3국, 여기다 조선족까지 포함해서......역사의 뒤안길 추적하기, 나아가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 상황을 담으려고 했나? 왜 그러냐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중국의 동요 '영아'(거위를 노래하다), 일본인, 중국인 관광객에 윤동주의 후쿠오카가 등장하고, 민박집 주인은 재일교포, 윤영의 집 가정부는 조선족이다. 게다가 영화에는 중국어, 일본어, 조선족 사투리가 뒤섞인다. 조선족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어느 인권단체 집회도 등장한다. 그러니까 민박집을 중심으로 네 명의 연애담 플롯이 중심을 차지하지만 요즘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선족을 포함한 동아시아 인들의 사회적 상황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거다. 스치듯 잠깐 정도의 삽화가 아닌거다.
만약 그렇다면 겉에 드러난 연애담 플롯과 또 다른 삽화인 우리를 포함한 동아시안인들의 역사적 삶의 과정, 현재의 사회적 상황이 서로 뒤섞이질 못하고 겉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연애담과 별 관계를 이루지 못하고 들쑥날쑥 맞지 않은 퍼즐처럼 뒤틀린다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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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박해일)이라는 캐릭터는 말수가 별로 없고, 내성적이며 시종일관 어둡다. 쓸쓸함을 갖고 있다고나할까. 반면 송현(문소리)은 쾌할하고 유머가 넘친다. 여기서 관객은 윤영에 대해 궁금증을 가질수밖에 없다. 뭔가 드러나지 않는 삶의 배경, 혹은 어떤 곡절이 있을것 같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드러난 정보에 의한다면 세상을 뜬 어머니에 대한 슬픔을 갖고 있다는 정도다. 따라서 대부분은 문소리의 전혀 반응없는 태도에 기인한 것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