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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성
Taipei
한 폭의 그림 속을 떠다니다
타이베이로 미각여행
젓은 우산을 접듯 그렇게 나를 버려두었던 지난겨울.
오늘은 못 다한 스토리 따라 마음을 일으키고 인생여행을 응원하러 떠납니다.
여행자를 유혹하는 도시 타이베이로.. 비 내리는 지우펀. 온에어 드라마 배경이 되었을 만큼 어디를 가나 한 폭의 그림 속을 떠다니다 사랑에 빠졌다.
한적하게 천천히 산책할 수 있는 곳으로 갈 필요가 있었고, 개성이 넘치는 거리와 가까이에 오감을 만족시키는 맛의 천국 타이베이 이야기를 떠올렸다. 온전한 쉼을 찾아 시간이 멈춘 풍경 속으로 홀로 떠다니다.
음식의 천국
삼색여행
먹으러 가든, 지하철을 타고 가든, 걸어서 동네를 찾아가든, 타이베이는 최고의 목적지다.
음식탐험이라 일컬어도 좋을 만큼 풍부한 요리와 다양한 맛으로 여행객의 입맛을 자극하는 타이베이. 중국 음식의 집결지라 손꼽힐 만큼 요리문화가 융성하다.
중국 음식이라고 하면 절레절레 머리부터 흔드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곳 만두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먹을지 모르겠다. 바로 이곳에 오면 꼭 들려야 한다는 디엔수웨이러우(點水樓)때문, 중국의 독특한 향내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국적인 담백함이 살아있는 이곳 만두(샤오롱바오)는 속이 투명하게 비칠 정도로 얇은 만두피에 노련한 솜씨로 정확히 19개의 주름이 잡혀 있다. 만두 속에는 뜨거운 국물이 담겨져 있어 국물을 먼저 마신 뒤 한입에 먹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한국 여행객이 이곳을 많이 찾아 한국어로 씌어져 있다. 이 디엔수웨이러우의 만두는 해외에도 30여개의 분점을 오픈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요리의 계통은 크게 광동,사천,소주,산동요리로 나눌 수 있는데 타이베이에는 네 지방의 음식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에 남다르다. 작은 섬나라에 이토록 다양한 각 지방의 음식문화가 어떻게 들어 올수 있었을까.
2차 대전 종전 후 1950년, 중국 본토에서 장개석 (蔣介石)의 국민당과 모택동(毛澤東)의 공산당과의 내전으로 장개석 국민당이 타이완으로 쫓겨 오면서 부터 이때 함께 건너온 각 지방 사람들이 각 지방의 고유의 맛을 계승 발전 시켰다. 그리하여 타이베이에서는 얼얼하고 맵고 짜고 달고 신 다섯 가지의 맛이 일품인 사천요리를 비롯해 창조정신이 강한 광둥요리, 재료의 본맛을 중시하는 소주요리 및 해산물 요리가 발달한 산둥요리들을 원하는 때에 얼마든지 맛볼 수 있다.
길거리음식이 발달한 타이완 _________
타이베이 시먼띵(西門町)거리의 여행의 콘셉트는“걷고, 먹고”이다.
우리나라의 떡볶이와 순대, 어묵이 있다면 시먼띵(西門町)에는 그 가짓수도 헤아리기 힘든 다양한 음식들로 넘쳐 난다. 젊음의 거리로 불리는 시먼띵을 방문하거든 망고주스와 쌀국수를, 그리고 꼭 싸오롱빠오즈를 먹어야한다는 말이 있다.거리 판매대마다 올려 있는 음식들을 보자면 군침이 절로 난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좋은 버불티는 타이베이가 원조격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고, 우리나라의 매실장아찌와 멸치볶음 같은 비슷한 음식도 있지만 맛은 상당히 딴판이다. 굴 지짐이나 타이완 된장으로 만든 초두부 요리 역시 야시장 방문시 탐험해볼만한 먹을거리로 손꼽힌다. 초두부는 우리나라 청국장 보다 냄새가 매우 고약하다.
밤에 길거리로 나가면 길거리 음식을 맘껏 즐길 수 있다.
치즈와 매콤한 소스를 더한 감자튀김부터 한입 쇠고기(큐부스테이크), 각종티, 생과일주스,아키소바,망고빙수,지파이까지,매콤짭짜름한 맛이 나는 넓적한 닭튀김, 지파이가 마음에 쏙 들었다. 한국인 중 바삭한 튀김과 짭짜름한 닭고기를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게다가 얼굴을 가릴 정도로 큰 조각이 우리 돈으로 3.000원정도로 저렴하다. 브랜드마다 맛이 조금씩 다른데, 흔히 말하는 대만 향이 적은편이라 호불호가 크게 질리지 않는 맛이다. 가장 오래된 브랜드는 핫스타, 지파이를 먹고 난 후 맛본 망고 빙수는 망고 향이 풍부하고 느끼하지 않아 좋다.
