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무진 해안가의 선대암 해넘이
민주평통광명시협의회(회장 박준철, 이하 광명평통)에서는 지난 10월 27~28일 이틀간 우리나라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백령도를 방문하고 평화통일 현장견학을 하였다. 이번 견학 가운데는 그곳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 6여단을 방문해 위문품을 전달하는 행사(관련 기사 참조)도 포함되어 있었다. 편도 4시간 20분이 걸리는 배 안에서는 평화통일 강연 비디오도 상영하였다.
역사적으로 군사와 무역의 전략적 요충지
백령도는 경치가 매우 아름다운 서해 도서 가운데 하나이지만 역사적으로도 전략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곳이었다. 서해는 이른바 지중해적 성격을 띠고 있어서 역사시대 초기부터 활발한 해양 활동의 중요 한 무대였다. 특히 한반도 중간에 해당하는 경기만 지역은 중국의 산동반도, 요동반도 그리고 멀리는 양자강 유역기지와도 연결되는 교역의 중심지이다. 결국 한국과 중국 지역이 교류를 하고자 할 때는 어떤 형식으로든 경기만권을 통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러한 경기만의 외곽을 지키는 길목으로서 전술적으로 중요한 몇 개의 지점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곳이 바로 백령도였다.
백령도는 고구려의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였다. 고구려는 이곳을 곡도라고 하고 군사를 상주시켰다. 그런가 하면 중국지역의 요동 반도에서 내려오는 선단들도 반드시 이 해역을 통과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특히 산동에서 건너 올 때 백령도는 항해상 아주 중요한 구실을 하였다. 고려시대에도 중국의 강남지방과 교섭을 할 때 이곳은 아주 중요했다.
심청의 전설이 서려 있는 곳
▲ 심청각 전경
이런 연유로 이 지역을 중심으로 심청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다. 백령도에는 심청이 중국 선원들에게 공양미 300석을 받고 몸을 던졌다는 인당수, 연꽃이 조수에 밀려 연봉바위에 걸려 살아났다는 연화리 해변 등이 있어 전설의 신빙성을 더해준다.
옹진군에서는 한국민속학회에 이의 고증을 의뢰하였는데 학회는 학술 조사단을 구성하여1년간 걸쳐 고증작업을 한 뒤에 다음과 같은 결론을내렸다고 한다.
'고전소설 「심청전」과 '심청전설'의 내용을 종합해 볼 때,심층이 태어나서 자란 곳이 황해도 황주라고 한다면, 심층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곳은 백령도가 된다. 그런데 남북이 사상과 체제가 다른 둘로 갈라져 있는 현 상황에서는 황주에 심층과 관련된 전설이나 어떤 증거물이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그러므로 현재 대한민국 주권이 미치는 지역내에서「심청전」의 배경이 된 곳을 찾는다면, 「심청전」에서 파생한 '심층'이 전해 오고, 인당수, 연봉바위,연화리와 연꽃 등 전설의 증거물이 존재하는 백령도를 꼽을 수밖에 없다.'
위 고증 결과를 바탕으로 옹진군에서는 진촌리 북쪽 산마루에 심청기념각을 세웠다. 해발 100m의 고지대인 이 곳에 오르면, 북쪽으로 심청이 빠져 죽었다는 인당수와 장산곶이 보이는, 남쪽으로는 심청이 살아났다는 연봉바위와 대청도가 보인다. 심청각은 심청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그림과 인형들이 전시되어 있어 심청의 전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꾸며 놓았다. 심청각 주변에 보이는 넓은 잔디밭과 북녘 땅이 바라보이는 바다 풍경은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준다. 망원경으로 보면 심청의 전설이 서린 인당수를 볼 수 있다.
백령도는 해상 요충지적 성격 때문에 일찍부터 인간이 거주 했었다. 진촌지구에 있는 말동패총과, 용기포 지구에 있는 용기패총 등 선사시대의 유물과 유적이 남아 있다. 이 곳에서 빗살무늬 토기와 무문토기, 타제 및 마제석부, 연석봉, 기타 골편(骨片)이 발견되었다. 이 유물의 연대는 지금으로부터 3,000여 년 전, 신석기시대 말기의 것으로 추정 된다.
