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밝히는 가로등 사이로 줄줄이 연등이 은은한 빛으로 밝음의 사각지를 비춰주는 온화한 거리를 알딸달한 정신으로 흥에 겨워 걷고 있다. 아라뱃길 시천교에 오르니 강바람은 물길따라 솔솔 불어오고 살랑대는 물결위에 헤어진 친구의 얼굴이 하나 둘 동동거린다. 한강둔치 풀밭에 채알을치고 신바람나게 놀다가 벗들은 떠나가고 나도 여기로 떠나왔구나.
"알딸딸 빈체로 !"
동쪽으로 안개협곡을 지나 길게 뻐어나가 한강수를 받아내려 서해로 이어지는 운하 시천교 다리 한가운데 서서 기운차게 외쳐본다.
"알딸딸 빈체로 !"
정신은 알딸딸하니 기분 좋은데 따라 붙은 想念은 떨칠 수가 없구나. 빈체로 오질 못했구나.
"알딸딸 노 빈체로다."
오늘은 참 많이도 먹고 마시고 떠들고 소리치고 놀았다. 술도 가지가지 안주도 형형색색 노래는 동서양을 넘나들엇다.
주거니 받거니 마신술이 몇 병이나 될까 가늠하기 힘든다. 소주 맥주는 기본이고 막걸리도 포천이동막걸리 서울장수막걸리 지리산 어디서 왔다는 보기에는 식혜같은데 달착지근한 맛에 한도 끝도 없이 땡기는 거시기막걸리 자셔도 자셔도 또 자시고 픈 가평 잣막걸리 그리고 꼭지따고 마시는 캔막걸리.
익산 친구가 가슴에 품고온 손바닥만한 술병에 병아리 눈물만큼 남은 양주를 소주병뚜껑에다 한방울씩 나누어 혀바닥만 적신 죠니워커. 그 맛이 어찌나 좋은지 서로 감탄사가 흘려나오고 그 향이 콧구멍을 떠날 줄 모른다.
술이 아무리 좋아도 안주가 어울리지 못하면 요강단지로 생수 마시기라.
"술도 가지가지 안주도 형형색색 입맛따라 뜻대로 드시옵셔애?"
졸깃쫄깃 건건쩝절 십십풀이 오징어채 시원 매콤 배추+여수갓김치 새콤 달콤 간재미무침 황사청소재 도야지수육 코구멍이 뻥뚤리는 홍어편육 식중독 해독제 미나리채
먹고 마시기만 하면 무슨 재미인가?
이 쪽에서 시끌 저 쪽에서 버끌
시끌버끌 개똥철학을 설파하고 소똥철학으로 반격한다. 喜喜樂樂 拍掌大笑 술 한 잔에 가슴을 열고 너는 나고 나는 너다. 그래서 하나가 되었다. 술판이 무르익자 진우가 배에 힘을 잔뜩 주고 폼을 잡더니 "알날바 빈체로'를 부른다. 박수 박수 박수다, 경수도 명곡을 멋지게 폼잡고 불렸다. 박수 대풍이다.
옹기종기 모여앉은 우리 모임에서는 밀양에서 올라온 화구가 목소리로 한목하더니 입속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회파람을 불어댄다. 내가 질소냐 월운이 비실비실 일어서더니만 민요로 주흥을 돋우기 시작한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낳네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청천 하늘엔 별도나 많고 우리네 가슴속엔 희망도 많다"
모두가 작사가요 명창이다.
즉흥가사로 맥이고 받고 도야지 멱따는 소리로 소리소리 질러대니 오장육부가 후련하다. 우리 것이 참 좋은 것이여.
현충원 식사는 시내기국이 일품이였다. 시골 장독대에서 누렇게 익는 된장을 갓 퍼다가 방금 찌은 백미를 뽀독뽀독 씻어낸 뚠물에 풀어서 거기에다가 떳밭에서 갓 속아온 연한 시내기감을 골라 삶아넣고 가마속에 부글부글 끓어낸 그 맛. 몰래 살금살금 마시는 소주맛도 부족한 안주 탓에 반감했지만 주최측의 심오한 뜻을 한강에 와서야 알았다.
한강 채알 밑에 와서야 없다면 도야지 수육도 나오고 생각도 못했던 홍어 편육도 마지막 안주로 새로이 등장하니 음주욕 상승 술맛 땡긴다.
운영의 묘에 박수를 친다.
나는 지금 한손으로 시천교 다리난간을 다독이며 물속에 잠겨 춤추는 줄줄이 연등을 바라보고 회상에 잠긴다. 오늘은 참 좋은 날이다.
날르던 갈매기도 제집으로 날아가고 차량도 뜸뜸이 다리를 넘나든다. 가자 집으로 줄줄이 연등을 따라가다 보면 저기 저쯤에 내 보금자리가 날 기다리고 있단다.
오늘은 이렇게 하루가 가고
내일은 또 어떤 하루가 다가 오려는지?
다리위 강바람은 시원도 하구나 !
갈매기 사라진 물결위에는
물고기떼 '이 때다' 하고 마음껏 튀어 오른다
밤은 깊어가고 어둠이 짙어갈수록
온화한 연등빛은 점점 밝아오는구나 !
오늘은 이렇게 하루가 가고
내일도
"알날바 빈체로 !" 다
*** 오페라 푸치니의 "투란도트"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 가사의 끝 부분
Allalba vincero`! ( I shall win ! ) (나는 승리하리 !)라고 합니다.
첫댓글 알딸딸 빈체로 !
아라뱃길 시천교 갈때까지도 술이 안 깨고 간것 같구려!
술 이름중에 가평 잣 막걸리, 캔막걸리가 빠졌네요.
5월의 동기 만남의날 행사의 흥취를 제자백가의 개똥철학, 소똥철학
희희낙낙,박장대소, 동서양을 넘나드는 이진우님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월운선생의 막걸리 냄새나는 육자배기락등 즐거웠던 그날의 풍경을 비틀 비틀
취중만담풍의 맛깔나는 비교수사기법으로 쓴 재미나게 쓴 글 잘 읽어 보았습니다.
. . . 와~~ !, . 콰~연~......
기권동기님의 멋과 풍류가 녹아있는 글 잘 감상하였습니다.
음식과 술 맛있게 드셨다니 기분이 흐뭇합니다.
그리고 흥겨운 시간들이셨다니 더욱 보람을 느낍니다.
푸르고 건강한 5월 보내시기 바랍니다. 최윤락 배
멋과 풍류는 어디서 왔것소. 다 회장님의 기획속에 젖셔 있었댱게라우.