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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숲’ 김정아선생님께서 대전수필문학회 회원으로 가입하셨습니다. 평소에 저희 문학회에 관심을 갖고 계시다가 이번에 자원하셨습니다.
그 동안 우리 카페에 ‘생각의 숲’이라는 필명으로 방문하셔서 짧지만 정감어린 댓글을 올려주신 선생님이십니다.
대전일보 신춘문예와 종합문예지 ‘문예감성’에서 각각 시와 수필로 등단하신 중견 문인이시고 현재 대전시민대학 명예기자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김정아선생님의 참여로 우리 문학회가 더 활발하게 될 것은 물론이고 수필 공부를 위한 든든한 동행자가 될 것입니다.
김정아선생님을 우리 모든 회원님들과 더불어 환영하고 축하드립니다. 육상구올림 (다음 작품은 김정아선생님께서 저에게 보내주신 수필입니다) 궁남지 연밭에서
김 정 아 비 내리는 궁남지 주변이 온통 연꽃 물결로 넘실거리고 있었다. 해마다 7월 말을 전후로 연꽃을 보러 다닌 지 어언 이십여 년은 된 듯하다. 연꽃을 만나러 갈 때면 가슴 속 깊이 그리워하는 이를 만나러 가는 듯한 두근거림과 만나고 돌아오는 감회가 예사롭지 않아 좋다. 오래 전, 백련을 만나기 위해 전남 무안군 일로읍 복룡리의 백련지까지 무박 기차여행을 감행했을 정도로 나는 연꽃을, 특히 백련을 사랑한다. 왠지 모르지만 백련 쪽이 훨씬 격이 있게 느껴진다. 홍련은 흔하지만 백련은 귀하다. 복룡저수지 끝이 가물가물한 너른 연못에 백련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대장관이었다. 백련을 보자마자 가슴이 터지도록 부풀어 올랐던 순간이 간간이 떠오르곤 한다. 전주의 덕진공원은 해마다 홍련의 물결로 출렁인다. 또한 경기도 두물머리 세미원도 내가 연꽃을 보기 위해 자주 찾았던 곳이다. 5년 전부터 가까운 부여 궁남지에 연꽃을 보러 가곤 한다. 백련과 홍련은 물론이고 멸종 위기식물로 지정된 가시연과 어리연, 빅토리아연 등 그 종류도 수많은 각종 수련들이 물빛을 거울로 화장을 고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꽃을 보러 갈 때는 되도록 아침 이슬이 마르기 전의, 이른 시간대가 좋다. 아니면 비오는 날이거나, 저녁 석양이 그 명命을 다하는 어스름 무렵도 괜찮은 듯싶다. 한여름 땡볕에도 연꽃들은 제 홀로 고고하지만, 혹서기의 땡볕 아래서는 연꽃을 연모하던 마음이 어느새 간 곳조차 없이, 나는 채 10분도 버티지 못하고 지쳐버렸다. 무릇 연꽃 감상은 연밭 사이를 어정거리며 바람에 출렁이는 연잎과 연꽃의 물결에 마음을 죄다 얹었을 때, 어느 겨를에 찾아오는 일체감으로서 그 절정에 이른다. 그리고 적어도 한나절은 그 곁에 머물며 연꽃 향기에 듬뿍 취해야 할 일이다. 그윽히 멀리 퍼지며 더욱 은은해지는 연향을 단김에 쇠뿔이라도 뽑듯 해치울 일은 아닌 것이다. 코끝으로 연꽃 향기를 느끼며 연잎에 구르는 빗방울을 한참 동안 지켜보았다. 줄기차게 내리는 빗방울도 연잎에게는 한 낱 수수알갱이들에 불과한 듯했다. 빗방울이 고일라치면 연잎은 요동치며 투명한 빗방울을 미련 없이 연못 아래로 쏟아내곤 했다. 자신이 감당할 만큼의 무게를 담았다가 조금이라도 버거워질 만하면 곧 비워내는 지혜라니. 빗길임에도 연꽃을 보러 나온 노부부에게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할아버지가 한 손으로는 우산을, 한 손으로는 할머니 손을 꼭 붙잡고서 꽃길을 거니는 모습이 눈물겹도록 보기 좋았다. 수련과 연꽃과 붓꽃이 흐드러지게 핀 연못 길을 여든 가량의 노부부가 노니는 듯, 떠다니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할아버지가 쭈그리고 앉아 윗몸을 기울인 채 수련 사진을 찍을 때마다, 할머니가 뒤에서 할아버지의 허리춤을 붙들곤 했다. 나이 들수록 애틋해지는 것이 부부의 정이라더니 눈부신 연꽃 세상에서 두 분의 사랑이 더 없이 은근해 보였다. 부부로 산다는 것은 서로에게 스며든다는 것이 아닐까. 눈과 날개가 각각 하나씩이기에 짝을 지어야 비로소 날게 되는 새가 비익조라고 하던가. 