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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ERGY 01] |
‘면역의 반란’ 알레르기, 나와 ‘또 다른 나’의 투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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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어느 종합병원. 한 여고생이 심장 쇼크로 얼굴이 하얗게 변한 채 응급실로 실려온다. 의료진은 전기충격 등 응급치료로 여학생을 일단 살려낸 뒤 심장 쇼크를 일으킨 이유를 알고자 전력을 다한다. 여고생은 초등학교 때 땅콩 알레르기로 신장이 손상돼 이식을 받은 전력이 있는 다중 알레르기(allergy) 환자. 심장 쇼크의 원인을 알레르기로 지목한 의료진은 알레르기를 일으킨 원인물질(알레르겐·allergen)을 찾기 위해 환자의 집을 이 잡듯 뒤진다. 의료진이 알아낸 것은 꽃가루와 집먼지진드기, 우유 등 일반적 알레르겐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 창문을 통해 여학생 방에 몰래 들어갔다는 사실뿐.
의료진은 추적 끝에 여학생이 쇼크를 일으키기 직전 부모 모르게 첫 성경험을 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상대 남자친구를 추궁해 성관계 때 콘돔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한다.
의료진이 다시 지목한 알레르겐은 남자친구의 정액. 그러나 정밀검사 결과 여학생에겐 정액 알레르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의료진은 실의에 빠진다. 결국 논쟁 끝에 찾아낸 쇼크의 원인물질은 정액 속에 든 항바이러스 약제 인터페론이었다. 남자친구는 아버지가 먹던 인터페론을 건강보조식품인 줄 알고 상복했고, 이 때문에 정액에 녹아 있던 인터페론이 여학생의 몸에 들어가 심장발작을 일으킨 것이다.
문제는 인터페론 약물 알레르기에 대한 응급치료 후 더 커진다. 다리에서 신장, 폐 등을 거치며 몸 위쪽으로 마비 증상이 급속히 진행된 것. 마비 증상이 심장으로 향하면서 여학생은 쇼크에 빠져든다. 병원 내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한 의료진은 항바이러스 약제인 인터페론을 투여하려 하지만, 인터페론 알레르기 환자에게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약으로 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다시 여학생 집을 찾은 의료진은 남자친구가 창문을 넘기 전, 마당 잔디밭에서 진드기를 묻혀 들어온 사실을 알아낸다. 일반인에겐 약간의 간지러움을 일으킬 뿐, 약만 뿌리면 바로 죽는 진드기가 여학생에겐 치명적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돼 마비 증상을 일으킨 것이다.
4월26일 방영된 미국 의학 드라마 ‘하우스’ 시즌 2는 치명적 알레르기에 대한 내용이다. 자기밖에 모르는 에고이스트이자 천재 의사인 하우스는 뛰어난 실력으로 희귀 질환의 병명을 알아내고, 죽어가는 환자를 극적으로 살려내면서 시청자의 찬탄을 자아내는 캐릭터. 일반 의사들을 무능력하게 만들면서 그들이 결코 알아내지 못할 질병과 원인을 극단적인 논리와 편집광적 정열로 찾아나가는 과정은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게 한다.
미국 드라마 ‘하우스’와 알레르기 절정의 인기를 누리는 의학 드라마가 한 편의 주제를 하고많은 질병 중에 알레르기로 정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계절이 알레르기가 창궐하는 봄철인 데다 그만큼 알레르기가 치명적이고 대중적으로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닥터 하우스는 밤하늘의 별처럼 많은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온갖 궁리 끝에 찾아냄으로써 환자를 죽음에서 구하고 또 한 번 영웅의 자리를 굳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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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하우스는 드라마가 만들어낸 ‘의사 슈퍼맨’일 따름이고, 알레르기의 원인물질을 찾고자 환자의 집을 제집 드나들듯 하는 의사는, 단언컨대 지구상에 없다. 또 그렇게 해서 원인을 밝혀낼 수 있는 알레르기도 한정돼 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드러나는 알레르기라는 질병의 대중성과 심각성만큼은 엄연한 ‘팩트’다. 드라마는 긴장감을 더하기 위해 알레르기 중에서도 희귀한 몇 가지를 선택했지만, 우리 주변에서 알레르기로 ‘죽을 고생’하는 환자를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자신이 살거나 일하는 공간에 함께 있지만 심하지 않는 이상(스스로 자랑할 이유도 없으므로) 모르고 지낼 따름이다. 심지어 어떤 알레르기 의학자는 “지금 증상이 없다고 알레르기가 없는 게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알레르기를 갖고 있다. 다만 조건이 맞지 않아 현재 발현되지 않을 뿐”이라고 했다.
알레르기라는 말은 1906년 오스트리아의 소아과 의사 폰 피르케(1874~1929)가 처음 사용했는데, 그리스어 ‘allos(변형된 것)’와 ‘ergo(작용)’의 합성어다. 두 말을 합쳐보면 ‘변형하도록 작용하는 것’쯤으로 해석된다. 지금은 질병의 이름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과민반응’이란 용어로도 통용된다. 우리가 흔히 “너 왜 별것도 아닌데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니”라고 할 때처럼. 영어로는 ‘알러지’, 독일어로는 ‘알레르기’로 발음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두 표현 모두 쓴다. 폰 피르케가 여기에 ‘변형된 것’이란 어원을 붙인 것은 정상 면역체계에 변형(이상)이 일어나 생긴 질환이기 때문이다.
신체는 자신이 적이라고 느끼는 물질(항원)과 접하면 일단 방어 메커니즘을 가동시킨다. 림프구(T세포, B세포)라는 무기를 만들어 이물질인 ‘적병’을 제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 림프구가 적병을 공격해 이겼을 때 생기는 전리품이 바로 항체인데, 림프구 중 B세포는 항원과 결합해 항원을 파괴하고 중화시키는 단백질 항체를 생성하며, T세포는 항체를 생산하는 대신 항원과 직접 결합해 공격을 자극하고 진두지휘한다. 이 싸움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의 하나가 열과 염증인데, 림프구가 이기면 항체가 생기면서 스스로 사라진다. 우리가 흔히 면역반응 또는 면역체계라고 부르는 것은 이런 과정 전체를 가리킨다.
그런데 몸에 들어와도 해가 되지 않는, 즉 방어할 필요가 없는 이물질의 침범에도 면역체계가 과민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알레르기 환자들이다. 다른 사람은 아무 면역반응도 일어나지 않는 꽃가루, 약물, 식물성 섬유, 세균, 곤충, 음식물, 염색약, 화학물질 등과 접촉해도 림프구를 생산해 자신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면서 쓸데없는 염증을 발생시킨다. 적군을 무찔러야 할 초소형 미사일 세포들이 이성을 잃고 자기 몸을 공격하는 셈. 이때 신체 각 조직에 잠자고 있던 히스타민(단백질의 일종)이 활성화하면서 림프구가 일으킨 ‘신체 반란’, 즉 알레르기를 지원하는 1등 참모 노릇을 톡톡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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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반란 일으키는 알레르겐, 모르는 게 더 많다
이렇듯 면역이상 반응의 결과물인 염증이 피부에 일어나면 알레르기 피부염(흔히 아토피라 부르지만 아토피 피부염 또는 알레르기 피부염이 옳은 표현이다. 아토피는 알레르기 유발물질 중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는 것만을 가리킨다), 코에 침범하면 알레르기 비염, 기관지에 자리잡으면 천식(만성 알레르기 기관지염), 결막에 작용하면 알레르기 결막염을 일으킨다. 앞서 드라마 ‘하우스’의 여학생 사례처럼 인터페론, 진드기 같은 유발물질이 일으킨 염증반응이 소화기와 심혈관계를 동시에 침범하면 온몸에 마비 증상과 심장 쇼크가 오면서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이를 의학 용어로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라고 하는데 두드러기, 호흡곤란, 저혈압 등 전신 증상을 보이다 심하면 쇼크를 일으킨다.
