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잡다'는 거두어 잡는 걸 말하고 '겉잡다'는 겉으로 대강 짐작하여 헤아리는 걸 말한다. 거두어 잡는 것과 겉만 잡는 것의 차이가 두 낱말을 가르는 셈이다.
'걷'과 '겉'의 차이 못지 않게 '잡다'의 차이도 중요하다. '걷잡다'에 쓰인 '잡다'는 기세나 형세 따위를 손 안에 틀어쥐는 것을 말하고, '겉잡다'의 '잡다'는 헤아리는 걸 말한다.
'아무리 겉잡아도 일주일은 넘게 걸릴 일을 하루 이틀 만에 해치우려다 결국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하고 말았다'에서처럼 '걷잡다'는 주로 '걷잡을 수 없게 되다'의 형태로 쓴다.
걷잡을 수 없는게 어디 형세나 기세 뿐인가. 생각이나 마음도 그렇다. 감당하기 어려운 파도가 몰아치면 마음은 이리 쏠리고 저리 쏠려 도무지 거두어 잡을 수 없게 된다. 글도 마찬가지여서 문장은 난파되기 직전의 배처럼 방향을 잃고 낱말은 배에서 떨어져 나온 잔해들처럼 이리저리 떠다닌다.
참고 도서 : 《동사의 맛》 김정선 지음
첫댓글 오늘도 고맙습니다
읽어 줘서 내가 더 고맙지요.
'거두어 잡다'와 '대강 짐작하여 헤아린다'
이거야 원, 점 하나의 차이가 이렇게 크니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려면 정말 절망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겉잡다'는 '어림잡다'랑 의미가 꽤 비슷하네요. 그래도 이제부턴 '어림 잡다' 보다, 안 써보던 '겉잡다'를 자주 사용해보고 싶습니다.
"대보름날 쥐불놀이로 인해 들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서 인근의 산까지 다 태우고 나서야 겨우 진화가 되었다. 겉잡아 보더라도 100ha정도의 산야를 다 태워 버린 것이다. 신나게 놀되 꺼진 불도 다시 살펴 이런 사태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가상의 뉴스^6^)
뉴스 잘 만드시네요 ㅎㅎ
다리아샘, 동사 활용 점수가 최상급 입니다. ㅎ
헛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가지만 겉잡은 판단으로 오해와 억측을 가중시키면 진짜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맞는 말인가? 아무말 대잔치는 아니겠지?)
맞는 말 입니다. ㅎ 아무말 대잔치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