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아픈사랑은사랑이아니었음을 - 양현경음악을 들으려면원본보기를 클릭해주세요.
창문성 -나희덕
저 집은 왠지 화가 나 있는 것 같아.
저 집은 감미로운 불빛을 가졌군.
저 집은 우울한 내면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지.
저 집은 저녁 다섯 시에 가장 아름다워.
그녀는 집의 표정을 잘 읽어낸다
창문성이라고 부를 만한 어떤 것이 있다는 듯이
한 집 한 집 눈으로 창문을 두드린다
풍경을 삼키기도 하고 내뱉기도 하는
내면을 감추기도 하고 들키기도 하는
저 수많은 창문들은
집의 눈빛일까 입술일까 항문일까
물론 그녀는 알고 있다
창문성이 창문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창문과 문의 관계, 창문과 벽의 관계, 창문과 지붕의 관계,
창문과 또 다른 창문의 관계, 청문과 계단의 관계, 창문과 커튼의 관계,
창문과 하늘의 관계, 창문과 빛의 관계, 창문과 어둠의 관계,
창문과 새의 관계, 창문과 나무의 관계, 창문과 사람의 관계,
창문과 마을의 관계, 창문과 마음의 관계, 창문과 시간의 관계,
창문과 창문 자신의 관계들이 투명한 구멍의 스크린에 비추어내는
형상이라는 것을
그녀의 산책은 자꾸 길어지고
창문들은 매일 다른 표정을 들려주고
창문 너머 그들은 불현듯 타인의 얼굴로 찾아오고
어제는 죽는 줄 알았습니다.
창문을 열다 벌에 쏘인 것입니다.
양쪽 머리와 등,가슴 등 다섯방이었습니다.
처음엔 별로 아프지 않았는데 잠을 자려고 하니 매우 아파 오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엔 도저히 안돼 바깥에 나가 찬물로 해봤지만 그 때 뿐이었습니다.
벌에 쏘여 죽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머리가 아프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한편 참 괘씸했습니다.
내 집에 세방 사는 주제에 주인을 몰라 보다니.
모조리 일망타진 하려다 참았습니다.
아마 자기네 집을 어떻게 하려는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벌.
가까이 하면 벌 받습니다.
꽃은 가까이 보는 것도 좋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서 봐야 더 아름답습니다.
가까이 가보면 벌레도 보이고 가시도 보입니다.
특히 목련은 멀리서 봐야 됩니다.
가까이 가보면 꽃속에 벌레가 있습니다.
매우 매혹적인 천남성은 만지고 눈 비비면 눈이 멀 수도 있습니다.
독버섯일수록 매우 아름답습니다.
딸기나 찔레꽃,장미는 가시가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눈, 비도 역시 멀리서 보아야 아름답습니다.
창을 통해 바라볼 땐 그지없이 아름다운 눈과 비.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흙탕물로 변하고
질퍽여서 처치 곤란일 때가 많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세히 알면 알수록 실망하기 쉽고 실험에 들기 쉽습니다.
물론 정반대인 사람들도 많지만.......
나이가 들면 사람 관계가 매우 힘듭니다.
그래서인지 퇴직한 후 사람관계를 정리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스스럼 없는 사람이야 괜찮겠지만 새로운 관계는 많이 주저하게 됩니다.
자꾸 뒤걸음 치게 합니다.
그 나이에 새롭게 인간관계를 해서 도리어 신경쓰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냥 조금 떨어진 곳에서 관계를 갖는 편이 휠씬 마음에 부담이 가지 않습니다.
황혼이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새로운 인간관계는 정말 부담이 많이 갑니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갖기 보다는 이미 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갖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첫댓글 <산이 바라보는 집>에서 옮겨 왔습니다
선생님과 저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