알레르기 질환의 종류는 위에 열거한 것 말고도 식품 알레르기, 결핵 알레르기 등 셀 수 없이 많지만(44쪽 참조), 그 정도가 심각하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앓는 질환은 역시 알레르기 피부염, 알레르기 비염, 기관지 천식이다. 우리 국민 10~20%가 앓고 있을 정도. 질병관리본부의 2007년 청소년(중·고등학생) 건강실태조사 결과 중·고교생의 17.3%가 아토피 피부염, 24.5%가 알레르기 비염, 8.5%가 천식을 앓아 의사의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면역 반란’의 상황에서 알레르기 환자에게만 특이하게 과민성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물질, 즉 항원을 가리켜 알레르겐이라고 하는데, 앞에 든 몇몇 알레르겐은 전형적인 사례일 뿐, 실제 그 종류는 사람에 따라 무궁무진하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보다 그렇지 않은 게 더 많을 정도. 한 번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 알레르겐은 완전히 회피하지 않는 이상 계속 염증을 일으키면서 만성화되며, 한 가지 알레르겐이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기도 하고 여러 종류의 원인물질이 같은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천식은 기관지가 예민해지면서 찬 공기, 자극적인 냄새, 담배연기, 매연, 운동 등 알레르겐이 될 수 없는 것(비특이성 알레르겐)에도 발작적 기침을 일으킨다.
일반인은 아토피 피부염과 알레르기 비염, 천식, 알레르기 결막염을 다른 질환으로 알고 있지만, 그 유발물질인 알레르겐이 동일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환자는 한 가지 이상의 알레르기 질환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 보니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천식을 가지고 있거나 천식 환자가 아토피 피부염이나 식품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천식,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결막염, 두드러기 등이 동시에, 혹은 시차를 두고 발생하는 환자도 있다. 이를 ‘알레르기 행진(Allergy March)’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20년 전만 해도 희귀 질병이던 알레르기가 10명 중 1~2명꼴로 앓을 만큼 늘어난 이유는 뭘까. 이 질문에 대해선 아직 의학계가 분명한 답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의학은 알레르기의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확실히 밝혀진 사실은 특정 사람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특정 알레르겐이 있다는 것뿐, 어떤 유전자가 어떤 기전으로 알레르기 질환 발생에 관여하는지는 의학적으로 규명된 바 없다.
다만 확인된 사실은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환자에게 가족적 경향이 확연하게 보인다는 점. 국내 한 알레르기 학회의 조사 결과 10세 이전에 알레르기 질환이 나타난 어린이의 87%가 친척 중에 알레르기 환자가 있었다. 또한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가계에서 태어난 경우 20세 이전에 남아의 28%, 여아의 10%에서 천식 혹은 알레르기 비염이 생긴 반면, 알레르기 질환이 없는 가계에서 태어난 경우 남아의 1.5%, 여아의 0.08%만이 알레르기성 호흡기 질환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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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으로 맞서고 안 되면 피하라 학계는 국내에서 알레르기 질환이 사회문제가 될 만큼 급증한 이유를 생활환경의 변화 같은 환경적 요인에서 찾는다. 서구화된 실내외 환경, 대기오염, 인공 음식물, 모유 수유 회피, 열악한 작업환경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한편 피부건조증, 정신적 스트레스, 덥거나 땀이 나는 환경, 소파, 모직으로 된 옷, 지질 용해제, 소독제, 부유 항원 중 먼지 혹은 집먼지진드기, 기타 유발요인 중 햇빛 노출, 자극적인 음식 혹은 술, 곤충 자상 등은 알레르겐이 아니라 주요 악화요인일 뿐이다.
따라서 알레르기 질환의 치료는 자신의 알레르겐과 질환을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악화요인을 찾아 차단하거나 회피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알레르기는 적을 알면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질환이라는 말도 이 때문에 나온다. 알레르기 질환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알레르겐 검사와 가족력 및 혈액 검사, 흉부 엑스레이 등을 통해 적이 누구인지 파악한 뒤 자신의 알레르겐과 악화요인을 생활 저변에서부터 철저히 차단한다.
만약 적병이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으면 대증적인 치료로 증상 완화에 나서는 한편, 알레르기 질환의 악화요인으로 전문의가 지목하는 것들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증상 완화에 쓰이는 약제는 말 그대로 알레르겐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만 없애거나 덜하게 만든다. 염증을 치료하는 스테로이드 제제와 알레르겐의 발현을 부추기는 히스타민의 작용을 억제하는 항히스타민제가 바로 그것. 최근엔 부작용이 적은 항히스타민제가 개발됐고, 천식의 경우엔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 제제가 함께 들어간 흡입제가 개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약제는 증상 완화제일 뿐 근본적인 치료제는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알레르기 질환은 완치보다는 발현을 억제하는 평생 관리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길고 긴 ‘나와또 다른 나’의 싸움에서 마지막 승자가 될 수 있다.
쩍쩍 갈라져 진물이 흐르는 피부 염증과 잠도 못 자게 쏟아지는 천식성 기침 때문에 자살을 선택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원인도 알 수 없고 치료해도 잘 낫지 않는 그 고통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결국 자살은 자신이 일으킨 반란도 진압하지 못한 채 항복을 선언하는 ‘인생 패배자’의 길을 가는 것이다. 주위에 그 싸움에서 이긴 사람이 진 사람보다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이 살아야 할 또 하나의 희망이 된다.
(끝) |
[ALLERGY 02] |
“나, 밥 먹을 때 콧물 흘리고 햇빛 피하는 여자야!” 15년 동안 알레르기와 싸워온 여기자 ‘내 몸 구석구석 검사 체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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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땀띠인 줄 알았다. 감기에 걸렸나 했다. 10대 때 돌발 출현한 불청객, 햇빛 알레르기와 콧물. 대단한 병은 아니지만 늘 사소한 불편함에 시달렸다. 이를테면 선크림을 덧바르기 위해 화장을 삼가야 한다거나, 코 주변이 지저분해 미모(!)에 비해 호감도가 (아주 약간!) 떨어지는 문제들. 물론 요령은 늘었다. 하지만 딱히 개선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15년간 길고 가늘게 이어진 알레르기와의 싸움.
# 2가지 핸디캡 “뜨악!”
“긁을까 말까.”
“사계절 코감기?”
“사람 코인가, 루돌프 코인가.”
#병원 문을 두드리다 “알레르기는 그냥 체질이야. 선크림 팍팍 바르고 온몸을 무장하는 수밖에 없어. 밥 먹을 때 흐르는 콧물은 좀 참아봐. 코가 아프니까 그냥 닦기만 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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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고 창피했지만 병원을 찾은 적은 없다. 어린 시절 가까운 어른들이 한 말을 성전처럼 받들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살았다. 못 견딜 정도로 아픈 것도 아닌 데다 약이 없다는데 무엇을 어쩔 것인가. 햇빛은 가리고 콧물은 나오는 대로 거두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 정식 진단을 받을 기회가 왔다.