40년 전통의 맛집 아쭝몐셴(阿宗麵線)앞에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린다. 이곳의 주 메뉴는 곱창국수, 웨이띵은 기본이고 길거리에서 들고 먹어야 하지만 곱창을 선호하지 않는데도 고소하고 풍부한 국물이 계속 당겼다.
입가심으로 먹어본 펑더커피(蜂大加緋)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퍼스터리(원두를 직접 볶는)카페는 예순 살이 넘었다. 직접 볶은 다양한 종류의 원두를 저렴하게 판매하는데, 커피 마니아 사이에선 봉대 커피라고 하면 알 정도로 유명하다. 매장에서 파는 커피는 거의 진한 이탈리아식 커피이다.
새벽을 깨우는 야시장 새벽 밤
서민들의 땀 냄새가 물씬 나는 시내의 새벽시장은 끝없는 매력을 발산한다.
사람 사는 냄새를 알고 싶거든 야시장을 가보라고 했던가, 우리나라 남대문시장 격으로 용산사와 바로 연결되어 있는 화서지에 야시장은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재래시장 중의 하나로 서민층의 생활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곳이다.
이곳의 특징은 특히 뱀과 자라 등의 보양식품을 파는 가계가 많다는 접인데 , 밤이 되면 가게 종업원들이 뱀을 잡아 보이거나 뱀 싸움을 보여주는 등의 호객행위로 떠들썩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최초의 화서지의 야시장은 두 불록 되는 규모로 시작 되였는데 현재는 곱절의 규모로 확대되어 타이베이를 대표하는 최고의 명물로 손꼽히고 있다. 한편 약 500TW$(한화1만5천원)정도하는 전신마사지 업소가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여행객의 피로를 풀어준다.
근현대사의 물결 속
영화의 배경이
타이베이의 근교 지우펀은 지금도 옛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지우펀을 우리말로 하면 “구분“ 즉 9개로 나눈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상주하던 가구의 수가 9가구였고, 한가구가 먼 장터로 나가 물품을 사오면 9가구의 수대로 나누었다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렇게 사람이 별로 살지 않았던 산골 마을인 이곳은 1920-1930년대의 아시아 최대의 광석 도시라 불리며 최고의 부흥기를 맞게 된다. 광부들과 그들의 가족, 상업시설로 호황을 누리며 가옥과 상가들이 구불구불한 언덕길 위에 지어졌고 사람들이 오가는 활기찬 마을이 되었으나 채광산업이 시들해지면서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가기 시작하고 도시는 황폐해저 갔다. 이후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아 던 덕에 지우펀은 시간이 머문 듯 당시 도시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지우펀의 역사와 분위기 때문에 허우샤오시엔(候孝賢)감독은 영화《비정성시(非情城市)》의 주 무대로 지우 펀을 찾았다. 1945년부터 1949년 까지 일본에서 해방된 후의 근현대사의 물결 속에서 한 가족이 겪는 비극적인 이야기인 이 영화에서 지우펀의 찻집은 이러한 풍경을 선사한다.
스토리는 비극적일지 몰라도,1989년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영화가 그랑프리를 수상하자 지우펀은 다시 한 번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이를 증명하듯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고 있다고 한다.
지우펀 전망 좋은 카페에서 커피 향을 즐겼다.
옛 금광 마을인 이곳은 중국과 일본의 문화가 결합된 독특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구불구불 비탈길을 따라 꼭대기에 올라가면 탁 트인 바다와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일본풍 저택이 내려다 보여 풍경이 그만이다. 카페에 들어가 아리산 원두로 만든 커피를 주문했다. 않아 있는 동안 바닷가가 서서히 주홍빛으로 물들러 가고 있다.
해가 지면 계단을 따라 층층이 걸린 홍등에 하나둘 불이 켜지면서 살랑거리는 모습은 한층 운치를 더해준다. 한국 드라마 온에어(ON AIR)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지우펀 최고 명물 위위안빙수 떡처럼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여름엔 얼음을 곁들여 빙수처럼, 겨울엔 국물을 넣어 따뜻하게 먹는다.
증산 가로수길 따라,
시간이 멈춘 풍경속에서 감상에 젖다
감각적인 타이베이의 로컬 라이프를 엿보고 싶다면 복잡한 도심을 조금 벗어나 중산으로 향하자. MRT 단수인 쏭산신덴의 중산 역으로 나서면 한층 세련된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놀라게 된다. 고급호텔은 물론 유명 백화점, 명품매장, 거리에 늘어선 숍과 레스토랑, 카페들도 남다른 인테리어와 개성을 지닌 곳이 많다. 중산은 일본 강점기 때 경제의 중심지였고, 이후 미국대사관이 들어서면서 미국 문화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일본과 미국문화가 타이베이에서 만나 독특한 거리 풍경을 지니게 됐다.
