十月
내 사랑하리 시월의 江물을
夕陽이 짙어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旅程들을, 가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하리
두견이 우는 숲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木琴소리 木琴소리 木琴소리.
며칠내 바람이 싸늘히 불고
오늘은 안개 속에 찬 비가 뿌렸다
가을비 소리에 온 마음 끌림은
잊고 싶은 약속을 못 다한 탓이리.
...........
창 밖에 가득히 낙엽이 내리는 저녁
나는 끊임없이 불빛이 그리웠다
바람은 조금도 불지를 않고 燈불들은 다만
그 숱한 鄕愁와 같은 것들에 싸여가고 주위는
자꾸 어두워 갔다
이제 나도 한 잎의 낙엽으로 좀 더 낮은 곳으로,
내리고 싶다.
-황동규, ‘十月’ 부분
제주시청 담을 이루는 나무의 이파리들은 이 시월에 조금 더 활기차게 떨어진다. 주위에는 제95회 전국체육대회를 알리는 표시들이 형형색색이다. 이 축제를 맞아 이 시월은 한껏 들떴다. 가을의 중심에 들어선 이 때, 사랑도 적당히 부풀었다. 모든 말과 행위가 적절히 이루어질 것 같다. 시월에는 오래 숨겨둔 사랑을 고백해도 되겠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적당한 음성으로.
황동규의 이 시는 그가 스무 살 무렵에 쓴 것이다. 근래 오랫동안의 여행 시, 시대의 질곡을 나름대로 노래한 시 이전의 풋풋한 작품이다. 초입 청년의 조숙한 음성. 시월을 노래한 시들을 떠올리는데, 제일 먼지 이 시가 나타난다. 이 시가 있는 황동규 시선 『三南에 내리는 눈』(1975. 민음사)의 필자 사진은 30대의 윤기어린 얼굴인데, 근래의 『겨울밤 0시5분』(2009, 현대문학)의 것은 푸석푸석 주름투성이다. 80이 다 됐으나 시에서는 결코 늙지 않는 청년 시인이 진짜 청년기가 오기 전에 쓴 시월 강물 같은 서정시이다.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첫댓글 아직 내 손에는 잡히는 게 없는 가을이다. 그 가을 햇볕 대신 비가 쏟아진다. 아직 들에는 주인의 손을 기다리는 콩이 있다. 무심한 가을이다.
그러게요.. 무심한 가을이네요.
벌써 추워.. 몸도 마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