‘설득의 달인’의 설득이 이런 거구나…. ‘첨단 광원검사’ ‘바로 너를 위한 검사 프로그램’ ‘알레르기의 혹독한 대가’ 등 무차별로 쏟아지는 유혹의 단어들에 혼이 쏙 빠졌다.
민경업 교수 : “피부 증상이 어때요?”
피부는 햇빛에 민감한 광과민성 피부인 것 같아요. 햇빛 알레르기는 증상은 있지만 그 과정은 알려지지 않았죠. 햇빛 때문인지 땀 때문인지, 혹은 다른 원인이 있는지도 불분명하고요. 광원검사를 하면 햇빛에 대한 민감도를 알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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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원은 어디에? 알레르기의 원인물질은 무궁무진하다. 하나일 수도 있고 여럿일 수도 있다. 항원검사는 대표 원인물질에 대한 반응을 테스트하는 것. 콧물의 원인을 찾기 위해 알레르기검사실 이정아 선생에게 등짝을 내줬다. 그는 등에 순서대로 50가지 시약을 스포이트로 퐁퐁 뿌린 뒤 바늘로 콕콕 찔렀다.
“깨끗하네요. 반응하는 항원이 없습니다.”
“보통 맵거나 뜨거운 걸 먹으면 콧속에서 히스타민이 나와 콧물이 흘러요. 식이성 비염은 음식에 유난히 코가 예민한 것인데, 원인이나 발병 규정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감정적 스트레스, 호르몬 변화 등 여러 원인이 있죠. 약 처방으로는 하루 정도 콧물을 멈추게 하는 항히스타민제가 있습니다. 중요한 날에만 복용하는 임시 처방인 셈이죠.” 설명을 듣고도 마음 한구석이 개운치 않다. 원인을 모르니 똑떨어지는 치료법이 없기는 알레르기 비염과 마찬가지. 증상만 돌볼 뿐 근본치료는 어려운 것이다. 머리를 굴리다 보니 내시경 때 지나간 호스 자리가 더 얼얼하다. 시큰거리는 코를 부여잡고 광원검사실로 향했다.
#3칸3줄의 붉은 인장 햇빛 알레르기가 생긴 뒤 내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다 말겠지….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증상은 점입가경, 갈수록 가관이었다. 맑은 날이면 한숨이 나오고 흐린 하늘을 보면 마음이 편했다. 하다못해 신문, 전단지 같은 가리개라도 없는 외출은 꿈도 못 꿨고, 야외에 나가도 특수 선크림으로 칠갑한 채 파라솔 아래에 얌전히 머물러야 했다. 집에서도 영화 ‘디 아더스’ 속 가족처럼 커튼 속에 꼭꼭 숨어 살았다. 빛에서 멀어지니 마음도 칙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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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에 물집이 생기거나 자국이 날 수 있는데 괜찮겠어요?”
검사할 항목은 자외선과 가시광선 2가지. 검사할 때는 괜찮았는데 다음 날이 되니 엉덩이가 화끈거렸다. 왼쪽 엉덩이 3칸3줄 9개 칸으로 찍힌 인장. 칸마다 9단계로 자외선을 쪼이는데, 이 결과를 보면 민감도를 알 수 있다. 모서리가 선명한 칸을 기준으로 홍반을 만드는 자외선 양을 살피는 것. 등은 깨끗했다.
“햇빛 알레르기 임상 진단은 모호한 부분이 있어요. 날씨와 장소에 따라 빛의 세기가 다르고 로션, 땀, 먼지 등 다른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거든요. 3, 4번째 칸부터 모서리가 선명하니 햇빛에 평균보다 민감한 피부네요. 심한 분들은 첫 번째 칸부터 심하게 붉거나 습진이 일어나기도 해요.
치료는 장갑, 모자, 옷 등으로 피부를 보호하는 게 최선이에요. 피부가 가렵고 붉게 변하면 항히스타민제를, 발진에는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면 증상이 잦아들죠. 이 역시 대증적인 치료이기에 한 번만 복용해도 증상은 가라앉지만 완치는 불가능합니다.”
#“피가 모자라요…” 한방(韓方)은 어떨까. 알레르기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서울 강남 갑산한의원. 이곳 이상곤 원장은 내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추위와 더위 중 어느 쪽에 더 약한지, 땀은 얼마나 흘리는지, 우유가 몸에 잘 맞는지, 생리 주기는 어떤지 등 문제 부위뿐 아니라 몸 전반을 꼼꼼히 살폈다.
상담과 진맥에 이어 코 내부를 살핀 결과 내 체질은 ‘혈허유화(血虛流火)’. 전반적으로 피가 모자라 화가 밖으로 넘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코와 피부가 예민한 것도 모두 혈액이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했다.
“코의 기능은 온도와 습도 조절이에요. 코 안 점액이 그 일을 하는데, 그게 부족하면 코가 민감해지죠. 밥을 먹을 때 음식물이 부서지면서 나오는 물질에도 과민 반응하는 것이고요. 알레르기 비염은 아니고 과민성 비염 정도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피부 역시 햇빛이 들어오면 멜라닌이 중화를 하는데, 멜라닌 분비량이 적으면 민감해져요. 화가 밖으로 나가면서 피부 신경도 예민해지고요. 두 가지 현상 모두 혈액이 부족한 탓이니, 혈액을 보충하고 화를 식히는 약을 복용하면 좋습니다.”
상담을 마친 뒤 뜨뜻한 침대에 누워 침을 맞았다. 머리에 두 방, 손목에 두 방, 코와 입가에도 두 방씩. 신기하게도 코에 침을 꽂자 막힌 코가 뻥 뚫렸다. 아쉽게도 그 시원함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지만. 레이저로 염증을 삭히고 한방 김으로 코 온도를 높이는 ‘코 스파’도 받았다. 아무렇게나 비틀어 풀어젖히던 코가 난생처음 누린 호사였다.
“서양의학이 증상을 없애는 데 주력한다면 한의학은 전체 증상을 종합해 원인을 향해 달립니다. 혈액을 보충하고 화를 식히면 열이 피부 속으로 단단하게 스며들어 차츰 증상이 좋아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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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해방의 날’
“역시 공주 체질이구나.”
‘낮에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집에서도 블라인드 쳐놓고. 밤에만 돌아다니는 부엉이도 아니고.ㅜㅜ’ ‘운동을 좋아하는데 밖에서 뛰면 온몸이 부어오르고 입술이 파래져요. 이래서 군대는 갈 수 있는지’ ‘6년째 고생하면서 나름 터득한 방법이 있어요. 햇빛을 날 잡아서 받으세요. 매일 같은 부위에 햇빛을 쬐면 처음엔 괴롭겠지만 어느 순간 검게 타면서 그 부분은 괜찮아집니다. 물론 과학적 검증 없는 저만의 요법입니다’….
