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파 라히리가 이탈리아어로 쓴 두 번째 산문집이다. 표지 이야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썼다.
옷이 그 사람을 나타내는 메타포로 쓰이는 시대다. 책의 표지는 책의 옷이다. 옷을 벗어야 속살을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메세지를 가지고 있다.
줌파 라히리는 표지가 없는 발가벗은 책을 그리워한다. 학생시절 도서관에서 읽었던 표지를 떼어 하드커버로 묶은 책들을.
* 어렸을 때부터 입은 옷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는 사실이 내겐 고통이었다. 내 이름, 내 가족, 내 외모가 이미 특별하다는 걸 의식했기에 나머지 면에서는 남들과 비슷하고 싶었다. 남들과 똑같기를, 아니 눈에 띄지 않기를 꿈꾸었다. 하지만 나는 어떤 스타일을 선택해야 했고 규칙에서 벗어난 특별한 스타일 때문에 내가 옷을 못 입는다고 느꼈다. (15쪽)
* 우리는 표지가 단순히 책의 의미나 내용을 반영하는 세상에서 살지 않는다. 오늘날 표지는 책에서 또 다른 비중을 차지한다. 표지는 미적인 목적보다 상업적 목적이 더 크다. 표지가 책의 성공 혹은 실패를 결정한다. (41쪽)
* 나는 도서관 사서의 딸이었다. 내가 자란 동네의 도서관, 어려서부터 책을 빌려 읽었던 그 도서관에서 몇 년간 일을 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줄줄이 빌려가 읽을 책의 표지를 보관하는 건 돈이 많이 들고 노동력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표지가 쉽게 파손된다. (47쪽)
* 나는 요즘 두 권의 책을 읽고 있는데 모두 아델피 출판사에서 발간된 것이다. 쿠르치오 말라파르테의 <가죽>과 에밀 시오랑의 <태어난 자들을 불편>이다. 성격이 아주 다른 두 작가지만, 아델피의 옷을 입은 그들의 책은 마치 같은 피를 갖고 태어난 한 집의 식구들처럼 서로 닮았다. (55쪽)
* 내가 보기에 전집은 배타적인 세계, 일종의 동아리 같다. 궁금하다. 어떻게 전집 안에 들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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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전집은 신뢰를 주는 변치 않는 클래식이다. 그 가치는 약간의 변화는 있지만 계속된다. 유행, 혼란, 불안정에 강력히 저항한다. 발가벗은 책처럼 조금은 시간을 벗어나 있다. (59쪽)
* 완벽한 표지는 뭘까? 존재하지 않는다. 표지 대부분은 우리의 옷처럼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 표지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날짜가 새겨지고 난 뒤 특정한 시간 동안에만 사랑을 받는다. 시간이 흐르면 옛날 번역을 다시 번역해야 하듯이 표지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바꿀 필요가 있다. (79쪽)
첫댓글 <책이 입은 옷> 제목이 너무 남다르네요.
선배님이 올린 책은 왠지 꼭 읽어보고 싶어져요,
줌파 라히리 그녀에 대해서 자꾸만 마음이 끌리는 이유가 뭘까요?
아마도 책을 사서 읽어보라는 뜻이겠지요?
어쩌면 내일 아침 우리 집 현관 앞에 줌파 라히리의 책이 입은 옷이 와 있을지도 몰라요.
선배님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줌파 라이히가 책 표지에 대한 생각을 푼 책이에요.
오히려 이 책 권하고 싶네요.
에밀 시오랑의 <태어난 자들을 불편> -- 태어났음의 불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