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렐라이 풍경
幼月(유월) 조영문 시인
지난 주 며칠 동안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가을 날씨가 이어져
가을의 절정에 이른 분위기였습니다.
물론 한 때 가을비를 동반한 강풍으로 많은 단풍 잎들이 솎아진 후였지만,
가을 햇살을 담은 숲들과 가로수는 그래도 불붙는 듯 화사했습니다.
그래서, 저번 일요일, 집사람이 라인강변으로 드라이브를 하자고 해서
강변을 따라 로렐라이 언덕을 다녀 왔습니다.
집에서 그 곳 까지는 한 시간 이십 분 정도 걸리는데
'루데스하임'이란 라인강 초입의 조그만 강변 마을은 벌써
온통 노랗게 변한 포도밭이 아주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더군요.
강변을 따라 이어진 좁은 도로를 따라 로렐라이 쪽으로 갈수록 강 양편 기슭은 60도 정도의 경사로 약 150미터 정도 솟아있는데,
강원도 비탈보다 더 비탈진 그 곳은 어떻게 개간해서 포도를 심고, 또 포도를 따는지 갈 때 마다 언제나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가을 햇살은 강물위로 눈부시게 부서지고 로렐라이 쪽으로 갈수록 가파른 양쪽 강 기슭으로 노랗게 단풍이 든 포도나무 잎들을 보면서
집사람은 이 가을이 주는 신의 선물에 연실 감탄사를 터뜨리더군요.
아마 우리가 가을에 방문한 건 처음이었나 봅니다.
여태껏 수 십 번은 왔다 갔음에도 라인강변이 이렇게 아름답게 와닿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로렐라이 언덕을 찾아갔을 때 느꼈던 실망감과 왜 그리 대비가 되던지...
음악책에도 나왔던 언덕이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로 생각 했는데
당시 그냥 평범한 절벽 위에 깃발 두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고,
찾는 사람도 별로 없었는데, 최근에는 많이 다듬어 놓아 제법 사람들이 붐비는 것 같더군요.
절벽 아래엔 아리따운 노랫소리로(피리 소린가?) 지나가는 배의 선원들의 넋을 뺏어,
무수히 많은 배들을 휘돌아 굽이치는 절벽에 부딪히게 했다는 전설 속의 로렐라이 처녀 동상이 있는데,
과히 요염한 자태에 나도 넋을 잃고 쳐다보곤 했습니다.
오는 길에 '라인가우'로 유명한 와인을
좀 사오려고 와인 농가를 찾아 갔습니다.
한 폴란드 출신인 농부가 와인이 저장된 곳으로 안내를 하는데 참 대단 합디다.
포도밭 밑 절벽 속으로 120미터 길이로 굴을 만들고 여러 통로마다 년도 별로 구분해서 엄청난 양의 포도주를 숙성시키고 있더군요.
겉으로 보기엔 아담한 농가로 보인 집안에 어마어마한 땅굴이 있을 줄은 미처 상상도 못했었지요.
대대로 내려오는 노하우는 또 얼마나 대단한지…
그러나 생각보다 가격이 싸지 않더군요.
그래서 긴 시간 설명해 준 양반한테는 미안했지만 몇 병만 사가지고 나왔습니다.
맛도 신맛이 좀 강해서 잘 안 맞았고…
청춘 시절엔 유난히 가을을 많이 탔었고, 사회생활 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30-40 초반 시절엔 사느라 가을을 느낄 새가 없었는데,
육십에 이르러 다시 가을을 느끼기 시작하니, 이제 뭣 좀 인생에 대해 알게 되나 봅니다.
아니면,
살아 가면서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가을을 아름답게 느끼게 했는지 헷갈렸지만,
몇 시간의 짧은 가을 여행은 이제 가을과 이별을 해도 그다지 서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고국은 이제 단풍이 한창인가 봅니다.
오색찬란한 아름다운 산하를 찾아 가을을 느껴 보시길...
♧가을이 저물던 어느 날,
프랑크푸르트에서 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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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문 시인은 강릉에서 태어나
지금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신록이 우거진 타우너스산(山) Kronberg S Bahn 역(크론베르크 S 반 역) 부근에서 30여 년째 살고 있습니다.
▣축구 마니아(허정무 전 감독)들과의
프랑크푸르트에서의 망중한...
▣전 국가대표 서정원 감독과의 연습 경기 후 다정한 모습
첫댓글 반갑고, 감사합니다.
올려주신 精誠이 깃든 作品 拜覽하고 갑니다.
恒常 즐거운 生活 속에 健康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