검색창에 ‘햇빛 알레르기’를 쳤더니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성장기 이후 발현해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 이들이 대부분. 피부가 달아오르고 물집이 잡히는 중증을 토로하는 글들. 나는 약소한 편이었다. 병원과 한의원을 오가다 지친 이들은 저마다의 요법을 내놓고 있었다. 못 미더운 마음에도 거금을 들여가며 하나둘 요법을 시도할 ‘어둠의 자식들’을 떠올리니, 동변상련에 마음이 짠했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작동하는 것들이 있다. 노력으로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유전자가 대표적이다. 키나 얼굴처럼 돈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닌 관리의 질병. 그 최고봉에 알레르기가 있다.
하지만 거의 완치했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발현하는 원인과 과정을 모르듯 사라지는 이유도 불확실하지만, 건강식과 몸의 기운을 바꾸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고 밝히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알레르기가 스트레스를 낳고 스트레스가 알레르기를 작동하는 악순환이었던 것 같다. 그때그때 다독였을 뿐 시위하는 몸 구석구석을 진지하게 들여다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럭저럭 살 만했으니까. 이번 기회로 체질 개선을 하나하나 시도해볼 생각이다. 나의 요법을 비슷한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소개할 날을 꿈꾸며.
(끝) |
[ALLERGY 03] |
“피가 나도록 긁던 아이… 이제는 웃을 수 있다” 아토피 피부염을 이긴 사람들의 필승 스토리 & 예방 비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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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대판’했습니다. 참다 참다 폭발한 거죠. 아토피로 이혼까지 생각하게 됐으니….”
처음엔 여느 아이처럼 태열을 앓는 정도로 생각했다. 병원에 다녔지만 아이는 매일 가려워했고 이런 아들을 보는 아내도 스트레스를 받을 만큼 받았다. 3년 전 ‘피범벅’이 된 아들의 다리와 등을 본 뒤 아내는 아이 치료에 매달렸고, 식단과 취침시간 등 일상을 아이에게 맞췄다.
“참았습니다. 이해도 됐고요. 그런데 어디서 들었는지 아토피에 좋다는 외국산 보습제를 인터넷으로 구매한 뒤로는 쑥, 갈대, 생녹차, 케일, 목초액, 건강보조식품 등 별의별 제품이 집에 쌓이더군요. 지난 한 해 동안 1000만원은 썼을 겁니다. 아이 환경이 바뀌면 증상이 심해진다며 시댁이나 친정에도 안 가요. 모자(母子)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따로 없어요.”(실제 서울의료원 조사 결과 13세 이상 20세 미만 아토피 환자들은 연간 640여 만원을 치료비로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자기사 참조)
아토피는 ‘가족해체 질환’
김씨는 퇴근 때마다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지만 참았다. 그리고 모처럼 아내를 설득해 지난주 외식을 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고 스테이크와 샌드위치를 시켰다. 오랜만에 즐거운 저녁식사를 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아내의 목소리는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어제 나 화장실 갔을 때 아이에게 뭐 먹인 거 있어?”
소스에 향신료와 우유 등 아이에게 맞지 않는 재료가 들었다는 것을 그는 그때 처음 알았다. 그동안 쌓인 감정이 폭발했다. “아이가 누구 때문에 고생하느냐” “당신 어렸을 때 아토피 앓았는지 장모님에게 물어보겠다”는 원초적 공격부터 ‘팔랑귀’ 때문에 별별 치료제를 다 산다는 구박까지. 아내도 “잠자다 말고 한 시간마다 깨어나 연고 발라주는 고통을 아느냐” “음식 조심해야 하는 것도 몰랐느냐”며 스트레스를 쏟아냈고, 결국 이혼서류를 만지작거리는 신세가 됐다.
기자는 이번 호 커버스토리를 준비하면서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자녀를 둔 11명의 부모와 대면, 혹은 전화 인터뷰를 했다. 물론 슬기롭게 극복하는 사람도 있지만, 7명은 가정불화로 이혼 생각까지 해본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천의 얼굴을 가진 질병’ ‘신종 불치병’ 아토피가 이제는 ‘가족해체 질환’이 돼버린 것이다. 그만큼 아토피 치료의 경제적, 심리적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2007년 9월에는 아토피 질환을 호소하던 30대 남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광주의 한 의대생이 초등생 때부터 앓은 아토피 피부염에 우울증이 겹쳐 목을 매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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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어로 ‘이상한’ ‘알 수 없는’이라는 뜻을 가진 ‘아토피(Atopy)’가 세상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23년. 세계 최초로 알레르기 클리닉을 개설한 미국 의사 로버트 쿠크와 면역학자 아서 코카가 공동으로 논문을 발표하면서 이 용어를 사용했다. 꽃가루나 먼지 등 흡인성 물질과 음식물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기존 양상과 다르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
흔히 ‘아토피=아토피 피부염’으로 알고 있지만, 아토피 피부염(Atopic dermatitis)은 아토피 질환의 한 종류일 뿐이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아토피 피부염이 일반적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원래 피부염은 습진을 포함해 피부에 나타나는 모든 염증성 질환. 습진은 피부가 붉어지고 붓고 가렵고, 물집이 잡히거나 진물이 나고 딱지가 앉는다. 아토피 피부염은 재발 가능성이 있는 급성 또는 만성 습진으로 피부과 외래에서 흔히 보는 대표적 알레르기 습진성 피부질환이기도 하다. 발생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복합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다인자성 질환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유전적인 아토피 소인과 골수에서 유래되는 백혈구의 기능 이상(면역체계 이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가족 중 70~80%가 아토피 질환을 앓을 정도로 유전 소인이 강하다.
일본의 아토피 피부염 치료 대가인 니와 유키에 박사는 환경오염이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오존층 파괴로 증가한 활성산소가 원인이라는 얘기다. 1970년대까지 아토피 피부염 발생 빈도는 6세 이하 어린이의 경우 약 3%로 보고됐지만 최근에는 어린이에서 20% 이상, 성인에서도 1~3%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사실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아토피 피부염은 지금은 난치병으로 일컬어지지만 1960년대까지만 해도 다루기 쉬운 병이었다. 대부분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저절로 나았기 때문인데, 그때에는 아토피 환자 중 초등학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한다. 산업화가 진행된 1970년대 들어 환자 연령대가 미취학 아동에서 초등학생으로 확대됐고, 증세도 심해졌다.
뚜렷한 치료법 없어 ‘적절한 관리’ 목표 삼아야 아토피 피부염은 생후 2세 이전에는 주로 얼굴에서, 이후에는 팔과 다리 접히는 부위에서 발생한다. 12세 이후에는 이마, 목, 손목에 건조증과 태선화(苔癬化·단단하고 거친 잔주름들이 커져 뚜렷이 나타나는 피부병)가 주로 나타난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적절한 관리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과 환자 부모들의 공통된 견해.
우선 과도하게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카펫은 걷어버리고 커튼 대신 블라인드, 천 대신 가죽으로 된 소파를 사용하는 게 좋다. 집먼지진드기 등 대기 중 흡입 항원을 미리 없애는 것이다. 집 안 온도는 18~20℃, 습도는 50~60%를 유지하고 애완동물은 키우지 않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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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피부염의 치료 방법은 피부 보습관리, 적절한 스테로이드제 사용, 악화인자 제거 등의 일반 치료와 항히스타민제 복용,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사용 등의 보조 치료, 자외선을 이용한 광선 치료, 전신 면역억제제 사용 등의 선택 치료로 나뉜다.
