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실생활에 널리 쓰이는 도량형 사용규정이 법정단위로 바뀌지만 계도기간이 짧은데다 홍보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상당한 혼란이 우려된다.
17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7월부터 평·마지기 등 면적을 나타내는 단위는 ㎡, 인치·자·야드 등 길이단위는 cm 또는 m, 근·돈·냥 등 무게단위는 g과 ㎏ 등 법정단위로 각각 변환해 표기해야 한다.
정부는 부동산계약서를 비롯해 광고, 상품 설명서 등을 집중 점검해 이를 어길 경우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특히 기존 비법정단위를 쓰고 괄호안에 바뀐 법정단위를 병행 표기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비법정단위 사용을 금지한 계도기간이 1년도 채 안돼 소비자들이 새 단위에 익숙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단속에 나서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도량형 변경해 가장 민감한 곳은 부동산 거래 당사자들이다.
김민경(여·39·광주시 남구 진월동)씨는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표기된 105.78㎡가 몇 평형인지 잘 몰라 고생이 많은데 부동산 실거래때까지 ㎡로 사용하면 105.78㎡가 32평형인지 어떻게 알겠느냐”고 말했다.
광주시 남구 진월동 ‘굴렁쇠공인중개사’ 김대원 대표는 “정부의 입법취지야 공감하지만 ‘평’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평에 대한 병기도 금지한채 ㎡만 사용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고 말했다.
당장 다음달 입주자모집공고나 분양 안내서부터 평형 대신 ㎡를 써야 하는 건설업계에선 일부 건설사들이 ㎡ 단위가 익숙해질 때까지 ‘34평형’ 대신 ‘34형’이나 ‘34타입(TYPE)’을 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은방과 전자업계도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광주시 동구 충장로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이모씨(42)는 “돌반지를 1돈, 2돈 대신 3.78g, 7.5g 하는 식으로 설명하면 속이는 것 아닌가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광주 금호월드내 한 전자매장 관계자는 “40인치 TV를 ㎝로만 표기하면 너무 혼란스러울 것 같아 ‘40인치’대신 ‘40형’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며 “최근 나온 카탈로그를 보면 인치, 평 대신 ㎝와 ㎡로 일단 규격을 표시해 놓고 주석을 달아 인치와 평으로 환산된 내용을 안내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