중산의 매력은 미스코시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사거리 주변의 골목에서 찾을 수 있다. 독특한 아이템으로 승부하는 작은 상점과 사랑스러운 카페, “힙 터지는” 바 등이 발길을 붙잡는다. 타이완 하면 떠오르는 영화〈비정성시〉인데 이곳에서 촬영됐다. 영화의 감동을 음미하고 싶다면 영화 속 배경인 지우펀 거리를 걸어보며 필름 하우스를 찾으면 된다.
중산 역을 걸어 나와 5분 정도 걸으면 정원을 낀 희색 2층 건물이 나온다.1954년까지 미국대사관 관저로 쓰던 곳으로 지금은 영화〈비정성시〉의 하우샤오센 감독이 재탄생 시킨 예술 영화관이자 복합 문화공간이다.
도시의 낡고 오래된 건물이 아티스들의 손길을 만나 창조적 공간으로 변했다.
유명 배우인 저우체룬(주걸륜)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데자뷰 등은 미식 명소이다. 또 하나의 복합 문화 공간 쏭산원쫭위엔은 담배 공장을 개조해 꾸민 곳이다.
2011년 콘셉트에 맞게 공간을 활용, 디자인 엑스포를 개최해 일반에게 오픈하고 있다. 사무실로 사용하던 공간에서 전시와 세미나, 이벤트 등을 열고 있으며 디자이너들의 수공예품을 만날 수 있다. 과거정원이 있던 자리에는 바르코 스타일의 건축물이 들어서 흥미로운 파티, 행사 등이 열려 이들과 어울려 타이베이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는 핫 플레이스로 명성이 높다.
차 한잔으로 즐기는 여유
중국 사람들에게 차는 물이니 마찬가지다. 타이완에서도 식당에 가면 물 대신 차부터 내온다. 타이완에는 특히 고산지대를 포함해 국토의 대부분에서 차를 재배해 사계절 내내 찻잎을 딴다.
차의 왕국이라는 별명답게 수많은 종류의 차가 생산된다. 때문에 타이완에서 질 좋은 차 한 잔 음미하지 못하면 그것만큼 아쉬운 일도 없다. 타이베이 유명 관광지에는 어김없이 찻집이 많이 있으니 분위기 좋은 곳에 앉아 여독을 풀며 담백한 차를 즐기는 것도 좋다.
분위기 좋은 타이베이시 주변의 찻집으로는 쯔텅루(紫謄瘻)이다.
등나무 찻집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쯔텅루는 정원에 있는 등나무에서 유래했다. 일제 강점기 고급 관리의 기숙사로 쓰이던 건물을 타이베이시가 문화사적으로 지정해서 찻집으로 운영하고 있다. 비단잉어가 헤엄치는 아담한 연못과 대나무가 있는 작은 정원은 정적마저 감돌고, 1층 차방 외에도 여러 개의 다다미가 깔린 작은 규모의 방이 안쪽과 2층에도 여러 개가 있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차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리안 감독의 영화〈음식남녀〉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100달러 속 국부기념관 (國父記念館)
보석 같은 타이베이의 밤을 보낸 후,
아침은 또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을 반긴다. 아침을 더욱 보람차게 만들어주는 타이완의 산책코스는 시내 곳곳에 보석처럼 숨겨져 있다.
아침 6시. 흐린 날씨가 많은 타이베이의 따뜻한 아침 햇살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 주섬주섬 크로스 배낭을 메고 국부기념관으로 향했다.
타이베이 안에서 십분 정도 안팎으로 도착할 수 있는 이곳은 쑨원 선생을 기념하는 곳으로 타이완 100달러짜리 지폐에도 새겨져 있는 곳이다. 대체적으로 국부기념관은 관광명소 가이드북에 실리지 않는데, 그 이유는 관광명소라가보다는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에 가깝기 때문이라 한다.
허지만 이곳은 뉴욕 카네기홀, 링컨센터 엘리스 툴리홀,등에 버금가는 세계적안 무대로 한국인인 파페라테너 임형주도 이곳에서 공연한 바 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101층 타워를 촬영하기에 가장 용이한 지역으로, 운이 좋으면 위병교대식도 관람할 수 있다.
아는 것도 병이라더니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설픈 지식과 반쪽짜리 선입견이 온전한 실상을 가려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제게는 그런 일이 허다하게 많았습니다. 희망찬 정유년이 밝아오자 타이베이로 인생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러고 보면 제법 다녔다 십지만 아직도 멀었습니다. 엉터리 색안경을 끼고 있는 줄도 모른 체 얕잡아 본 나라와 무심코 깎아내린 그들의 문화가 여전히 많습니다. 타이베이하면 별로 호감을 못 갖고 고개를 내저었는데 문화 원정대 기사를 보고 이곳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알고 있는 타이베이 문화가 얼마나 좁았는지 알려 줬습니다. 내가 계속 여행하고 조금 더 경험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