중등도 이하 증상인 경우 일반적인 치료법을 사용한다. 대부분의 환자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생활습관이나 알레르기 관리를 통해 유발(악화)인자를 제거하고 보습제를 사용해 피부 보습과 관리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악화될 때마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거나 피메크로리무스(제품명 : 엘리델)이나 타크로리무스(제품명 : 프로토픽) 같은 국소 면역조절제 연고를 주기적으로 바른다.
흔히 ‘피부약이 독하다’고 하는 것은 스테로이드제 때문인데, 적절히 사용하면 이만한 약이 없다는 게 전문의들의 일관된 견해다. 스테로이드제는 작용 강도에 따라 가장 강한 것(1그룹)부터 가장 약한 것(7그룹)으로 구분하는데, 대부분의 전문의는 가장 약한 연고를 사용한다.
음식조절도 중요하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라고 해서 알레르기 유발 음식(우유, 달걀흰자, 생선 등)을 무조건 섭취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유아의 심한 아토피 피부염은 음식물 알레르기를 의심해볼 수 있다. 피부단자 검사나 혈액 검사, 제거식이 검사(알레르기 유발 음식을 먹지 않고 증상이 호전되는지 확인한다) 등을 통해 음식물 알레르기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음식물에 의한 아토피 피부염 악화 증세는 나이가 들면 점차 사라져 3세 이상에서는 드물게 나타난다. 알레르기 유발 음식이라고 해도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먹을지 말지는 전문의에게 맡겨야 한다.
“원인·악화 인자를 피하고(회피요법), 피부를 촉촉하게 관리하고(피부보습), 가려움증과 염증 치료(약물치료) 세 가지 방법을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꾸준히 치료받는 것이 원칙이다. 약물 중 스테로이드제는 중독성이 없다. 흔히 독하다고 하는데 이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천식아토피센터 홍수종 교수의 말이다. 그는 “최근에는 시험기를 전후해 청소년 환자의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싸움을 심하게 해도 (스트레스를 받게 돼) 자녀의 증상이 악화된다”며 “스트레스도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알레르기 유발인자를 없애고 전문의와 상담하면서 꾸준히 치료받는 게 정도(正道)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아토피 피부염을 잘 ‘관리’한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논바닥 갈라지듯 쩍쩍 갈라지는 자녀의 피부를 보송보송 아기 피부로 바꾼 5명의 엄마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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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맘’들의 피눈물 나는 아토피 극복기
“분유가 피부에 닿기만 해도 두드러기가 나 퉁퉁 부어오르는데… 애는 울어대고, 그렇다고 해결 방법은 없고….”
“시판되는 분유 모두 샘플을 얻어 먹였어요. 반응은 마찬가지였지요. 제조사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고 십여 군데 찾아간 병원에서는 ‘아토피’라 마땅히 방법이 없다는 거예요. 자리에 주저앉았죠.”
새근새근 자는 딸을 보며 한참을 울다가 마음을 다잡았다. 6개월 때부터 이유식을 시작(그는 20개월 때까지 모유 수유를 했다)하면서 음식 반응을 체크했다. 처음엔 쌀을 먹여 반응을 확인했고 다음은 호박, 당근, 콩나물 등을 먹였다. 최소 5일 이상 먹이면서 반응을 확인했고 매일 일기나 메모 형태로 기록했다. ‘공원 산책, 새로운 메뉴 닭고기 추가’ ‘아기 옷 새로 산 것(세제 A 사용) 입고 외출’ ‘목욕 시 입욕제 B 사용’ 하는 식으로.
“아기가 음식 때문에 아토피 반응을 보이는지, 아니면 다른 요인 때문인지 파악해야 하거든요. 대부분 음식의 경우 바로 반응이 나타나는데 꽃가루라든지 새로 산 옷 때문일 수도 있어요.”
이렇게 하다 보니 인공 감미료와 조미료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걸 알게 됐다. 뻥튀기를 사 먹였다가 소량의 사카린에 반응한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유기농 과자, 빵을 직접 만들어 먹였다.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자 식단표를 보면서 1년간 도시락을 싸서 보냈다.
“이제는 과자를 가끔 사 먹여도 잠깐 ‘불긋’하는 정도가 됐어요. 아주 가끔 생선이나 돼지고기 때문에 두드러기가 생기지만요. 간식은 고구마와 감자, 제철 과일, 미숫가루 등으로 해결해요.”
그의 말대로 4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모든 ‘포커스’를 아이에게 맞추다 보니 남편에게도 미안했고, 자신의 삶도 너무 피폐해졌다. 남편과 상의해 매주 한 시간이라도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진 것도 그 때문. 처음에는 ‘정보의 바다’에서 음식과 보습제에 대한 정보를 찾았지만 제품 광고 외에는 믿을 내용이 없었다. 결국 직접 블로그 ‘튼튼이모’(blog.naver.com/uoek)를 개설해 자신의 체험기를 올렸고, 비슷한 고민을 하던 엄마들과 정보를 주고받았다. 가끔 막대사탕을 먹고 싶어 하거나 어린이집에서 나눠주는 음료수를 들고 와 “이거, 아빠 거야?” 하고 말할 때는 가슴이 아프다고.
“애가 가렵다고 긁으려고 하면 ‘세세세 놀이’를 하든가 책을 읽으며 가려움을 잊게 해요. 자꾸 긁지 말라고만 하면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다른 엄마들에게서 오는 ‘상담 전화’를 처리하는 데도 제법 능숙해졌다. “저도 그랬지만, ‘아토피 엄마’들은 귀가 ‘프로펠러’예요. 병원에 가도 근본 대책이 없으니 별의별 민간요법을 동원하다가 아토피가 심해지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전화를 받으면 무조건 받아 적으라고 하고 제 경험을 알려주죠.” 어느 날 “매일 먹던 음식을 먹였는데 아이 피부가 심하게 부어오른다”는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그래서 그날의 행적을 물어봤더니 답이 나왔다. “날씨가 싸늘해 드라이클리닝한 옷으로 아이를 감쌌던 거예요. 화학약품에 반응한 거죠.”
지난 4년간 경험을 통해 얻은 그의 아토피 관리법은 3가지가 핵심. △음식조절 △보습제로 피부관리 △습도조절 및 환기 등 환경조절. 아이 방에 20kg 정도의 숯을 놓아둔 것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아토피는 마라톤이에요. 장기전에는 엄마가 건강하고 현명해야 해요. 귀가 지나치게 얇아도 안 되고요.”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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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마 테라피로 심리적 안정 … 식이요법 병행하며 완치단계
경기 안산시 초지동에 사는 고권(5) 군은 아로마 테라피를 통해 아토피를 치유한 경우. 권이는 생후 100일 무렵부터 아토피 증상을 보였다. 엄마 김혜령(35) 씨는 처음엔 단순 태열인 줄 알았으나 갈수록 증세가 심해졌고 결국 아토피 피부염이란 것이 밝혀져 당황스러웠다고.
이후 향나무요법, 쑥물요법 등 각종 민간요법을 써봤으나 치료 초기에만 차도를 보일 뿐 병세는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러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아토피를 치유할 수 있었던 계기를 우연한 곳에서 만났다.
