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그제 태풍이 지나가고 다시 바람은 평온해 진줄 알았다. 그러나 산능선을 올라서니 이 초여름에 웬 차가운 강풍이 불어왔다. 작은 산정에 지어진 정자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는 시간 사람들은 저마다 배낭에서 덧바람막이옷을 꺼내어 입었다. 그만큼 바람이 차갑다는 것이다. 어디선가 또 다른 태풍이 다가오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장마철의 특성인 높은 습도와 찌는 듯한 무더위보단 싫지가 않았다.
경사진 코스를 올라 암릉지대에 다다르니 시원한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조금 전의 그 바람보다 더욱 시원한 느낌의 풍광이다. 필경 그 찬바람도 저 넓은 바다에서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둘 암릉을 이어가며 위험한 구간에서도 저마다 미디어 연출을 뽐낸다. 멀리서 바라보는 모습은 바위무덤과 바다의 작은 섬들이 뒤섞이며 연이어져 마치 또 다른 릿지(Ridge)를 연상케 하였다.
회원님들은 저마다 사진을 찍고 모델이 된다. 요즘의 세태는 누구의 촬영 기법이 더 좋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속에서 자신이 얼마만큼 멋지게 나타내어 지느냐?에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카메라 앞에 서슴없이 서게되고 자신이 주인공이 되기를 원한다.
거제도는 섬이면서도 오를만한 산들이 많다. 대금산, 산방산, 우제봉, 망산, 그리고 우리가 오른 계룡산. 계룡산은 그 중심부에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산아래에는 거제시의 중심부가 자리잡고 멀리 사면의 바다가 다 보인다. 거제도의 산과 바다, 언제 보아도 아름답고 와보고 싶은 곳이다. 등산을 하든, 여행을 하든...
우리가 거쳐오갈 코스는 구천댐 - 선자산 - 고자산치 - 계룡산 - 공설운동장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