요즈음 들어 목욕탕 하수도 배수구 망에 낀 남편의 머리카락을 긁어내며 자주 마음이 짠해지곤 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말다툼을 벌이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그런 갈등들은 우리 곁에서 멀어진 듯하다. 40대 중반 이전의 나는 그에게 불만 꽤나 많았었기에 마음이 늘 편치 않았다. 하지만 이제 웬만한 일에 내 마음은 좀체 흔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언젠가부터 남편도 시나브로 마누라 마음을 얻고자 애쓴다는 것을 눈치 채게 되었으니. 서서히 나이를 더하며 피부의 탄력감을 잃어가지만, 나이 든다는 사실이 하나도 억울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드러나는 외모보다는, 마음의 평온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지나간 시간들로부터 값지게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연꽃으로 치자면 가시연이었던 내게서, 차츰 촘촘했던 가시들이 사라져버렸으니 말이다. 이제는 서로의 눈빛만 보아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알게 된 지경에 이르렀으니 웬만큼 살기는 살아낸 모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유일하게 내 편이며, 친구 같은 그가 편해서 마냥 좋다. 비록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티끌도 물들지 않고 먼 데까지 향기를 풍기는 꽃, 언제나 푸르고 맑은 줄기와 잎을 간직한 꽃, 바람결에 몸피를 흔들며 함께 출렁이지만 결코 그 바람의 충격에 휘둘리지 않는 꽃, 보는 이의 마음을 온화하게 감싸주어 입가에 저절로 미소를 머금게 하는 꽃, 떨어지고 나면 그 중심 자리에 깔대기 모양의 잘 익은 열매를 남기는 꽃, 하여 방편으로서의 제 임무를 다하고는 마침내 실상만을 오롯이 남긴 채 스러지는 꽃, 뿌리와 줄기, 열매 할 것 없이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오랜 수행 끝에 얻은 깨달음처럼 연밥에 박힌 연자 또한 다록다록 익어가면서 머지않아 가을이 다가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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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김정아 선생님 글을 읽는 내내 궁남지 연꽃들이 출렁거리네요.
격조 높은 글로 첫인사까지 해주시고, 반갑습니다.
같은 여성으로서 대환영입니다~~~~~^^*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입회를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앞으로 김 수필가님의 좋은 글을 많이 접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지금 궁남지에 가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는 환희에 젖습니다.
와우!! 제가 하정선생님의 댓글을 받게 되다니요. 너무나 기쁘고 고맙습니다. 문학회의 누가 되지 않도록 제자리를 지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수필문학회에 별루 존재입니다.
하지만 한사람이라도 더환영해주면 기분좋지요.
회원해주신것을 환영합니다.
환영해 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선생님~ ^^
김정아선생님, 축하와 아울러 환영합니다.
열심히 삽시다.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저도 막 신입회원이 된지라..
환영합니다~!!
김지안선생님, 반갑습니다. 그래도 저보다는 선배시죠. 환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