“2007년 한여름이었어요. 지하철을 탔는데 옆자리에 앉은 할머니가 권이를 보고 아토피가 너무 심하다며 여의도성모병원 아로마 전문클리닉을 권해주셨어요. 당장 달려가서 상담했죠. 병원 처방대로 아로마 오일을 바르고 아로마 방향제를 수시로 옷에 뿌려주며 상태를 살펴봤죠. 일주일쯤 지나자 상당히 호전되기 시작했어요.”
아로마 치료에 확신을 갖게 된 김씨는 병원 처방 외에도 아로마 향초를 구입, 수시로 초를 피웠다. 아이의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이 되는 데다 초를 피우는 것을 아이도 재미있어해 효과가 배가됐다. 김씨는 여기서 더 나아가 아이에게 좋은 분위기를 제공했고, 철저한 식이요법도 병행했다.
“아토피가 스트레스에 민감한 질환이다 보니 되도록 아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려 노력했어요. 과자나 식품을 살 때도 포장지 뒤의 성분표시를 꼼꼼히 살피는 것은 기본이고요. 간식도 인스턴트 음식은 피하고 다시마, 말린 과일, 고구마 등을 먹이려 노력해요.”
아로마 테라피와 식이요법을 꾸준하게 병행한 아이는 현재 완치단계에 접어들었다. 진물이 나서 건조하게 갈라지던 피부도 뽀송뽀송한 피부로 돌아왔고, 이젠 가렵다고 보채는 일도 없다.
유두진 프리랜서 기자 tttfocus@naver.com
의사 처방 전적으로 신뢰 … 집안 구석구석 청소하고 ‘멸균활동’
“소율이가 아토피에 시달릴 때 찍어놓은 사진이 한 장도 없어요. 그때가 한창 예쁠 때인데…. 그것이 마음이 아파서 날씨가 쾌청하거나 좋은 장소에 가면 꼭 사진을 찍어주곤 해요.”
결국 인근 종합병원을 찾았고, 아이의 피부 체질을 검사한 결과 알레르기 수치가 정상치의 20배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접했다. 가려움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를 보며 그는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만큼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적극적으로 마음을 다잡고 아이의 치료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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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병원 치료는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면서 시간을 허비하기보단 한 군데를 정하고 그곳 의사의 처방을 믿는 것이 좋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외에 송씨가 주의를 기울인 것은 환경 개선. 온도, 습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아이를 위해 건조한 환절기에는 가습기를 수시로 켜놓아 습도를 조절했고, 장마철에는 집먼지진드기를 박멸하고자 적극적으로 ‘멸균활동’을 했다. 청소기 또한 미세먼지 여과 기능이 있는 ‘헤파 필터’를 사용하고 샤워기도 혹시 섞여 나올지도 모를 녹물을 제거하기 위해 샤워필터를 꽂아 사용했다.
이 같은 노력이 이어지자 아이는 차도를 보이기 시작했고, 지난해 9월경에는 아이의 피부가 정상 상태로 돌아왔다. 과다 알레르기 수치 판정을 받은 2007년 4월 이후 1년5개월 만이었다. 그는 블로그 ‘뷰티풀 시너리’(blog.naver.com/chmade)에 보습제 비교 등 각종 정보와 아토피 마사지 방법 등 다양한 육아 비법을 소개하고 있다.
유두진 프리랜서 기자 tttfocus@naver.com
‘졸업’ 판정받던 날 눈물 펑펑
귀여운 얼굴에 뽀얀 피부. 4월24일 만난 이예슬(5·경기 안산시) 양이 상위 3%에 포함될 만큼 중증의 아토피 피부염 환자였다는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말도 마세요. 예슬이가 한창 아토피에 시달릴 때 병원에 데려갔더니 의사 선생님도 놀라셨어요. ‘아이가 이 지경이 되도록 뭐 하고 있었느냐’며 혼을 내더군요.”
아빠 이호상 씨는 당시의 막막했던 심정을 전하며 “예슬이의 아토피가 악화됐을 때는 피부가 보통사람의 발바닥보다 더 건조했다”고 말했다.
예슬이는 2007년 9월경부터 본격적인 아토피 증세를 보였다. 너무 긁어서 온몸이 피범벅이 될 정도였다. 보다 못한 아빠가 가려움증을 줄여주려고 아이의 몸을 압박붕대로 감는 민간요법까지 써봤을 정도. 그러다 지난해 4월 아토피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병원을 알게 됐고, 그곳에서 한방과 양방을 혼용한 집중 치료를 받으면서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치료를 받은 뒤 일주일쯤 지난 뒤 예슬이가 피부를 긁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부모는 의사의 처방을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집에 와서도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했어요. 양방의 처방에 따라 하루 세 차례 오일을 발라줬고, 한방 요법대로 수시로 입욕도 시켰고요. 아이가 좋아지는 것이 눈에 보이더군요. 지난해 12월에 병원에서 ‘졸업’ 판정을 받았습니다.”
엄마 박은경 씨의 말이다. 박씨는 밝은 표정으로 전문가를 신뢰해야 아토피를 치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이의 상태에 따라 잘 맞는 의사와 안 맞는 의사가 있으니 적절한 전문가를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유두진 프리랜서 기자 tttfoc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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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아토피 무료 치료 혜택 환경 개선으로 거의 완치
김희광(5) 군의 어머니 이희정 씨는 환경재단과 한국중부발전이 아들의 아토피를 낫게 해줬다며 연신 고마워했다. 아들의 아토피 증상과 치료법을 알게 해줬다는 것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이씨는 맞벌이를 하느라 자녀 4명을 제대로 돌볼 수 없었다고 했다. 어느 날 희광이가 다리를 긁는 것을 보고 ‘좀 있으면 낫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자고 나면 이불이 피범벅이 되기 일쑤였고 시간이 흐를수록 증상도 심해졌다. 저소득 가정 지원 프로그램에 등록해 보건소에서 예방접종과 식음료 지원을 받던 터라 희광이를 데리고 그곳을 찾았다.
“아토피라는 사실도 그때 알았어요. 아토피에 대해 전혀 몰랐고 병원 다닐 형편도 아니어서 애만 태웠죠.”
“의사 선생님과 얘기하다가 원인을 알았어요. 아토피를 일으키는 환경에 노출된 겁니다. 이전에 살던 집은 습기가 많고 바퀴벌레가 많았거든요.”
의사의 조언대로 집 안을 대청소하고 꾸준히 미지근한 물로 20분간 샤워를 시켰다. 목욕 후 보습제도 발라줬다. 집 구조상 습기는 어쩔 수 없어 햇볕 잘 드는 집으로 이사했다. 1년간 병원 치료를 받고 환경을 개선하니 이제 다리에만 약간의 아토피 증상이 남아 있을 뿐 생활에 문제가 없을 정도가 됐다.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끝) |
[ALLERGY 04] |
늘어나는 이 죽일 아토피 질환, 진화하는 아토피 제품 5000억대 ‘아토피 시장’ 관련업체 선점 경쟁 치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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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없다. 다만 피부를 촉촉이 유지하고 알레르겐을 피하라.”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80% 이상이 면역글로불린E(혈액 내에서 생성되는 항체.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이물질에 대해 우리 몸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는데, 아토피피부염 환자에게서 높은 농도로 나타난다)가 증가한다. 원인은 영유아기에는 우유나 계란 같은 음식물 항원이, 소아기에는 집먼지진드기 같은 흡입 항원이 주로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엄마들의 현명한 판단과 선택이 중요한 이유다.
