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이 시대를 풍미하는 하나의 화두고 광풍이다. 왜들 그렇게 골프에 목을 매는지 어디를 가나
골프 이야기다. 30대 초중반의 사람들은 시간과 여건이 맞지 않아서 관심의 우선 순위에서 조금 밀려 있지만 30대 후반부터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어떤 것, 성공한 사람이라면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 그 무엇으로 인식되고 있다.
어느 모임에 가더라도 주된 대화가 잠시 끊기고 조금이라도 사적인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되면 어김없이 누군가의 입에서
골프 이야기가 튀어 나오고 골프가 얼마나 재미있는 운동인가에서부터 시작해서 비즈니스에 골프가 얼마나 필요한 것인가 까지 한 두 시간은 족히 화제의 중심이 된다.
더 나아가서 40대 초반이 되면 골프가 뭐 그리 중요한가라는 얘기를 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고 40대 중반이 되면 골프를 안 한다는것이 경제적 시간적으로 여유가 안 된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만다.
골프장협회 통계에 따르면 2006년 골프장의 내장객수가 17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골프장을 내 집처럼 드나드는 사람과 일 년에 한 두 번 가는 사람을 평균 잡아보더라도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의 10%에 달하는 사람이 골프를 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골프를 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주식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정치적인 의견을 주도하며 행정적인 리더십을 가진 사람들과 상당 부분 중복된 사람들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니 어찌되었건 이 사회의 주류가 되려면 골프를 하기는 해야 한다. 주류가 그리 놀고 있는데 주류가 안되기로 마음먹었다면 모를까, 그 흐름에 발 하나라도 끼워 넣으려면 따라가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니 지금 당장 골프를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골프를 어쩔 수 없이 시작해야 하는 최소한의 이유다. 하루라도 빠를수록 좋고, 한 살이라도 어릴수록 좋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더 중요한 문제는 골프가 거대한 산업이라는 점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바둑을 두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바둑돌과 바둑판을 만들어 파는 것, 그리고 바둑인들을 상대로 하는 광고 유치로 케이블 방송국이 운영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산업적 기여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온 국민이 열광하는 축구도 유니폼과 축구공 축구화 등의 생산이 있고, 엄청난 규모의 광고시장과 축구장 건설이라고 하는 산업적인 영역이 있기는 하지만 그 외에 연관된 산업이랄 것이 별반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골프는 가장 자본주의적인 스포츠다.
매스컴에 노출되는 시간이 가장 긴 것이 골프고 연관 산업이 가장 많은 스포츠가 골프다. 가장 많은 장비를 필요로하고 가장 많은 의상 비용을 지출해야 하며 가장 넓은 면적의 시설을 요구하는 것이 골프다.
`타이거 우즈` 효과라는 것이 나이든 백인의 스포츠였던 골프를 유색인종과 젊은이들에게로까지 확장시킨 것이었다면 소랜스탐과 박세리의 역할은 젊은 여성들을 골프의 세계로 끌어들인 것이다.
그래서 골프는 지구상의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스포츠 중 하나가 되었다.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팔 거리, 볼 거리,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스포츠가 골프다. 각종 대회의 상금규모가 커지고, 유명선수들에게 천문학적인 계약금을 지불한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도 결국 시장규모의 확대를 방증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내가 이 스포츠를 즐길 것이냐 말 것이냐'라는 선택의 문제이지만 국가적인 산업으로서의 골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