백령도의 비경(秘景)들
▲ 몽돌 해안에서 기념촬영
백령도에는 볼만한 풍광이 많이 있다. 천연비행장인 사곳해안,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콩돌해안, 백령도의 해금강이라 불리는 두무진 해안 절경, 용트림 바위 등이 대표적이다.
▲ 사곳 천연비행장
사곳 천연비행장은 총길이 3.7km. 넓이 3000m(썰물시)의 규조토라로 이루어진 모래사장이다. 6.25 전쟁 때 활주로로 사용했고 80년대까지 수송기가 뜨고 내렸다고 한다. 이곳을 방문한 여행객들은 4km쯤 이어진 긴 해안선으로 자동차를 달려보는 게 관례가 되었다. 지금은 수영장과 야영장으로만 사용한다. 천연비행장으로 쓸 수 있는 해안은 세계에서 단 두 곳. 이탈리아의 나폴리해안과 이곳뿐이다. 하지만 나폴리도 사곳 해안과 비교하면, 그 크기나 모래 질 면에서 상대가 안 된다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모래사장 위쪽을 막아 담수호를 만드는 바람에 실트(모래와 점토의 중간입자)질의 입자가 유입되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입자들 때문에 물이 빠질 때 군데 군데 단단해지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 물기가 없으면 다시 푸석해지기 때문에 자동차를 가지고 들어가는 사람들은 바닷물 가까이 모래 위를 달려야 한다. 모래가 마르면 자칫 바퀴가 빠질 수도 있다.
백령도에서 가장 유명한 곳으로 콩돌 해안이 있다. 조그만 콩의 모양으로 생긴 조약돌들로 구성되어 있다. 콩돌 해안은 백령도의 지형과 지질의 특색을 나타내고 있는 곳 중의 하나이다. 해변의 전체는 콩돌로 가득 체워져 있는데 그 깊이가 5m 정도 쌓여있다고 한다. 이 콩돌은 천연기념물(제392호)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소중한 관광자원이다. 콩돌의 색깔을 보면 백색·회색·갈색·적갈색·청회색 등으로 형형색색을 이루고 있어 해안경관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예전에는 관광객들이 콩돌을 가져나가는 경우가 많이 있었는데 이제 법으로 금지가 되어 있어 혹 반출하다가 걸리게 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한다.
▲ 간척지에서 지은 벼를 수확하고 있다.
백령도에는 백령호라는 담수호가 있다. 사곳과 회동 사이를 막는 820m 길이의 방조제 공사로 130ha의 면적에 270만 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인공호수가 만들어져 농업용수로 활용되고 있다. 이 공사로 480ha의 농경지가 확보되었다. 확보된 농경지는 절반 정도만 경작되고 있다. 물류비용 때문에 생산된 쌀을 외부로 팔기가 어려워 자급자족 할 만큼만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앞으로 백령도가 관광특구로 지정되면 이곳에 공원부지와 유락시설 등을 지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물류비용 때문에 놀리고 있는 땅을 보며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을 생각해 보게 된다. 불과 12km 밖에 북한 동포들은 굶주림에 지쳐있다. 통일이 된다면 배로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 이곳에서 생산되는 쌀이 북한 주민들을 배고픔에서 구할 수 있는 날이 언제나 올까?
간척지를 지나 북포리에 이른다. 북포리에는 백령도의 백가이버라고 불리는 이봉삼시가 살고 있다. 얼마전 인간극장의 주인공으로 나왔다. 이봉삼씨는 어릴때 불발 포탄을 가지고 놀다가 실명했다고 한다. 실명한 눈으로 성한 사람이 하지 못하는 일들도 척척 해낸다고 한다. 용접도 잘하고 전기도 잘 만지고... 가전제품 수리에서 부터 어머니를 위한 손수레까지 못 만드는 물건이 없단다.