아토피 스킨케어 아토피 질환이 늘어나면서 ‘아토피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아토피 시장은 연 5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 중 아토피 화장품 시장은 연평균 15%씩 성장하면서 2010년에는 1000억원대에 이를 전망.
현재 아토피 스킨케어 시장은 애경그룹 계열사인 네오팜의 ‘아토팜’과 보령메디앙스㈜의 ‘닥터아토’가 양강 체제를 형성한다. 이 가운데 ‘아토팜’은 30% 이상의 점유율로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치열하게 경쟁하던 보령메디앙스㈜가 최근 석면 베이비파우더 파동을 겪으며 주춤한 사이 그 간격을 벌리고 있다. 그러나 보령메디앙스㈜의 ‘닥터아토’도 많은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외국계 아토피 케어 제품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일본 아토피코사의 ‘아토피코 스킨헬스케어’ 제품은 20% 가까운 점유율로 양강 구도인 국내 시장을 ‘빅3’ 구도로 개편하려 한다.
독일 스티펠사의 ‘피지오겔’ 제품이나 캐나다 갈더마사의 ‘세타필’은 병의원 전용 시장을 공략하며 경쟁력을 높인다. 프랑스 바이오더마사의 ‘아토덤’, 익스펑시엉스사의 ‘무스텔라’, 미국 존슨앤드존슨사의 ‘아비노’ 등도 국내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중. 시장성이 좋은 만큼 최근에는 국내 유명 제약회사와 화장품회사도 새로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표적인 제품이 해양심층수로 만든 ㈜녹십자의 ‘아토후레쉬’. 지표수보다 미네랄은 1000배, 유기 영양분은 30배 많은 해양심층수를 사용해 뛰어난 보습효과를 지녔다. 여기에 민감성 피부를 악화하는 피부건조, 스트레스, 가려움증을 완화하기 위해 유기농 허브와 아르간 오일, 제주산 감귤 오일, 우엉 추출물을 배합했다. 녹십자 측은 끈적이지 않으면서도 피부 깊숙이 흡수될 수 있도록 다중층 리포솜 공법(Multiple Emulsion)과 나노기술 등 첨단 공법을 이용했다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아모레퍼시픽과 태평양제약이 공동 개발한 ‘아토베리어’, 대웅제약의 ‘이지듀아토’ 등 후발주자도 기존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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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침구류, 청소제품
옷이나 이불은 매일 피부가 닿을 수밖에 없어 ‘아토피 맘’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집먼지진드기 박멸도 만만찮다. 최근에는 ‘오가닉 코튼(Organic Cotton)’ 제품이 떠오르고 있다. 글자 그대로 3년 이상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토양에서 재배한 유기농 목화를 원료로 한 의류제품. 피부자극이 거의 없어 화학섬유 때문에 피부 트러블이 잦았던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주로 찾는다. 여기에 최근 석면파동으로 유기농 의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의류원단 안전문제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면서 더욱 주목을 끈다. 문제는 원단 자체가 비싼 데다 대부분 외국산 제품이어서 값이 비싸다는 것.
써스데이아일랜드가 4월 초부터 국내 유명 백화점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오가닉 셔츠는 큰 호응을 얻으며 준비했던 2500장 대부분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바이스의 유기농 소재 청바지는 4월 세일기간 중 팔려나간 물량이 전년 세일기간 판매량보다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침구류 또한 아토피 환자를 위한 친환경 소재의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코오롱 미오셀까사’는 초극세사 항균처리 기능성 이불과 베개 등을 선보이면서 민감한 아토피 환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들 제품은 지난해 영국 알레르기협회(BAF)로부터 국내에서 처음 항알레르기, 항진드기 제품 인증을 받았다. 건강침구류 업체인 ‘네오세이프’는 극세사와 은나노 항균 처리된 마이크로 솜을 사용한 이불을 출시해 눈길을 끈다.
진드기, 먼지 등 유해 요소를 없애주는 청소기기 업체들도 호황을 맞고 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최근 아토피 예방기능을 갖춘 유아 전용 건강 스팀청소기 ‘아기사랑 아토스팀’을 출시했다. 집 안의 건축자재 등에서 분출돼 아토피를 앓는 어린이들의 피부건강을 위협하는 유해 화학성분과 집먼지진드기 제거 기능을 갖췄다. ‘살균 트레이’ 기능을 첨가해 침구류나 소파 등의 살균 청소를 가능하게 한 것도 장점. 이 밖에 ‘닥스리빙클럽’ ‘에코후레쉬’ ‘클린헌터’ 등 생활환경 전문 기업들도 해충 방제와 알레르기 클리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치료제
아토피 질환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보습제품 및 보조제를 통한 간접 치료에 의존해온 게 사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 제약업계가 직접 아토피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바이오 벤처업체인 ‘바이오피드’는 동물의 폐에 존재하는 천연물질을 추출해 만드는 아토피 치료제를 개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해외 11개국 특허 출원 중이다. KT·G도 이 제품의 기술력을 인정해 2006년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얼마 전 개발된 신약에 ‘KT·G 101’이란 이름이 붙은 것도 이 때문.
동아제약은 ‘DA-9701’이란 이름의 아토피 신약을 임상 진행 중이며, 한올제약은 ‘HL-009’라는 아토피 치료제를 개발해 추가 임상시험을 미국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오팜 역시 항체의약품을 통한 아토피 치료제 개발에 나섰는데, 신약 관련 벤처회사인 ‘아리사이언스’와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맺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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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프리미엄 과자 ‘아토피 맘’이 아니더라도 제품의 성분 표기를 확인하는 구매자가 부쩍 늘었다. 화학첨가물과 인공색소에 대한 염려 때문. 이에 발맞춰 오리온은 인공색소, MSG 같은 화학첨가물을 넣지 않은 프리미엄 과자 브랜드 ‘닥터 유(Dr.You)’를 지난해 1월 출시해 연매출 400억원을 올렸다.
강진산 시금치와 해남산 단호박 등 친환경 원료를 사용해 만든 ‘닥터 유 골든키즈’는 아토피를 걱정하는 주부들을 겨냥해 만들었는데,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월 매출 10억원을 웃돌며 히트상품 반열에 올랐다. 경쟁업체들도 프리미엄 과자 시장에 나서고 있다. 롯데제과는 최근 국내산 쌀을 주원료로 한 제품 ‘마더스 핑거’를 선보였다. 합성첨가물을 빼고 나트륨 함량도 최소화하는 등 친환경 제조법으로 ‘닥터유’의 독주를 막겠다는 태세. 해태제과는 콩·귀리·호박 등을 주원료로 한 ‘뷰티 스타일’을 출시했는데, 역시 친환경 제조법을 표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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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ERGY 05] |
세계로 가는 아토피 한방치료제 ‘편강탕’ 한의사 서효석 박사 개발… 미국·일본 등 4개국에 판매 대리점, 치료율 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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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방의 어떤 치료로도 완치가 어려운 질환들이 있다. 아토피 피부염, 기관지 천식, 알레르기 비염 등 알레르기 환경성 질환도 그중 하나. 치료는 답보 상태인데 환자 수는 급증해 사회문제가 된 이런 난치성 질환을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치료하는 한의사가 있다. 편강한의원 서효석(62·한의학 박사) 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가 개발한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 편강탕과 편강환은 현재 30여 개국 환자가 복용하고 있으며 일본, 베트남, 괌, 푸에르토리코 등지에 편강한의원 대리점 격인 프랜차이즈 병원이 생겼다.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의 세계 브랜드화에 성공한 것.
35년을 폐 질환 연구에 매진하는 동안 서 원장을 거쳐간 난치성 질환 환자는 15만명 정도. 그중 아토피 환자는 약 4만명으로 치료율이 80%에 이르렀다고 한다. 편강한의원 홈페이지에는 편강탕으로 각종 난치성 질환에서 벗어난 환자들이 직접 올린 글이 많다.
전도유망한 유도선수이던 맹영석(가명·32) 씨는 어느 날 가슴에 물이 잡히는 흉선종으로 운동을 포기해야 할 운명을 맞았다. 물을 말리기 위해 종합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았으나 후유증으로 면역결핍증이 생겨 폐, 심장 등 모든 장기의 기능이 급격히 떨어졌다. 특히 호흡기 질환이 심해 수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지병이던 아토피와 건선이 악화돼 온몸으로 번졌다. 피부는 온통 진한 밤색으로 변하고, 진물이 나면서 손발톱이 문드러지고 각질이 쏟아져 하루에 1회용 종이컵을 가득 채울 정도였다.
폐가 깨끗하면 피부도 깨끗 증상이 워낙 심해 연고를 여러 차례 발라야 했고, 그러던 중 갑자기 저혈압으로 쓰러져 사경을 헤매다 20여 일 만에 살아나기도 했다. 진단 결과는 아토피 치료를 위해 사용한 스테로이드제 과다 투여. 혈관은 물론 모든 장기가 중독 증상을 보여 저혈압이 온 것이었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인이 소개한 편강탕을 복용했는데, 3개월 만에 손발톱이 새로 나오고 진물이 멎으면서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현재 복용 6개월째. 피부는 군데군데 조금씩 붉은 기운만 남아 있을 뿐 원래의 상태로 회복돼 새 인생을 사는 기분이다.
“맹씨 같은 환자는 수없이 많습니다. 온몸이 거북 등짝처럼 갈라지고 태선(苔癬)이 생겨 일상생활이 어려운 환자도 빠르면 1개월에서 3개월 사이에 호전돼 삶의 희망을 찾는 경우가 많죠. 이렇게 치료되는 질환은 아토피뿐 아니라 천식, 비염 등 매우 다양합니다.”
서 원장은 맹씨의 아토피를 치유한 편강탕의 원리를 “폐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말한다. “호흡기 질환은 물론 아토피도 폐를 건강하게 만들면 치료가 가능하죠. 폐활량이 증가하면 림프구의 활동이 활발해져 혈액이 맑고 피부가 건강해지므로 아토피뿐 아니라 기미, 여드름, 검버섯 등 고질이 된 피부 질환도 개선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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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폐 기능이 아주 커지면 노폐물이 원활하게 배출되고 이는 곧 피부 건강으로 이어져 아토피, 여드름, 기미, 잡티 등의 문제가 해결된다는 얘기다. 편강탕의 개발 원리는 중국 의서 ‘황제내경’에 수록된 ‘폐주피모(肺主皮毛)’ 원리에서 출발한다. 폐주피모는 ‘폐가 피부와 터럭을 주관한다’라는 뜻. 따라서 피부병인 아토피도 폐와 관계있다고 보고, 폐 기능을 정상으로 돌려놓고 폐활량을 늘려 인체 내 노폐물을 배출하도록 하면 아토피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서 원장에 따르면 호흡은 몸속에 있는 탁한 기운을 폐를 통해 밖으로 내보내고 맑은 기운을 다시 받아들이는 작용이다. 호흡 작용의 95%를 폐가 담당하고 나머지 5%는 땀구멍이 맡는다. 따라서 폐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탁한 것을 내보내지 못하면, 또 다른 호흡기인 피부도 호흡 기능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피부에 노폐물이 쌓이면서 건조해지고 피부염 증상이 나타난다는 게 그의 설명. 따라서 아토피 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려면 폐 기능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한편, 땀을 많이 배출함으로써 땀구멍과 모공의 노폐물을 빼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도에 ‘국제난치병치료센터’ 설립 계획
이러한 원리로 탄생한 편강탕은 숭늉 맛이 나는 한방 증류탕으로, 폐를 맑게 한다고 전해 내려오는 사삼(더덕),길경(도라지) 등 10여 가지 약재를 사람과 증상에 따라 비율을 달리해 처방한다. 편강탕은 현재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면서 한의학의 위상을 높여주고 있다. 2005년에는 세계한상(韓商)대회에 참가했고, 2006년엔 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가 선정한 ‘한약 대표 브랜드’에 들기도 했다. 외국으로 보내는 약은 대개 환(丸)으로 만드는데, 그 효과를 인정받아 명성을 높인 끝에 5월20일 미국 LA에 ‘스탠턴대학 한의대 부속 편강한방병원’을 연다.
“스탠턴대학 한의대 초청으로 한의사 보수교육 세미나에서 특강을 했는데 편강환 2만 달러어치가 한의사들 사이에서 금세 동이 났습니다. 이때 시장성을 발견한 스탠턴대 학장이 투자를 자청하고 미국 전역에서 프랜차이즈 병원을 낼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했지만, 일단 LA와 오렌지카운티에서만 편강한의원 제품 총판권을 계약했죠. 하지만 다른 지역에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니 곧 미국 2호점, 3호점을 만들어나갈 겁니다.”
서 원장의 자긍심을 더욱 높이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일본 진출이다. 4개국 대리점 중 연구소를 겸한 유일한 대리점으로 일본 생약학회 학회장인 쇼야마 교수가 오사카에 ‘주식회사 아토피 편강탕 한약연구소’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쇼야마 교수의 아들이 아토피로 고생했는데 편강탕을 먹고 다 나았습니다. 일본 생약학회 1인자인 쇼야마 교수가 이를 계기로 편강탕 판매 목적으로 개소하면서 연구소를 겸하게 됐죠. 무엇보다 회사 이름 ‘한약연구소’의 ‘한’이 ‘漢’이 아닌 대한민국의 ‘韓’이어서 뿌듯합니다.”
서 원장은 중국 진출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현지 과학기술연구출판사를 통해 그의 저서 ‘아토피에서 난치병까지’ 판매에 착수했다. 중국에서 팔리는 책의 이름은 ‘기적의 건강법’. 한편 국내에서도 경기 군포와 안산에 이어 지난해에는 서울 명동, 올해는 서초에까지 지점을 늘렸다. 하지만 이러한 일은 서 원장의 원대한 꿈 중 일부일 뿐이다.
“치료가 어려운 폐 질환을 앓는 사람 중 고가의 치료비를 부담할 수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센터인 영리법인 ‘국제난치병치료센터’를 제주도에 설립할 예정입니다. 치료시설과 요양시설을 함께 짓고 세계의 부자 환자를 끌어모은다는 계획이죠. 하지만 제가 특정 계층만을 위한 치료를 지향하는 것은 아닙니다. 편강탕의 단가를 최대한 낮춰 난치성 질환에 시달리는 누구라도 복용해 나을 수 있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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