▲ 두무진 포구 전경
백령도를 말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는 바로 해금강 총석정을 빼닮은 "두무진(頭武津)"이다. 백령도의 북서쪽 끝자락에 자리 잡은 두무진은 서해를 향해 두 팔을 벌린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몇 천 년 동안의 파도와 매서운 서풍에 의해서 깍여진 바위들이 비경을 이룬다.
두무진항을 따라 바닷길로 대략 500M 남짓 올라가면 두무진 선대암 해변이 보인다. 넓게 펼쳐진 두무진의 선대암들은 가파랐던 숨소리들을 한순간 멈추게 할 만큼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조금만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바위를 타고 밀려드는 파도와 선대암의 풍광을 더욱 자세히 볼 수 있다.
유람선을 타고 두무진 해안을 둘러 볼 수 있다. 두무진 해안은 서해의 해금강으로 불릴 정도로 곳곳에 비경이 펼쳐져 있다. 12명의 장군이 둘어 서 회의를 하고 있는 장군바위들, 코끼리 바위, 형제바위 등 기암괴석들이 병풍처럼 어우러져 그 자태가 너무도 신비롭다. 바닷물에 씻겨 만들어 진 해식동굴들도 잘 발달되어 있다. 두무진에서 1km앞바다는 "심청"이 아버지를 위해 공양미 300석에 몸을 던진 인당수라 전해지고 있다. 연봉바위는 심청을 태운 연꽃이 흘러가다 걸린 바위라고 한다. 연꽃봉우리처럼 생긴 바위가 2개 보이고 하늘에서 보면 연꽃이 활짝 핀 것처럼 보인다는 전설이 담긴 바위섬이다.
배를 타고 백령도에 도착하여 첫발을 딛는 곳이 용기포 부두인데, 배에서 내려 여객선 터미널을 빠져나오면, 길 왼쪽 바닷가 공간에 원추형으로 쌓은 두 개의 탑이 있다.
돌로 쌓은 이 탑은 백령도 주민과 백령도를 오가는 사람들의 해상 안전과 자녀 출산 등 소원을 비는 소원 기원탑(所願 祈願塔)으로 최근에 쌓은 것이다.
까나리 액젓과 약쑥
백령도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까나리 액젓이다. 까나리 액젓은 무공해 토속 식품으로 타 제품에 비해 액젓의 가치 척도인 칼슘, 단백질, 회분이 풍부하고, 7가지의 필수아미노산이 고루 들어있다고 한다. 맛을 내는 성분인 글루탄산글리신 함유량이 높아 단백한 맛이 있다. 젓갈류가 숙성됨에 따라 비린내가 없어지고 독특한 향미를 갖추고 있어 김장철에 인기가 높다. 백령도까나리 액젓이 인정받는 이유로는 청정바다에서 어획한 까나리를 백령도 유일의 천일염전인 화동 염전에서 생산 한 천연 소금으로 담궈 맑은 공기, 강열한 태양 볕으로 충분히 숙성시키기 때문이란다.
또 유명한 것이 약쑥이다. 백령도 약쑥은 은은하고 감미로운 쑥 향기가 깊게 배어있으며 특히 위산을 억제 시키는 "플라보노이드"라는 성분이 들어있어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
이 외에도 전복, 해삼, 돌미역, 꽃게 등이 유명하다. 모든 해산물은 자연산이다. 물류비용이 비싸 판로가 없기 때문에 양식을 하지 않는단다.
이제는 백령도를 떠날시간. 배가 조금 연착한단다. 마지막 코스는 부둣가 근처의 통일 기원비. 산쪽으로 3분만가면 흑룡부대에서 세운 통일기원비가 나온다. 기념사진 한장으로 아쉬움을 달래 본다.
부둣가 진입로에는 통일기원탑이 서있고 그 앞족으로는 태극기가 줄줄이 계양되어 있다. 이 태극기도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매일 계양하고 있다고 한다.
가고 오는데 배로 8시간 40분이 걸리는 백령도. 하지만 천혜의 절경과 분단의 아픔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기에 한번쯤은 가 볼만한 곳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